(중국 문화 체험기 3)
사죄하러 온 학생과 함께
이 웅 재
장가계 도착 20:35.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우리나라에서 중국까지 오는 데
2시간이 채 못 걸렸는데, 중국 안에서 조금 이동한 것이 2시간이 넘는 것이었다. 중국이 넓긴 넓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러나 창고 비슷하게 생긴 장가계 공항을 보면서 가이드의 ‘치안 운운’ 하던 소리가 실감으로 다가왔다. 중국은 계속 나를 상반된 감정 속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우리가 투숙할 호텔은 4성급 상용국제주점(祥龍國際酒店 ; Dragon International Hotel), 이곳의 허술한 주거환경으로 보아서는 초특급 Hotel이라고 할 만했다. 중국에선 Hotel을 주점이라고 하니 Hotel에 있는 동안에는 주(酒)님과 친해져야 되는가 보아서 기분이 짱이었다.
객방의 가격[价格]을 보았더니,
普通房 280.00 人民幣[元](우리돈×150 정도, 42,000원 정도)
豪華房 780.00 人民幣[元](우리돈으로 105,000원 정도)
貴賓房 880.00 人民幣[元](우리돈으로 132,000원 정도)
總統套房 3980.00 人民幣[元](우리돈으로 597,000원 정도)
(*물론 한자는 간체자로 씌어 있었음)
로 우리나라의 호텔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편이었다.
T․V를 보면서 쉬고 있는데, 세무회계정보과의 학생 하나가 찾아왔다. 그는 중국으로 오는 비행기의 화장실[洗手間]에서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승무원들과 옥신각신한 일이 있었다. 처음부터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더라면 문제는 비교적 쉽게 풀렸을 텐데, 피우지 않았다고 바락바락 우기는 통에 문제가 크게 불거져 버렸다. 중국 승무원들이 정식 고발조치를 해 버리겠다고 부득부득 고집을 피우는 통에 한 동안 애를 먹었었는데, 그래도 학생이라고 선처를 부탁해서 간신히 없었던 일로 처리를 했었다.
그 일을 사죄하러 온 것이다. 생각 같아선 호되게 야단을 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은 어렵사리 담배를 끊었지만, 피우고 싶은 담배를 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나는 일찍이 호주를 다녀오면서 체험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중국문화 탐방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시작에서부터 계속 얼굴을 찌푸려서야 무슨 재미가 있을까보냐 싶었던 때문이다.
“다 잊고 관광 자알 하라구. 그런 거 신경 쓰면 제대로 중국 구경 못 해!”
그러면서 소주 한 잔을 따라주었다. 말만 가지곤 아무리 길게 말해 보았자 별무효과, 그저 한 잔 술이면 쉽게 속이 풀리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한잔 한잔 하다가 놈은 술에 깝뿍 취해 흔들흔들, 해롱해롱대면서 방을 나갔고, 나는 이방 저방 학생들의 방을 순회하였다. 방마다 술 파티였지만, 이 방 순례는 꼭 필요한 일이다. 학생들과의 친교를 위해서도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자신들을 생각해 주고 때로는 감시하기도 하는 교수가 있다는 무의식적인 생각에 학생들 스스로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어떤, 자발적인 규제를 생성시키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방 저방을 순례하다 보니 저절로 얼큰해졌고, 그런 후에 돌아와 자는 잠은 꿀맛이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만족스런 ‘쿨쿨!’을 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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