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편집과 학생들에게 주는 마지막 잠언(箴言)
사랑하는 광고편집과 학생 여러분, 오늘 여러분 앞에서 마지막 고별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 또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한 동안 이 마지막 대화를 어떤 것으로 채울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이 바로 지금부터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광고편집과 학생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살아나가는 데 꼭 필요한 재산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세 가지 재산만 있으면, 우리의 인생은 더할 수 없이 충만하고 행복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여태까지의 제 수업시간에는 결석도 하고 지각도 했으며, 시간 중에 옆 사람과 잡담도 하고 아예 책상에 엎드려 자기도 했던 학생도 더러 있지만, 오늘의 이 말씀만은 정신 바싹 차리고 꼭 들어야만 할 얘기라는 점을 먼저 알려 드립니다.
인생을 살아나가는 데 꼭 필요한 세 가지 재산, 그 중 제일은 지식입니다. ‘알아야 면장’이란 말이 있습니다. 알지 못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추울 땐 어떻게 해야 추위를 벗어날 수 있고, 더울 땐 또 어떤 방법으로 그 더위를 벗어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알아야 내 삶의 목표도 정할 수 있고,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도 선택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알기 위해서는 배워야 합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사회에서 배우고, 가정에서 배워야 합니다. 선생님에게서 배우고 선배들에게서 배우고 동료들에게서도 배워야 합니다. 아니, 때에 따라서는 후배들에게서도 배워야 합니다. 이론으로 배우고 경험으로 배워야 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일은 이제 곧 끝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서도 계속 배우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책을 읽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많은 책을 읽으세요. 그건 머릿속에 온갖 귀중한 정보를 차곡차곡 저장해 놓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입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추천하고 싶은 일, 그 중의 첫째가 바로 책을 가까이 하라는 말입니다.
저는 몇 년 전에 일본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본, 까마귀 울음소리가 기분 나쁘게 들려오는 일본, 저속하고 음탕한 문화가 만연되어 있는 일본, 어쩌면 머지않아 풀썩 망해버릴 것으로 생각했던 일본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가서 보니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일본 제일의 키노쿠니야서점에 들러본 저는 놀랐습니다. 한류, 한류, 말만 들었었는데, 그들에게는 외국인 우리나라 배우들과 관련된 주간지들만도 그 숫자가 50여 종을 넘었더라고요. 놀라고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은 한 동안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고. 20:80의 법칙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80%가 타락했더라도 20%가 살아 있으면 그 사회는 별 문제 없이 움직여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네들은 20%를 훨씬 넘는 사람들이 독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도서관의 장서수가 1518만 여권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은 713만 여권, 케임브리지는 556만 여권, 그 절반 수준에 멈추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일본의 도쿄대학은 811만 여권이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국력은 독서력이 이끌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국립서울대학이 228만 여권, 연고대가 150만 여권이요, 기타 4년제 대학은 평균 70만 여권, 전문대는 3~4만 여권 정도가 고작인 것입니다.
창피합니다. 정말 창피합니다. 제발 책들을 좀 많이 읽으십시오. 머릿속에 든 지식은 불타버릴 수도, 도둑맞을 수도 없는 가장 확실한 재산입니다.
다음으로 소중한 재산, 그것은 사람입니다. 스승, 선배, 동료, 후배뿐만 아니라 사회의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을 늘 소중한 재산으로 여겨야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 같은 것이 사람으로 인하여 성공하게도 되고 실패하게도 되는 것입니다.
며칠 전 제 경험을 말해 볼까요? 나이가 들다 보니 치아가 성치 못해 늘 먹는 것이 부실해지더군요. 해서 큰 맘 먹고 임플란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담임 반이었던 학생 하나가 치과병원장으로 있는데, 자신은 임플란트 시술은 배운 바 없다면서 친구 한 사람을 소개시켜 주더라고요. 그렇게 아는 사람을 소개받은 것만도 마음이 푸근한 터였습니다. 그렇잖아요? 치과병원 가기 좋아하는 사람 없잖아요? 그래서 그만한 것도 다행인데, 그 의사선생님, 내 이빨을 이리저리 두들겨보더니 그러는 겁니다.
“혹시 최아무개라고 아세요? 8회 졸업생인데….”
잔뜩 이빨에 신경을 쓰노라고 경직된 몸에 잠시 여유를 주면서 생각해 보았지요. 그런데, 많이 들어본 이름이더라고요. 그래서 말했지요.
“이름은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의사가 내 이빨을 끼웠다 빼냈다 하면서 다듬는 사이, 문득 그 학생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지 않겠어요?
“아, 얼굴이 약간 좀 길었던 것 같은데….”
의사 선생님, 그 소리를 듣더니 무척이나 반가운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네, 그래요. 제 형인데요. 전 얼굴이 동그란데 형은 약간 길었지요. 그래서 늘 말대가리라고 놀렸는데….”
그 바람에 경직되었던 몸이 저절로 풀려서 치료받는 데 매우 편해졌음은 물론이요, 아, 그래요, 비용도 절반이나 뚜욱 꺾어주더라고요. 형의 스승님이라면서 재료비만 받겠다는 겁니다. 꼭 그러한 것을 바라서가 아니라, 살아가노라면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는 성사되기 어려운 일도 안면 하나 가지고서 무사통과되는 일도 허다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재산입니다. 특히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어 두세요. 언제 어디서일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무엇보다도 큰 재산이 될 테니까요.
그러면 마지막 재산 하나는 무엇일까요? 가끔 그런 경우가 있지요? 어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내가 이것을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회의에 빠지는 때가 있지요? 그럴 땐 눈 딱 감고, “에잇, 이까짓것!” 해 보세요. 예상 외로 일이 잘 풀려나갈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래요. 그렇다고요. 바로 그게 ‘자신감’ 아니겠어요? 자신감, 그거 무척 커다란 재산이랍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 그 재산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하면 된다’는 생각은 일종의 자기 암시, 자기 최면이 되는 것이거든요.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금년 프로야구 한국 시리즈 우승팀인 SK의 김성근 감독은 인하대생들을 대상으로 성공학 특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밀림에서 사자를 만났는데 화살은 한 개뿐이에요. 이거 실수하면 죽어요. 어떻게 해야 되겠어요?”
그는 화이트보드에 ‘일구무이(一球無二)’라는 사자성어를 썼다. 공 한 개에 최선을 다해야지 두 번 던질 공은 없다는 말이었다.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베스트를 해야지, 다음에 기회가 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김종문 기자. 중앙일보. 07.12.7.30면)
그렇습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서는 천명을 기다려야지요. 그것이 바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우리 선조들의 생활철학이었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젊은 여러분은 이 점을 별로 중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무엇보다도 먼저 건강에 유의하라는 말입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합니다. 이미 건강을 잃고 난 다음에는 그것을 회복하기란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지 못하면 어떤 커다란 이상도 실현시킬 수가 없습니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닙니다. 인생은 마라톤 경주입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원대한 미래를 향하여 높고높은 이상을 쏘아 올리시기 바랍니다. 저는 언제나 여러분의 그 이상을 위하여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성공하게 되는 것은 바로 제가 그 이상을 실현한 것과 같은 기쁨을 느낄 수가 있는 일이니까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원고지 20매 정도)
2007. 12. 10. 거북이 이 웅 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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