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講 16. [春香傳(抄)]
☆신재효(申在孝); 1812(순조 12)∼1884(고종 21).
조선 후기의 판소리 이론가·개작자·후원자. 본관은 평산(平山). 자는 백원(百源), 호는 동리(桐里). 전라남도 고창 출생. 아버지 광흡(光洽)은 경기도 고양 사람으로 한성부에서 직장(直長)을 지내다가 고창현의 경주인(京主人)을 하던 선대의 인연으로 고창에 내려와 관약방(官藥房)을 하여 재산을 모았다.
그는 아버지가 마련한 기반을 바탕으로 35세 이후에 이방으로부터 시작하여 호조참판으로 동지중추부사를 겸하였다.
그는 자신의 넉넉한 재력을 이용하여 판소리 광대를 모아 생활을 돌보아 주면서 판소리를 가르치기도 하였다.
진채선(陳彩仙) 등의 여자 광대를 길러 내어 여자도 판소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광대가」를 지어서 판소리의 이론을 수립하였는데, 인물·사설·득음(得音)·너름새라는 4대 법례를 마련하였다.
만년에는「춘향가」,「흥보가」,「심청가」,「토별가」,「적벽가」,「변강쇠가」의 판소리 여섯마당을 골라서 그 사설을 개작하여, 작품 전반에 걸쳐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구성을 갖추게 하고, 상층 취향의 전아(典雅)하고 수식적인 문투를 많이 활용하였다.
*판서(判書): 조선의 정 2품 당상관직이며, 행정을 맡아보는 주요 관서인 육조의 우두머리 관직이다. 오늘날의 장관에 해당한다.
참판(參判): 조선의 종2품 당상관직으로 각 조의 수장인 판서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였다. 또한 각 조의 예하기관을 감독하는 제조(提調)의 업무도 겸했다. 오늘날의 차 관이다.
*진채선(陳彩仙 1842~?): 전북 고창(高敞) 생(生). 최초의 여류 명창.
*득음(得音): 모든 소리를 자유자재로 낼 수 있는 경지를 일컬음. 성대 결절(結節)에 의해 이루어짐.
*너름새=발림=사체(四體).
*경주인(京主人); 조선시대 중앙과 지방관청의 연락사무를 담당하기 위해 지방 수령이 서울에 파견한 아전 또는 향리. 중앙과 지방과의 문서 전달, 지방에서의 각종 상납물이 기일 내에 도착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납(代納)의 책임도 졌다.
특히, 대납의 과정에서 이들 경주인은 중앙과 지방의 각종 세력과 결탁, 먼저 공물을 대납하고 나중에 몇 배의 이자를 붙여 지방 관청에 요구하여 많은 이득을 보았다.
☆春香傳 解題
조선 후기 영·정조 무렵에 이루어졌을 것으로 믿어지는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로 우리나라 고전소설의 백미(白眉)이다. 국문소설, 염정소설, 판소리계소설에 해당한다.
향토적인 배경, 비교적 사실적인 묘사 등 근대적 요소도 찾아볼 수 있으며, 주주제(主主題) 또는 표면적 주제는 정절(貞節)이지만, 이면적 주제는 탐관오리의 규탄, 계급 타파, 인간성 회복 등을 들 수도 있어 사회소설적인 면모도 지닌다.
경판본(京板本) “춘향전”(스토리 위주, 산문체)의 비교적 단형(短形; 16장본 7,000자 안팎)에서부터 완판본(完板本) “열녀춘향수절가”(烈女春香守節歌; 창곡 위주, 운문체, 84장본 2만 자 정도) 이외에도 원춘향전계로 보이는 장편(무려 10만여 자)의 필사본 “남원고사(南原古詞)” 등 근 110여 종에 달하는 판본이 있다. 이해조(李海朝)에 의하여 신소설 “옥중화(獄中花)”로 개작되기도 하였다. 최초의 춘향전은 1754년(영조 30)경에 유진한(柳振漢)이 지은 漢詩本인 “晩華本春香歌”(원제목은 “歌詞春香歌二百句”)이다.
이 작품은 소설로서뿐만 아니라 판소리·희곡·시나리오·오페라 등의 다양한 형태로 개작되었다. 이에 따라 제목도 “춘향전”·“춘향가”·“열녀춘향수절가”·“廣寒樓記”·“廣寒樓樂府”·“남원고사”·“獄中花”·“獄中佳人” 등으로 다양하게 붙여졌다.
한편, 판소리계 소설은 '근원 설화→판소리 사설→고전소설→신소설'로서의 형성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 대표적인 판소리계 소설의 형성과정을 도식화해 보인다.
근원설화 |
판소리 사설 |
고전소설 |
신소설 |
암행어사(박문수 등), 남원 추녀(박색터,伸寃 ), 열녀(지리산녀), 艶情(李源命 “東野彙輯”의 成世昌), 明鏡玉指環 교환 설화(西廂記) 등 |
춘 향 가
|
춘 향 전
|
獄 中 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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唐 段成式 “酉陽雜俎續集”의 旁㐌說話(金錐說話) |
興 甫 歌 (박타령) |
興 夫 傳 |
燕 의 脚 |
孝女知恩說話 |
沈淸歌 |
沈 淸 傳 |
江 上 蓮 |
龜兎之說 |
水宮歌 |
鼈主簿傳 |
兎 의 肝 |
♣春香傳(抄); 閔濟 校註
이때는 三月이라 일렀으되 五月 端午日이었다.1) 天中之佳節2)이라. 이때 月梅 딸 春香이도 또한 詩書 音律이 능통하니 天中節을 모를소냐. 鞦韆3)을 하랴 하고 香丹이 앞세우고 내려올 때, 蘭草같이 고운 머리 두 귀를 눌러 곱게 땋아 金鳳釵4)를 整齊하고 羅裙5)을 두른 허리 未央6)의 가는 버들 힘이 없이 듸운 듯 아름답고 고운 태도 아장거려 흐늘거려, 가만가만 나올 적에 長林 속으로 들어가니 綠陰芳草 우거져 금잔듸 좌르륵 깔린 곳에 黃金 같은 꾀꼬리는 雙去雙來 날아들 때, 茂盛한 버들 百尺丈高 높이 매고 鞦韆을 하려 할 때 水禾有紋7) 草綠 장옷8) 藍紡紗9) 홑단10) 치마 훨훨 벗어 걸어 두고, 紫朱 英綃11) 繡唐鞋12)를 썩썩 벗어 던져두고, 白紡絲13) 진솔14) 속곳 턱 밑에 훨씬 추고 軟熟麻 鞦韆 줄을 纖纖玉手 넌짓 들어 兩手에 갈라 잡고, 白綾 버선 두 발길로 섭적 올라 발 구를 때, 細柳 같은 고운 몸을 단정히 노니는데 뒷 丹粧 玉비녀 銀竹節15)과 앞치레 볼작시면 蜜花粧刀16) 玉粧刀며 月光紗17) 겹저고리 제 색 고름에 態가 난다.
“香丹아 밀어라.”
한 번 굴러 힘을 주며 두 번 굴러 힘을 주니 발밑에 가는 티끌 바람 좇아 펄펄 앞뒤 점점 멀어가니 머리 위에 나무 잎은 몸을 따라 흐늘흐늘 오고 갈 때, 살펴보니 綠陰 속에 紅裳 자락이 바람결에 내비치니 九萬長天 白雲間에 번개불이 쐬이는 듯, 瞻之在前忽焉後18)라, 앞에 얼른 하는 양은 狂風에 놀란 胡蝶 짝을 잃고 가다가 돌치는 듯, 巫山仙女19) 구름 타고 陽臺上에 내리는 듯, 나무 잎도 물어보고 꽃도 질끈 꺾어 머리에다 실근실근,
“이애 香丹아, 그네 바람이 毒하기로 정신이 어찔한다. 그넷줄을 붙들어라.”
붙들려고 無數히 進退하며 한창 이리 노닐 적에 시냇가 盤石上에 玉비녀 떨어져 琤琤하고, “비녀 비녀” 하는 소리 珊瑚釵20)를 들어 玉盤을 깨치는 듯, 그 태도 그 形容은 세상 인물 아니로다.
燕子三春 飛去來는 李道令 마음이 울적하고 그 정신 어찔하여 별 생각이 다 나것다. 혼잣말로 譫語21)하되
“五湖22)에 扁舟 타고 范少伯23)을 좇았으니 西施24)도 올 리 없고, 垓城25) 月夜에 玉帳悲歌로 楚霸王26)을 이별하던 虞美人27)도 올 리 없고, 丹鳳闕28) 下直하고 白龍堆29) 간 연후에 獨留靑塚하였으니 王昭君30)도 올 리 없고, 長信宮31) 깊이 닫고 白頭吟32)을 읊었으니 班婕妤33)도 올 리 없고, 昭陽宮34) 아침날에 侍側35)하고 돌아오니 趙飛燕36)도 올 리 없고 洛浦仙女ㄴ가 巫山仙女ㄴ가.”
도령님 魂飛中天하여 一身이 고단이라. 진실로 未婚之人이로다.
"通引37)아."
"예."
"저 건너 花柳中에 오막가락 희뜩희뜩 얼른얼른하는 게 무엇인지 자세히 보아라."
通引이 살펴보고 여쭈오되,
"다른 무엇 아니오라, 이 골 妓生 月梅 딸 春香이란 계집아이로소이다."
道令님이 엉겁결에 하는 말이,
"장히 좋다. 훌륭하다."
通引이 아뢰되,
"제 어미는 妓生이오나 春香이는 도도38)하여 妓生 구실39) 마다하고 百花草葉에 글자도 생각하고 女工才質이며 文章을 兼全하여 閭閻處子40)와 다름이 없나이다."
道令 허허 웃고 房子를 불러 분부하되,
"들은즉 妓生의 딸이라니 급히 가 불러 오라."
房子놈 여쭈오되,
"雪膚花容41)이 남방에 유명키로 方42), 僉使43), 兵府使44), 郡守, 縣監, 官長님네 엄지발가락이 두 뼘가웃씩 되는 양반 誤入匠이들도 무수히 보려 하되, 莊姜45)의 色과 姙姒46)의 德行이며 李杜47)의 文筆이며, 太姒의 和順心과 二妃48)의 貞節을 품었으니 今天下之絶色이요, 萬古女中君子오니, 황공하온 말씀으로 招來하기 어렵내다."
道令 大笑하고,
"房子야 네가 物各有主49)를 모르는도다. 荊山白玉50)과 麗水黃金51)이 임자 각각 있나니라. 잔말 말고 불러 오라."
房子 분부 듣고 春香 招來 건너갈 때 맵시 있는 房子 녀석 西王母 瑤池宴52) 편지 전턴 靑鳥(청조)같이 이리저리 건너가서,
"여봐라, 이 애 春香아."
부르는 소리에 春香이 깜짝 놀래어,
"무슨 소리를 그 따위로 질러 사람의 정신을 놀래느냐."
"이 애야, 말 마라, 일이 났다."
"일이라니 무슨 일."
"사또 子弟 道令님이 廣寒樓에 오셨다가 너 노는 모양 보고 불러오란 영이 났다."
春香이 화를 내어.
"네가 미친 자식일다. 道令님이 어찌 나를 알아서 부른단 말이냐. 이 자식 네가 내 말을 종지리새53) 열씨54) 까듯 하였나 보다."
"아니다. 내가 네 말을 할 리가 없으되, 네가 글치55) 내가 글냐. 너 그른 來歷을 들어 보아라. 계집아이 행실로 鞦韆을 하량이면 제 집 後園 短墻56) 안에 줄을 매고 남이 알까 모를까 은근히 매고 鞦韆하는 게 道理에 당연함이라. 廣寒樓 멀잖고 또한 이곳을 論之할진댄 綠陰芳草 勝花時라, 芳草는 푸렀난데 앞내 버들은 草綠帳 두르고, 뒷내 버들은 柳綠帳 둘러 한 가지 늘어지고 또 한 가지 펑퍼져 狂風에 겨워57) 흐늘흐늘 춤을 추는데, 廣寒樓 求景處에 그네를 매고 네가 뛸 때 외씨 같은 두 발길로 白雲間에 노닐 적에 紅裳 자락이 펄펄 白紡紗 속곳 가래 東南風에 펄렁펄렁, 박속 같은 네 살결이 白雲間에 희뜩희뜩, 道令님이 보시고 너를 부르시지 내가 무슨 말을 하단 말가. 잔말 말고 건너가자."
春香이 대답하되,
"네 말이 당연하나 오늘이 端午日이라, 비단 나뿐이랴. 다른 집 處子들도 예 와 함께 鞦韆하였으되 그럴 뿐 아니라, 설혹 내 말을 할지라도 내가 지금 時仕58)가 아니어든 閭閻59) 사람을 呼來斥去60)로 부를 리도 없고 부른대도 갈 리도 없다. 당초에 네가 말을 잘못 들은 배라."
방자 裏面61)에 볶이어 廣寒樓에 돌아와 道令님께 여쭈오니 道令님 그 말 듣고,
"기특한 사람일다. 言則是也62)로되, 다시 가 말을 하되 이리이리 하여라."
房子 傳喝63) 모아 春香에게 건너가니 그 새에 제 집으로 돌아갔거늘, 저의 집을 찾아가니 母女間 마주 앉아 점심밥이 方將64)이라. 房子 들어가니,
“너 왜 또 오느냐.”
“황송타. 道令님이 다시 傳喝하시더라. 내가 너를 妓生으로 앎이 아니라 들으니 네가 글을 잘 한다기로 청하노라. 閭家65)에 있는 處子 불러 보기 聽聞에 怪異하나 嫌疑로 알지 말고 잠깐 와 다녀가라 하시더라.”
春香의 度量66)한 뜻이 緣分되려고 그러한 지 홀연히 생각하니 갈 마음이 나되 母親의 뜻을 몰라 沈吟良久67)에 말 않고 앉았더니, 春香母 썩 나 앉아 정신없게 말을 하되,
“꿈이라 하는 것이 全數68)이 虛事가 아니로다. 간밤에 꿈을 꾸니 난데없는 靑龍 하나 碧桃池69)에 잠겨 보이거늘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하였더니 우연한 일 아니로다. 또한 들으니 사또 子弟 道令님 이름이 夢龍이라 하니 꿈 夢字 용 龍字 신통하게 맞추었다. 그러나 저러나 兩班이 부르시는데 아니 갈 수 있겠느냐. 잠깐 가서 다녀오라.”
春香이가 그제야 못 이기는 체로 겨우 일어나 廣寒樓 건너갈 제 大明殿70) 대들보의 명매기71) 걸음으로, 陽地 마당에 씨암탉 걸음으로, 백모래 바다 금자라 걸음으로 月態花容 고운 태도 緩步로 건너갈 새 흐늘흐늘 越 西施 土城習步72)하던 걸음으로 흐늘거려 건너올 제, 道令님 欄干에 절반만 비겨서서73) 宛宛히 바라보니 春香이가 건너오는데 廣寒樓에 가까운지라. 道令님 좋아라고 자세히 살펴보니 夭夭貞靜74)하여 月態花容이 세상에 無雙이라. 얼굴이 조촐하니 淸江에 노는 鶴이 雪月에 비침 같고 丹脣皓齒75) 半開하니 별도 같고 玉도 같다. 臙脂를 품은 듯 紫霞裳76) 고운 태도 어린 안개 夕陽에 비치운 듯 翠裙77)이 영롱하여 文彩는 銀河水 물결 같다. 蓮步78)를 정히 옮겨 天然히 樓에 올라 부끄러이 서 있거늘 通引 불러
“앉으라고 일러라.”
春香의 고운 태도 斂容79)하고 앉는 거동 자세히 살펴보니 白石蒼波 새 비 뒤에 목욕하고 앉은 제비 사람을 보고 놀라는 듯, 별로 단장한 일 없이 天然한 國色80)이라. 玉顔을 相對하니 如雲間之明月81)이요 丹脣을 半開하니 若水中之蓮花82)로다. 神仙을 내 몰라도 瀛州에 놀던 仙女 南原에 謫居83)하니 月宮에 뫼던84) 仙女 벗 하나를 잃었구나. 네 얼굴 네 태도는 세상 인물 아니로다.
이때 春香이 秋波85)를 잠깐 들어 李道令을 살펴보니 今世의 豪傑이요 塵世間86) 貴男子라. 天庭87)이 높았으니 少年功名할 것이요 五嶽88)이 朝歸하니 輔國89)忠臣 될 것이매, 마음에 흠모하여 蛾眉90)를 숙이고 斂膝端坐91) 뿐이로다. 李道令 하는 말이,
“聖賢도 不娶同姓92)이라 일렀으니 네 姓은 무엇이며 나이는 몇 살이뇨?”
“姓은 成가옵고 年歲는 十六세로소이다.”
李道令 거동 보소.
“허허 그 말 반갑도다. 네 年歲 들어하니 나와 同甲 二八이라. 姓字를 들어보니 天定93)일시 분명하다. 二姓之合 좋은 緣分 平生同樂하여 보자. 너의 父母 俱存하냐?”
“偏母下로소이다.”
“몇 兄弟나 되느냐?”
“六十當年 나의 母親 無男獨女 나 하나요.”
“너도 남의 집 귀한 딸이로다. 天定하신 연분으로 우리 둘이 만났으니 萬年樂을 이뤄 보자.”
春香의 거동 보소 八字 靑山94) 찡그리며95) 朱脣96)을 半開하여 가는 목 겨우 열어 玉聲으로 여쭈오되,
“忠臣은 不事二君97)이요, 烈女不更二夫節98)은 옛글에 일렀으니 道令님은 貴公子요 少女는 賤妾이라. 한 번 託情한 연후에 인하여 버리시면 一片丹心99) 이내 마음 獨宿空房100) 홀로 누워 우는 恨은 이내 신세 내 아니면 누가 길고101), 그런 분부 마옵소서.”
李道令 이른 말이,
“네 말을 들어 보니 어이 아니 기특하랴. 우리 둘이 因緣 맺을 적에 金石牢約102) 맺으리라. 네 집이 어디메냐.”
春香이 여쭈옵되,
“房子 불러 물으소서.”
李道令 허허 웃고,
“내 너더러 묻는 일이 虛荒하다. 房子야.”
“예.”
“春香의 집을 네 일러라.”
房子 손을 넌지시 들어 가리키는데,
“저기 저 건너 동산은 鬱鬱하고 蓮塘은 淸淸한데 養魚生風103)하고 그 가운데, 琪花瑤草104) 爛漫하여 나무나무105) 앉은 새는 豪奢를 자랑하고 巖上의 굽은 솔은 淸風이 건듯 부니 老龍이 굼니는 듯106) 門 앞의 버들 有絲無絲陽柳枝요, 들축107) 側柏108) 전나무며, 그 가운데 杏子木109)은 陰陽을 좇아 마주 서고, 草堂 門前 梧桐 대추나무 깊은 산중 물푸레나무 葡萄 다래 으름110) 넌출 휘휘친친 감겨 短墻 밖에 우뚝 솟았는데 松亭 竹林 두 사이로 隱隱히 보이는 게 春香의 집입니다.”
道令님 이른 말이,
“墻苑111)이 淨潔하고 松竹이 鬱密하니 女子 節行 可知로다.”
春香이 일어나며 부끄러이 여쭈오되,
“時俗人心112) 고약하니 그만 놀고 가겠내다.”
道令님 그 말을 듣고,
“기특하다. 그럴 듯한 일이로다. 오늘 밤 退令113) 후에 너의 집에 갈 것이니 恝視114)나 부디 마라.”
春香이 대답하되
“나는 몰라요.”
“네가 모르면 쓰겠느냐. 잘 가거라. 今夜에 相逢하자.”
樓에 내려 건너가니 春香母 마주 나와,
“애고 내 딸 다녀오냐. 道令님이 무엇이라 하시더냐.”
“무엇이라 하여요. 조금 앉았다가 가겠노라 일어나니 저녁에 우리 집 오시마 하옵데다.”
“그래, 어찌 대답하였느냐.”
“모른다 하였지요.”
“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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