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쓰기 27) [수사법 ①비유법]
이 웅 재
‘수사(修辭)’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말이나 글을 다듬고 꾸며서 보다 아름답고 정연하게 하는 일. 또는 그런 기술.’(표준국어대사전)이다. 그것은 처음 그리스나 로마에서 정치연설이나 법정에서의 변론에 효과를 올리기 위한 화법(話法)의 연구에서 기원한 학문[rhetoric; 수사학]에서 유래하였다. 한마디로 효과적인 말하기의 기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수사법이 되겠는데, 글을 쓰는 사람들이 그것을 문학으로 끌어들인 개념이라고 하겠다. 그러다 보니 좁은 의미로서의 ‘효과적인 문장 표현 기법’쯤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나의 말이나 글을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더 확실하게, 더 실감 나게, 더 인상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오랜 기간 동안 고심하여 온 결과, 여러 가지의 문장 수사의 원리들을 개발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추상적인 내용을 구상화시키는 방법으로서 함축적인 의미를 부여해주는 연상 작용을 이용한 비유의 원리를, 진부하거나 평범한 내용을 신선하고 생동적인 느낌, 경이적인 감흥으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변화의 원리를, 그리고 어느 부분을 특별히 강렬한 인상으로서 상대방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강조의 원리를 발견하였다.
이제 그 중에서 먼저 비유의 원리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일례로 ‘마음이 아름답다.’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그 말에 대한 느낌은 너무나 막연하다. ‘마음이 꽃처럼 아름답다.’고 하면 그나마 어느 정도 실체가 잡히는 듯하다. ‘마음이 장미꽃처럼 아름답다.’고 하면, 보다 더 구체화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장미)꽃’이라는 보조적 개념이 필요해진다. 이 경우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인 ‘마음’을 원관념[原觀念, 본의(本義): tenor]이라고 하고, 그 원관념의 뜻을 구상화시키기 위하여 끌어다 쓰는 다른 관념, 즉 ‘(장미)꽃’을 보조관념[補助觀念, 유의(喩義):vehicle]이라고 한다. 비유란 근본적으로 ‘원관념: 보조관념’의 관계가 유사성 또는 동질성으로 맺어지는 형태를 띤다고 하겠다. 이를 문자식(文字式)으로 나타내보면, ‘A≒B(유사성의 관계)’나 ‘A=B(동질성의 관계)’로 표시할 수가 있다. 이 중에 A≒B는 직유, A=B는 은유라 할 수가 있고, 이 은유에서 활유, 의인, 의성, 의태법 등이 파생되어 나오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
①직유법(直喩法:simile)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서 서로 공유하는 부분적 속성을 직접 빗대어 A≒B라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두 관념 사이를 연결시키는 매개어가 필요하다. 매개어는 서로 간의 유사성을 나타내는 ‘마치, 흡사’, ‘-같이, -처럼, -듯(이), -양’, ‘같다, 양하다, 척(체)하다, 듯하다’ 등의 말을 사용한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관계가 매개어를 통하여 명시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명유법(明喩法)이라고도 한다.
예: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주요한, ‘빗소리’)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서정주, ‘국화 옆에서’)
♣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 그믐달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 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 한 달이다. (나도향, ‘그믐달’)
②은유법(隱喩法: metaphor)
원관념과 보조관념은이 동질성으로 이어지는 수사 기법이다. 따라서 그 형식은 매개어 없이 A=B라는 모습으로 직접 연결된다.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의 매개어가 없는 관계로 드러내고자 하는 동질성이 무엇인가는 자연히 암시적일 수밖에 없고 그런 까닭으로 암유법(暗喩法)이라고도 한다. 그 동질성의 내용을 알아내야 하는 것은 대부분 독자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유법보다는 좀더 고차적인 비유라 할 수가 있다. 은유법의 표현 형식으로는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종류가 사용된다.
㉮무엇은 무엇(이다).[A=B]
예: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민태원, ‘청춘 예찬’)…친절하게도 ‘지혜’와 ‘갑 속의 칼’의 동질성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었기에(날카로운), 형식적으로는 은유법이라 하겠지만, 실상 은 직유법적인 표현이라 할 수가 있다.
♣내 마음은 호수…동질성은 ‘맑음, 잔잔함, 아늑함’ 등 독자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다.
♣비는 내 누이동생/ 여름에 오는/ 그 아름답고 따뜻한 비가/ 축축한 공기 속을/ 귀엽 게 뛰고 귀엽게 달아난다. (렐벨그, ‘비는 내 누이동생’)
㉯무엇의 무엇[A의B: 소유격형 은유]
예: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우적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 가 있다. (이은상, ‘고지가 바로 저긴데’)
♣내 침실이 부활의 동굴임을 네야 알련만 (이상화, ‘나의 침실로’)…은유가 2중으로 사용 되었다. 그 하나는 ‘내 침실=부활의 동굴’(새로운 희망이 잉태되는 곳)이요, ‘부활의 동굴’은 다시 ‘부활 =동굴’(잉태되는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 습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B…원관념이 숨어 있어 상징에 가까운 은유라 하겠다. 원관념이 숨어 있기는 하지만, 그 비유가 사용된 문장, 또는 글 전체의 의미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그 원관념의 뜻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경우에는 상징이라기보다는 은유로 봄이 적절할 듯싶다.
예: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김광균, ‘추일 서정’)…원관념이 드러나 있지 않지만, ‘급행열차’라는 말로 하여 ‘조그만 담배 연기’는 ‘기차의 굴뚝에서 나는 연기’라는 점을 비교적 쉽사리 알 수 있도록 하여 주기 때문에, 상징으로 보기에는 무리라고 여겨진다.
*사은유(死隱喩: dead metaphor)
은유는 우리의 일상적 언어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어서 은유라는 사실조차 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을 사은유(死隱喩)라고 한다.
예: ♣책상다리
♣그 사람은 하는 짓이 꼭 황소야.…우직한 사람
♣어유, 저 돼지…뚱뚱한 사람
③활유법(活喩法: prosopopoeia)
무생물을 생물로, 비정물을 유정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대상을 생동감 있고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수사법이다.
예: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이 육사, ‘광야’)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 이 떨어진다. (박인환, ‘목마와 숙녀’)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더 먼저 일어난다. (김수영, 풀)
④의인법(擬人法: personification)
무생물을 생물로 비유하는 수사법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무생물이나 생물을 사람인 것처럼 인격화시키어 표현하는 기법이 의인법이다.
의인법은 어떤 대상에다가 자신의 감정을 투영시키는 감정이입(感情移入: empathy)에 의해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나의 감정→대상의 감정’이 감정이입이요, 이는 초보적 단계의 정신 작용이다. 어린애가 인형을 들고서 토닥거리면서, “얘야, 잘 자거라.”라고 한다면, 어린애의 감정이 대상인 인형에게 투영되고 있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한편,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는 사물은 흔히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네이버 지식 IN'에 의하면, 다음 시에서의 ‘접동새’와 같은 것이 바로 그 객관적 상관물이 된다고 한다.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든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엇습니다.//
누나라고 불너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엿습니다.//
아웁이나 남아 되는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니저 참아 못니저
야삼경(夜三更) 남 다자는 밤이 깁프면
이山 저山 올마가며 슬피웁니다. (김소월의 ‘접동새’)
그런가 하면, 객관적 상관물이 모두 다 감정이입은 아니라고 했다. 예컨대, 유리왕의 ‘황조가’에서의 꾀꼬리는 객관적 상관물이기는 하지만, 서정적 자아의 감정이 이입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화자의 감정과 관계가 있는 대상이나 사물은 객관적 상관물이 될 수 있지만, 그 대상이나 사물의 감정이 화자의 감정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을 때에는, 감정이입이라고 볼 수가 없다는 말이다.
한편, 감정이입과 유사한 것으로는 공감(共感: sympathy)이 있다. 이상섭의 “문학비평용어사전”(민음사, 1976, p.13.)을 보면, “…‘햄릿’을 보면서 내가 감정적으로 햄릿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고민을 동정하고 불쌍히 여기는 제3자의 감정이 곧 공감”이라고 했다. 이는 감정이입이 ‘나의 감정→대상의 감정’에 결합되는 정서적 작용이라고 한다면, 반대로 ‘대상의 감정→나의 감정’으로 나란히 서는 정서적 작용이 공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의인법이 사용된 작품으로는 일찍이 삼국사기에 실려 있는 신라 신문왕 때 설총이 지은 ‘화왕계(花王戒)’를 비롯하여, 고려 시대의 ‘공방전(孔方傳)’, ‘국선생전(麴先生傳)’ 등과 조선 시대의 ‘남령전(南靈傳)’, ‘주장군전(朱將軍傳)’, ‘관부인전(灌夫人傳)’, ‘천군연의(天君衍義)’ 등 많은 가전체(假傳體) 작품들이 있다.
⑤제유법(提喩法: synecdoche)
일부분으로 전체를 대신하게 한다든가, 특수한 것을 나타내는 명사를 전체 또는 일반적인 것을 지칭하는 의미로 확장시켜 사용하는 수사 기법을 제유법이라고 한다.
예: ♣빵 아니면 죽음을 달라. …빵→ 식량
♣약주를 들다.…약주→ 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들→국토
⑥환유법(換喩法: metonymy)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나타내기 위하여 그 속성이나 그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을 사용하여 표현하든가, 또는 기호물이나 소유물로써 그 기호자나 소유주를 드러내는 표현 기법이다.
예: ♣교편을 잡다.…교편→ 선생님
♣저기 사각모가 지나간다…사각모→대학생
♣그녀는 백의의 천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백의의 천사→ 간호사
※제유와 환유를 아울러 대유법(代喩法)이라 하기도 한다.
⑦풍유법(諷喩法: allegory)
풍자(諷刺: satire)하고자 하는 원관념을 숨기고 은연중에 다른 사물을 지칭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도록 독립된 문장이나 이야기의 형식으로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속담, 경구, 격언 등이나 이에 준하는 표현이 풍유법이다. 암시적 성격이 강하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많은 우화(寓話)나 이솝우화는 이야기 형식의 풍유법에 해당한다.
예: ♣등잔 밑이 어둡다.…가까운 곳을 주의하라.
♣빈 수레가 요란하다.… 속이 덜 찬 사물이나 사람이 오히려 더 아는 체하고 시끄럽다.
♣그렇지. 손가락으로 쇠뭉치를 뚫는 격이지요.(윤봉춘, ‘유관순’)
⑧의성법(擬聲法: omomatopoeia)
실감 나는 표현을 위하여 사물의 소리를 시늉해서 표현하는 수사 기법이다. 사성법(寫聲法), 성유법(聲喩法)이라고도 한다.
예: ♣층암 절벽상(層岩絶壁上)의 폭포수(瀑布水)는 콸콸, 수정렴(水晶簾) 드리운 듯, 이 골 물이 주루루룩, 저 골 물이 솰솰, 열에 열 골 물이 한데 합수(合水)하여 천방져 지방 져 소쿠라지고 펑퍼져, 넌출지고 방울져, 저 건너 병풍석(屛風石)으로 으르렁 콸콸 흐 르는 물결이 은옥(銀玉)같이 흩어지니, 소부 허유(巢父許由) 문답하던 기산 영수(箕山 潁水)가 예 아니냐. (작자 미상의 잡가, ‘유산가[遊山歌]’)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 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박두진, ‘묘지송[墓地頌]’)
♣물레 젓던 손도 맥이 풀려서/ '파!' 하고 붙는 어유(魚油) 등잔만 바라본다./ 북국(北 國)의 겨울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김동환, ‘국경의 밤’)
⑨의태법(擬態法:)
실감 나는 표현을 위하여 사물의 모양이나 빛깔, 또는 그 움직임의 모습을 시늉해서 표현하는 수사 기법이다. 시자법(示姿法)이라고도 한다.
예: ♣그 붉은 우흐로 훌훌 움직여 도는데, 처음 났던 붉은 기운이 백지(白紙) 반 장 넓이 만치 반듯이 비치며, 밤 같던 기운이 해 되어 차차 커 가며, 큰 쟁반만 하여 불긋불 긋 번듯번듯 뛰놀며, 적색(赤色)이 온 바다에 끼치며, 몬저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 며, 해 흔들며 뛰놀기 더욱 자로 하며, 항 같고 독 같은 것이 좌우로 뛰놀며, 황홀(恍 惚)히 번득여 양목(兩目)이 어즐하며, 붉은 기운이 명랑하여 첫 홍색을 헤앗고, 천중 (天中)에 쟁반 같은 것이 수렛바퀴 같하야 물 속으로서 치밀어 받치듯이 올라붙으며, 항, 독 같은 기운이 스러지고, 처음 붉어 겉을 비추던 것은 모여 소 혀처로 드리워 물속에 풍덩 빠지는 듯싶으더라. (의유당 연안 김씨, ‘의유당 관북 유람 일기[意幽堂 關北遊覽日記]’)
♣다만 가까운 데의 전나무, 잣나무들만이 대장부의 기세로 활개를 쭉쭉 뻗고,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것이 눈에 뜨일 뿐이었다. 모두 근심 없이 자란 나무들이었다. 청운(靑雲)의 뜻을 품고 하늘을 향하여 밋밋하게 자란 나무들이었다. 꼬질꼬질 뒤틀 어지고 외틀어지고 한 야산(野山) 나무밖에 보지 못한 눈에는, 귀공자와 같이 기품(氣 稟)이 있어 보이는 나무들이었다. (정비석, ‘산정무한’)
♣너 그른 내력을 들어보아라. 계집아이 행실로 추천(鞦韆)을 하량이면 네 집 후원 단 장(短墻) 안에 줄을 매고 남이 알까 모를까 은근히 매고 추천하는 게 도리에 당연함 이라, 광한루 멀잖고 또한 이곳을 논지할진댄 녹음방초 승화시라, 방초는 푸렀난데 앞내 버들은 초록장 두르고, 뒷내 버들은 유록장(柳綠帳) 둘러 한 가지 늘어지고 또 한 가지 펑퍼져 광풍에 겨워 흐늘흐늘 춤을 추는데, 광한루 구경처에 그네를 매고 네 가 뛸 때 외씨 같은 두 발길로 백운간에 노닐 적에 홍상 자락이 펄펄 백방사(白紡絲) 속곳 가래 동남풍에 펄렁펄렁, 박 속 같은 네 살결이 백운간에 희뜩희뜩, 도령님이 보시고 너를 부르시지 내가 무슨 말을 하단 말가. (열녀춘향수절가)
⑩중의법
하나의 말이나 어구에 두 가지 이상의 뜻을 드러내는 수사 기법이다. 일종의 어희적(語戱的) 성격이 강한 경우가 많다.
예: ♣昨年九月過九月 지난 해 9월에 구월산을 지나고
今年九月過九月 올 9월에 또 구월산을 지난다.
年年九月過九月 해마다 9월에 구월산을 지나니
九月山光長九月 구월산 풍경은 언제나 구월이구나. (김삿갓, ‘九月山’)
♣청산리 벽계수야 쉬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오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엇더리. (황진이의 시조)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옹기장수 옹기짐 지고 옹기죽옹기죽 넘어간다.
깨떡장수 깨떡짐 지고 깨떡깨떡 넘어간다.
엿장사 엿짐 지고
엿근엿근 넘어간다. (구전, '넘어간다')
⑪상징법
상징을 의미하는 말 'symbol'은 부호, 증표, 표시라는 뜻을 가진다. 말하자면, 하나의 기호[Sign]로써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상징이다. 그것의 ‘원관념(A): 보조관념(B)’의 관계는 ‘B(A)’라고 할 수가 있는 것으로, 고차적인 은유, 은유에서 원관념이 생략된 것으로 이해할 수가 있다.
비유(특히 은유)와 상징은 매우 유사하면서도 근본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는데, 비유는 그 구조가 아무리 복잡한 것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원관념의 파악이 가능하지만, 상징은 원칙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상징은 비유법의 범주에서 다루기 힘든 측면이 있다. 상징에서의 ‘B:A’의 관계는 ‘1:다(多)’이다. 이런 의미에서 상징 중에서도 ‘창조적 상징’은 문학적 수사 기법 중 가장 뛰어난 기법이라고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상징은 다시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원형 상징
이상섭의 “문학비평용어사전”(민음사, 1976, p.214.)은, “문자적 의미대로 하자면 ‘원형’ 은 근본적인 형식으로서, 그것으로부터 많은 실제적 개체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을 말한 다.”고 하였다. 말하자면, 어떤 사물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양상을 원형(原型: Archetype)이라고 부른다는 것인데, 이는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의 가지”라는 비교인류 학의 명저(名著)와 융의 심층심리학 연구가 문학비평에 영향을 끼친 후부터 관심을 끌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노드롭 프라이가 “비평의 해부”에서 문학을 원형들의 수용 양상의 면에서 포괄적으로 다룸으로써 문학비평은 곧 원형의 추적이라는 설이 확립되었다고 한다.
원형이란 모든 인류에게 공통적인 의미를 띠는 상징이다. (‘태양'은 광명, '어둠'은 죽음, '물'은 여 성을 상징하는 것 따위)
그런가 하면, 원형은 어떤 민족 내지 인종이 똑같은 경험을 반복하는 가운데 일정한 정신 적 반응을 보이게 됨으로써 특유의 집단적 무의식을 갖기에 이르게 된 것을 가리키기도 한 다. 그리고 이는 특히 신화(神話)나 전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단 군신화에 나오는 '신단수'는 곧 세계수이며 우주목이어서,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기둥구실 을 하는 천제(天梯)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존재로 서낭나무의 원형으로 볼 수 있는 것 따 위가 그것이다.
㉯관습적 상징
사람들 사이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하여 사용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징을 관습적 상징이라고 한다. 전통적 상징, 제도적 상징이라고도 한다. 원관념 대 보조관념이 전통에 의해 굳어졌으므로 은유의 경우나 마찬가지로 1:1로 대응된다.
예: ♣십자가…기독교
♣비둘기…평화,
♣매화… 지조, 절개
㉰창조적 상징
창조적 상징은 문학 작품에서 가장 바람직한 수사 기교라고 할 수가 있겠다. 개인적 상징 으로 작가가 자신의 여러 작품 속에서 특수한 의미로 즐겨 사용하여 개인적으로 정착시킨 상징이다. 사적(私的) 상징, 개인적 상징, 문학적 상징이라고도 한다.
예: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서정주, ‘국화 옆에서’)
…내 누님같이 생긴 꽃(국화)→ 인생의 모든 시련을 겪은 40대의 원숙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 그 붉은 산수유 열매…. (김종길, 성탄제)
…산수유 열매 → 아버지의 사랑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꽃→ 의미 있는 존재
※위와 같은 상징은 나름대로 그 원관념을 추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지만, 허만 멜빌의 “백경(白鯨)”과 같은 작품의 상징 의미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얼핏 ‘거 대한 자연의 힘’을 생각해낼 수도 있으나, ‘제도’, ‘운명’ 등, 생각하기에 따라서 얼마든 지 그 상징성은 바뀔 수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동적(動的) 구조’ 속에서 계속 하여 변신을 거듭해 나가는 ‘살아있는 상징’은 아닐는지?
※때에 따라서는 위에서 말한 바의 3가지 상징 중에서 2가지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공유 하기도 한다. 다음 시를 보자.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 높 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윤동주, 십자가)…‘십자가’의 의미는 전통적 상징으로 본다 면 ‘기독교’나 ‘자기 희생의 의지, 자기 구원의 암시’ 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가 있지만, 그것을 창조적 상징으로 볼 경우에는 ‘도덕적 순결성의 지향, 또는 목표’ 등으로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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