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쓰기

(수필 쓰기 32) [문장 고치기 ③]

거북이3 2009. 9. 21. 11:52

 

수필 쓰기 32 [문장 고치기 ③].hwp

(수필 쓰기 32)  [문장 고치기 ③]


                                                                      이   웅   재


 때에 따라서는 토씨 하나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가 있음은 숙지해야 한다. 다음의 예를 보도록 하자.


☆토씨 하나로 300억 날릴 뻔

 “어떤 모든 원천징수세도 A사가 부담한다”계약서 문구 국제 분쟁

외국사 “도=또한, 딴 세금도 내라”…“강조 뜻” 주장 국내업체 이겨

권석천 기자. 게재일 : 2009년 07월 02일  [중앙일보 30면]

     

 국내 대기업 A사는 2001년 신항만 건설에 나서면서 유럽 기업인 B사에 항만 준설을 맡겼다. 그런데 3년 후 두 회사 사이에 분쟁이 생겼다. 국세청이 B사의 초대형 준설선을 국내 고정사업장으로 보고 B사에 300억원대의 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을 부과한 것이다. B사 측은 “준설공사를 맡긴 A사에서 세금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A사 측은 “B사에 부과된 법인세 등을 우리가 왜 내느냐”고 맞섰다.

 결국 두 회사는 2007년 5월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을 통해 국제중재 절차에 들어갔다. 캐나다의 헨리 알바레스 변호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재인들로 중재판정부가 구성됐다. 두 회사가 국내 대형 로펌들을 각각 대리인으로 선임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변론이 진행됐다.

 공방 과정에서 계약서에 기재된 ‘조사’ 하나가 핵심 쟁점으로 등장했다. “어떤 모든 원천징수세도 A사가 부담한다”는 문구를 두고 B사 측이 “한국어 조사 ‘도’는 ‘또한(also)’이라는 의미”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원천징수세 또한 A사가 부담한다’는 뜻인 만큼 원천징수세가 아닌 법인세 등 다른 세금도 A사가 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A사 측은 “한국어에서 ‘어떤 ~도’는 강조의 의미를 담은 것이란 점에서 ‘또한’과는 다르다”며 “문제의 문구는 원천징수세만 부담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어떤 변호사도 이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고 할 경우 변호사를 강조한 것이지, 다른 직업까지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외국인들로 구성된 중재판정부는 양측이 주장을 굽히지 않자 동시통역사에게 물었다. 동시통역사는 A사 측의 해석이 옳다는 의견을 내놨다. 중재판정부는 양측이 제시한 서류와 변론 결과 등을 검토한 끝에 최근 A사의 손을 들어줬다.

 A사를 대리했던 법무법인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조사 하나에 수백억원이 걸린 분쟁의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기업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임 변호사는 “만약의 분쟁에 대비해 계약서 작성시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정확하게 문구를 다듬어야 한다”면서 “계약 과정에서 오갔던 서류들을 잘 정리하는 것은 물론, 협의 내용을 문서로 남겨두는 치밀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6년 캐나다에서는 한 정보통신 회사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에 쉼표를 잘못 찍는 바람에 20억원의 손해를 보기도 했다.


 ‘띄어쓰기’는 또 어떤가? 이 띄어쓰기의 중요성에 관한 문제는 이미 ‘수필 쓰기 9’에서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다음과 같은 한 가지 문제만을 보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살길 / 살 길

 경제 상황이 정말 어렵다. 자본주의 금융체제의 바탕을 흔들 만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진짜로 힘든 중산층과 서민층·저소득층은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이런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방도는 어디에 있으며 우리나라의 활로(活路)는 무엇인가. ‘활로’는 ‘곤란을 헤치고 살아 나갈 수 있는 길’을 뜻한다. 우리말로 하면 ‘살길’이다.

 다음 예문을 보자. “한국 IT업체들이 살 길은 무엇인가?” 이것을 보고 대뜸 “아, 사전에 한 단어로 나오니까 ‘살 길’을 ‘살길’로 붙이자.” 그럼 어떻게 될까. “한국 IT업체들이 살길은 무엇인가?” 이 문장은 비문(非文)이다. 주어가 두 개이기 때문이다.

 ‘살길’을 살리려면 주어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즉 “한국 IT업체들의 살길은 무엇인가?”로. “한국 IT업체들이 살 길은 무엇인가?”에서 ‘살’의 주어는 ‘한국 IT업체들이’가 된다. “한국 IT업체들의 살길은 무엇인가?”란 문장에서 주어는 ‘살길은’이다.

 “한국 IT업체들이 살 길은 무엇인가?” “한국 IT업체들의 살길은 무엇인가?”, 이 두 문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으나 문장 구조는 다르다. 우리말의 띄어쓰기가 정말 어렵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최성우 기자.  2008.11.07 00:32 입력 / 2008.11.07 03:07 수정) 

 

 자, 이제 몇몇 잘못된 글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 엄마 좀 잡아가세요”

[황당 뉴스] [중앙일보]

공무원 시험 닦달하자 딸이 경찰에 폭행신고

임현욱 기자 [gus@joongang.co.kr] 

2009.03.26 02:22 입력 / 2009.03.26 02:42 수정


 이씨는 계속해서 “공무원 시험은 치지 않겠다”고 버텼고, 김씨는 노란 고무줄을 튕겨 이씨의 손등을 때렸다. 자리를 피하려는 딸의 어깨를 세게 잡으며 “어딜 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때 갑자기 이씨가 전화기를 들고 ‘엄마가 나를 폭행한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시험은 ‘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치르는’ 것이다. ‘시험을 쳐야 했습니다.’와 같은 문장은 당연히 ‘시험을 치러야 했습니다.’로 고쳐야 한다. ‘헤엄’이라면 ‘치는’ 것이 맞다.


“조오련은 1980년 대한해협을 13시간 16분 만에 횡단하고, 1982년 도버해협을 9시 35분 만에 횡단하면서 '아시아의 물개'로 불리며 명성을 떨쳤다.”

                                   (joins. 스포츠연예. 2009.08.07.)


이런 경우에는 헤엄을 ‘쳐서’ 횡단한 것이지만, ‘시험’이란 백 번 ‘쳐도’ 고시 합격을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다음은 필자가 시도하였던 인터넷 ‘카페’에서의 ‘문장 고치기’와 관련된 구체적인 문답의 내용이다. 참고하기를 바란다.


 *다음 문장을 고쳐 보세요.


지겹게 쏟아 대는 올 여름의 비였다. (이 짧은 문장은 이규태 씨가 쓴 글의 일부임을 밝혀둔다.)


 이에 대한 댓글은 4개였는데, 그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①토토; 지겹게 쏟아 대던 올 여름의 비였다....?

 ♣답글 거북이; 우선 주어진 글에는 주어가 없다는 점에서부터 생각을 풀어나가기로 해야 하겠네요. 05.05.04 20:21

 ② 박하향기; 이 게시판이 참 즐거운 코너가 되겠네요. 그런데 문제가 점점 어려워지네요. 애고 답답혀라.

 '올 여름에 비가 지겹게 쏟아 댔다.' 자꾸 틀리다보면 배우는 것도 많아지겠지요?

 ♣답글 거북이; 댓글을 익명으로 처리하는 기능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배운다고 생각하면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05.05.05 07:32

 ③Echo;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렵게 생각됩니다. 우선 시제도 틀리고... 주어를 앞으로 빼내서 쓴다면 쉽기는 한데... '올 여름에는 비가 지겹게도 쏟아졌다.' ...? 05.05.05 17:54

 ♣답글 거북이; 의미상으로는 거의 완벽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앞 문제에서도 말했듯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지겹게 쏟아대는)를 바꿨네요. 게다가 감탄조사 '도'가 하나 덧붙었구요. 05.05.06 08:15

 ④Echo 아! '지겹게 쏟아대는'을 바꾸지 말아야 되겠군요. 에코! 그럼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봐야죠?..ㅠㅠ 에고 정말 답답혀라. 여러분들 도와주세요~# 05.05.06 22:10

♣답글 거북이; '지겹게 쏟아진 것이 올 여름의 비였다.'쯤이면 될 것 같습니다. 주어도 만들어 넣었고, '쏟아 대던'의 타동사도 자동사로 되었고, 시제도 앞뒤 호응이 되고, 주제도 살려준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05.05.09 09:05


 *다음 문장을 고쳐 보세요.


아침 일찌기 일어나 부랴부랴 시험을 치려고 학교엘 가지만, 기왕 시험이 치루어진 다음이였다.

   

 ①토토 ; 아침 일찍 일어나 시험을 치려고 부랴부랴 학교엘 갔건만, 이미 시험은 치루어진 다음이었다...? 05.05.09 10:05

 ♣답글 거북이; 시험은 '치다'가 아니고 '치르다'라고 해야 합니다. 05.05.09 10:42

 ②Echo ; "시험을 치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학교에 갔지만, 이미 시험이 치뤄진 다음이었다." 05.05.09 19:27

 ♣답글 거북이 ; 다시 한 번, 시험은 '치르다'가 기본형입니다. '으탈락 용언'이지요. '치르'에 의도형 어미 '려고'가 결합되면 '치르려고'가 됩니다. 물론 '치뤄진'도 고쳐야 될 것이고요. 그리고 '일찍'도 되지만, '일찌기'를 살려주는 것도 좋겠지요. 물론 표기는 바르게 해서요. 힌트가 너무 많았나요? 05.05.09 20:01

 ③옹달샘 ; 시험을 치르려고 아침 일찌기 일어나 학교에 부랴부랴 갔지만, 이미 시험은 치루어진 뒤였다. 에고 어려워라. 05.05.09 23:12

 ♣답글 거북이 ; '일찌기'와 '치루어진'은 역시 고쳐지지 않았네요. 05.05.10 07:56

 ④Echo ; "시험을 치르려고 아침 일찍이 일어나 부랴부랴 학교에 갔지만, 이미 시험이 치러진 다음이었다."~?...교수님, 이음새님들 좋은 시간 보내세요. 저도 잘 다녀 올께요~* 05.05.12 09:09

 ♣답글 거북이 ; 공부를 하려고 학교에 갔다. 공부를 하러 학교에 갔다. 어느 쪽이 맞지요? '-려고'(의도형)는 주로 '-하다'앞, '-러(목적형)'는 주로 '-오다, -가다' 앞에 사용됩니다. 05.05.13 10:27

 ⑤Echo "아침 일찍이 일어나 시험을 치러 학교에 부랴부랴 갔지만, 시험은 이미 치러진 다음이었다." 인가요?... 저 잘 다녀왔습니다요. 05.05.18 15:04

 ♣답글 거북이 ; '치러'가 '치르러'로만 되면 짱입이다요. 뒤쪽의 '시험이'가 '시험은'으로 된 것은 아주 좋았습니다. 강조가 되니까요. 조금 더 바란다면 시간성을 분명히 하기 위한 말이 '아침' 앞에 덧붙으면 좋겠구요. 나는 (그날) 아침 일찍이 일어나 시험을 치르러 부랴부랴 학교로 갔지만, 시험은 이미 치러진 다음이었다. 05.05.18 18:13


 *다음 문장을 고쳐 보세요.

 

어머니의 외출은 최근에 제주도를 가셨을 때였다.


 ①토토 ; 어떻게 고쳐야 하는데요?....'어머니의 여행은 최근에 제주도를 가셨을 때였다.'...? 05.04.28 21:00

 ♣답글 거북이 ; '여행은'이 주어인데, 그에 대한 서술어가 '때였다'가 되어서 주술 관계가 적절하지 못합니다. 여러분들이 많이 고쳐본 다음 며칠 후에 가장 좋은 글을 정답으로 올리겠습니다. 05.04.29 07:53

 ②박하향기 거북이 샘님~너무 어려워요. '어머니는 최근에 제주도로 여행을 가셨다' - 에고~이거 제가 아직 문제 파악도 못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05.04.29 08:27

 ③Echo ; 주어와 술어가 일치되지 않을 뿐 아니라 서로 호응되지도 않고 있네요...정말 부적절한 관계를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해 줄 수 있을까요? -불일치는 주어를 바꾸고, 불호응은 조사를 바꾸면 안 되나요?-..향기님 글처럼... 05.04.29 11:30

 ♣답글 거북이 ; 박하향기님에게서는 박하향기가 나는데요. 좋았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어머니는-가셨다.' 경어법에 문제가 있군요. 얼핏 부적절한 관계라고 모두가 다 나쁘지는 않답니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처럼. 05.04.29 13:31

 ④옹달샘 ; 다 차려 놓은 밥상. 먹으면 되나요. '어머니께선 최근에 제주도로 여행을 가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최근에 여행을 가신 곳은 제주도 입니다.' '제주도는 어머니께서 최근에 여행을 가신 곳입니다. 05.04.29 21:28

 ♣답글 거북이 ; 먹으면 될 수 있는 밥상이긴 하죠. 그러나 이왕이면 맛있게 먹어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본다면, 가급적 주어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아요. 무의식 중 글쓴이의 주제의식이 그 속에 드러나는 것이니까요. 글 쓴 사람은 바로 '어머니의 외출'에 대하여 쓰려고 한 것이거든요. 05.04.30 07:58

 ♣답글 거북이 ; 어머니의 외출이 전에는 없었던 것이 아니겠죠? 그래서, '최근 어머니의 외출은 제주도 여행이었다.'쯤으로 쓰면 될 것입니다. 여기서의 '외출'은 '외출다운 외출'을 말하는 것이며, 따라서 '여행'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05.05.03 11:43

 ⑤Echo ; 교수님 ,정말 좋은 문장수업입니다. 문장가 교수님을 둔 우리들의 행복입니다. 계속 부탁드립니다. 05.05.03 15:28

수필 쓰기 32 [문장 고치기 ③].hwp
0.02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