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익사한 못난 사내
이 웅 재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를 낳고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고
베레스는 헤스론을 낳고
헤스론은 람을 낳고….”
마태복음 1장 2,3절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을 적마다
온몸이 전율한다.
어쩌면 이렇게 세상사를 극명하게
표현한 글이 있으랴 싶은 것이다.
…낳고, …낳고 ….
낳기 위해선 음과 양이 만나야 한다.
낳기 위해선 사랑이 존재해야 한다.
낳기 위해선 많은 고통이 뒤따라야 한다.
…낳고, …낳고 ….
아브라함, 이삭, 야곱 … 대신,
다른 말을 대입시켜 본다.
‘사랑’도 좋고,
‘미움’도 좋고,
‘선’도 좋고,
‘악’도 좋고….
‘사랑’은 사랑을 낳고,
‘미움’은 미움을 낳고,
‘선’은 선을 낳고,
‘악’은 악을 낳고….
아, ‘외로움’도 좋고,
‘그리움’도 좋다.
‘외로움은 외로움을 낳고,
그리움은 그리움을 낳고….’
외로움은 외로움을 낳는다.
외로움은 외로움을 낳는다.
…낳고, …낳고 ….
외로움의 더께가 쌓인다.
…쌓이고, …쌓이고 ….
처음엔 석간(石澗)으로 시작했으나,
드디어 시내가 되고,
다시 쌓이고 쌓여,
강물을 이룬다.
거기에
‘그리움’이 가세한다.
그리움은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그리움을 낳고….
강물이 모여 드디어 바다가 된다.
'다가가도 다가가도 일정한 거리로 멀어지는 그대' 때문이다.
다가가고 다가가면 잡힐 듯도 하건만,
그대는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람'이다.
강물에, 바닷물에,
다가가고 다가가는 내 모습이 비친다.
서글프다,
처량하다,
바보 같다.
눈앞이 뿌옇다.
은하수일까?
어디서, 누가,
불꽃놀이라도 하는가?
찬란하다,
어지럽다,
쓰러진다.
강물에, 바닷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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