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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수필가 이웅재 교수의 `운동장과 가능성` 강의

거북이3 2011. 10. 11. 00:49

(수필가 이웅재 교수의 강의 모습)

 

9월 29일(목) 부천문학도서관(부천 GS백화점 뒤 현해탑 건물 7층)에서 제 96차 목요문학나들이로 수필가 이웅재(현 동원 대학교 교수)의 「운동장과 가능성」이란 주제로 수필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그간 부천 복사골문화센타 2층 문화사랑방에서 '목요문학나들이' 강의를 하였었으나, 향후는 부천문학도서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강의 서두에 전 부천대학 민충환 교수의 이웅재교수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연세대 출신의 이웅재교수는 62학번으로 고려대 출신의 민충환 교수보다는 나이가 3살 위이지만 동료로 지낸단다. 두 분은 양 대학의 국문과에 입학을 하여 대학생으로서 여학생들과 멋진 낭만의 데이트를 꿈꿨었는데 불행히도 양 대학에는 여학생 숫자가 그리 많지를 않았단다. 

 

그래서 여자 대학인 이화여대, 숙대의 여대생을 끌어 들여 서울대, 연대, 고대의 5개 대학으로 문우회를 결성하면서 서로 알게 된 문우회의 동지란다. 민 교수의 소개에따르면 이웅재 교수는 동원(참치)대학 교수로서 소설도 매우 잘 쓰시고 고교입시의 베테랑 선생였으며 중앙대에서 '향가의 사회성 연구' 논문 발표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단다. 

 

이웅재 교수는 동원대학이 참치대학으로 불리우는 것에 대하여 동원 참치가 매우 유명하기에 학교당국에서는 그리 싫어하지 않는단다. 조선시대 말에 최초의 미국 유학생 유길준이 있었다면, 건국 이후 최초의 미국 유학생은 박정희 대통령 당시 최연소 외무장관이었으며 한일 국교정상화를 이루는데 큰 공을 세웠던 이동원 장관의 이름에서 '동원'이란 학교명이 비롯된 것이다. 

 

이 교수는 분당 탄천으로 매일 약 1시간 30분 가량을 걷고 있어 다리가 매우 튼튼하기에 편하게 서서 강의를 하겠다고 운을 떼었다. 수강생들이 수필의 기초는 이미 많이 알고 있기에 '수필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주제보다는 생각과 생각의 연결고리로 글감(소재)를 어떻게 연결해 나가야 하는가로 풀어갈 예정이란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알아야 하는데, 직접 체험이 좋기는 하지만 그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독약의 성분을 직접 체험하기는 무리이며 간접체험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다. 간접 체험의 방식으로는 책을 많이 읽거나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 이다.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요즘은 좀처럼 하늘을 쳐다 볼 기회가 적은 것 같다. 하늘과 땅을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하여 하늘을 '○' 땅을 '□' 로 표시하기도 한다. 하늘을 9만리라 부르고 땅을 8만리라 하여 하늘이 땅을 덮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 표시는 시작과 끝이 없는 우주 같은 존재이며 '□' 표시는 천지, 자연으로 동서남북, 춘하추동 등의 공간과 시간을 나타낸다. 옛 동전의 경우,  '○' 모형 안에 '□' 표시로 뚫었으며, 정원은 주로 '□'형의 연못 안에 '○' 모양의 섬을 만들어 놓았다. 또한 태극기의 경우 '□' 모형 안에 '○' 도형이 들어가 있다.

 

돈은 많으면 좋지만, 돈이 주인이 되면 타락하기 쉬우며 돈이 하인이 되면 충신이 된다. 어느 부자가 돈 버는 좋은 방법을 알려 주겠다고 하였다. 그 방법으로서 수길의 낭떠러지로 데려가 벼랑 끝의 나무에 매달려 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한손을 놓으라고 하더니 나머지 한손 마져도 한 손가락씩 떼어 보라는 것 이었다.

 

한 손가락을 떼고 다른 손가락을 떼려는 순간 떨어졌던 손가락이 악착같이 다시 나뭇가지를 부여 잡아야만 햇다. 손가락을 펴면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머니에 들어 온 돈을 웅켜 쥐고 쓰지를 않으면 돈이 벌린다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이런 방법을 쓰면, 근면, 검소, 절약정신으로서 먹고 쓰는 것 정도의 재산은 벌지 몰라도 재벌은 되기 어렵단다. 재벌은 적어도 하늘이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주 큰 부자가 죽기 전 유언으로 자신의 관 양쪽 옆에 큰 구멍을 뚫어 달랐단다. 사후에 그리해 주었더니 시체의 양손이 구멍으로 나와 손바닥이 쫙 펴졌단다. 이 부자는 생전에 많은 돈을 벌었지만 갈 때는 빈손으로 간다는 이치를 여러 문상객들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 서울에 있는 4대문의 경우 '□' 모형으로, '오상(五常)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이용하여, 동대문을 「흥仁지문」, 서대문을 「돈義문」, 남대문을 「숭禮문」, 북문을 「홍智문」으로 일컬었다. 4대문이 학 날개의 모양으로 자주 무너지는 바람에 중앙에 무거운 것을 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인의예지(仁義禮智)' 안에 보信각을 건립하게 되며 이는 믿음(信)이 있어야 존재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남대문이 방화로 소실 되었는데 이 교수 개인적 생각으로는 불행중 다행이었다고 생각을 한단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지만 얼마전 경복궁에 소화전을 갖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만약 경복궁이 탔다더라면 많은 목재들로 만들어진 주위 궁들이 모두 탈텐데 이는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한 일이다.

 

창경궁 후원에 비원(秘苑)이 있는데, 본래 '원秘苑)'의 호칭은 중국 임금의 사냥터를 칭한다. 창경궁이 한때 창경원으로 불리웠는데 이는 일제 때에 격하 되어 지어진 이름이다.

 

우리 생활 가운데에서도 잘못 전래된 모습이 자주 눈에 띄는데, 가령 결혼식장에서 주례 기준으로 신랑이 우측에 서는 것도 잘못이며, 현충원에서 아버지가 돌아 가셨는데 애자(哀子)로 쓴 것은 고자(孤子)로 고쳐 써야 하며, 어머니의 경우에는 애자(哀子)이고, 양부모가 돌아가셨으면 고애자(孤哀子)로 써야 한다. 탑골공원에 기미독립선언문에도 엉터리가 많으며 유관순 비석도 10여 군데가 틀렸음에도 고치지를 않고 있다.

 

노산군(단종)의 묘인 단종릉에 이 교수가 가보았더니, 그 구조가 묘하게 생겨서 산등성이 아래 정자각에서 제사를 지내도 능에서는 보이지가 않았다. 흔히 상석은 혼유석으로 부르는데 구릉 아래에서 막걸리를 따르며 제사를 지내더라도 능에서는 후손들이 다녀간 줄도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능(陵)은 왕과 왕비의 무덤이고 원(園)은 왕세자와 세자빈의 무덤이며 묘(墓)는 왕자, 대군, 공주 등의 왕족 묘이다.

 

광주지방의 장희빈 묘는 그냥 왕족 묘일 뿐으로 인현왕후가 애를 낳지 못하여 중인인 역관 출신의 여식 장희빈을 천거한 것이었다. 역관들은 당시 밀무역으로 돈을 많이 벌었는데 아주 예쁘고 똑똑하면서 외척이 별로 없어 천거를 했음에도 장희빈은 성씨만 같은 장씨이어도 친척대우를 하였다니 권력의 맛은 참으로 놓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김삿갓 묘에도 들려 보았지만, 김삿갓 할아버지가 홍경래난 때 추워 잠이 들었다가 군사에 붙들린 것인데 김삿갓이 '조부 김익순을 만번 죽여 마땅하다'는 과체시를 지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영월에서의 과거 시제로 김익순을 시제로 올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 설명에 의하면 당시 김삿갓(김병연)은 공령시(功令詩)를 잘 짓기로 아주 유명했었다. 김삿갓이 관서지방에 갔을 때 그 곳에서 역시 공령시를 잘 짓기로 유명한 노진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김삿갓의 한수 아래였었다. 노진은 김삿갓을 관서에서 몰아내고자 김익순을 조롱하는 시를 지어 세상에 퍼뜨렸다. 김삿갓은 이 시를 보고 '참 잘 지었다'고 말하면서도 피를 토하며 다시는 관서지방을 밟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런 사실들을 모두 알면서도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해야 함에도 대동기문에 내려오는 이야기가 매우 극적인지라 김삿갓 비석 내용을 일절 고치지 않고 있다. 또한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썼다는 해양생물학서인 자산어보(玆 山漁譜)는 현산어보(玄山漁譜)가 맞는 표현이다.

 

사람의 성격도 모나거나 둥근 타입이 있는데 시간과 환경에 따라 나타나겠지만, 운동장의 경우도 대부분 '□'형과 '○'형으로 되어 있다. 학교 운동장은 아무 때나 어느 곳에 가서 즐겨 노는 곳으로서 그 시작과 끝이 없는 가능성의 세계가 열려 있는 곳이다.

 

예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국어책에 '바둑아, 놀자. 영희야 놀자'라는 표현을 배웠다. 학교에 가서 놀자는 발상도 우습거니와 친구보다 앞서 동물과 먼저 놀자는 표현이 눈에 아주 거슬린다. 지금은 학생들이 컴퓨터나 텔레비전 등의 무생물과 놀면서 사고력, 시력, 시간 등을 모두 빼앗겨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아주 맞는 말로서 글만 써서는 밥먹고 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는 그러하지 아니한 작가들도 있다. 통상 그 나라 인구의 1% 이상이 팔려야 베스트셀러인데 남한의 경우, 50만 부 이상 책이 팔려야만 베스트 작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정비석은 '자유부인'으로 10만 부 이상을 팔았고 김홍신은 '인간시장'으로 100만 부 이상을 팔았다. 이문열의 삼국지, 조광래의 태백산맥 등으로 1,000만 부 이상을 팔았다. 이들의 인지세는 대충 10만부=1억 원, 100만 부=10억원, 1,000만 부=100억 원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요즘은 글을 잘 써보았자 문학으로는 가난을 면하기 어렵기에 학교 선생을 하거나 기자 생활로 버티는게 대부분이다. 요즘 자기 PR 시대라고 하지만 그 보다는 HRR(Human Resources Relationship)인 표현이 좀 더 적절할 것 이다.    

 

분당 탄천을 산책하면서 가끔 한 거지를 만났었다. 우연히 그를 차병원 앞 대학약국에서 만났는데 그가 보건소에서 처방전을 받아 혈압 약을 사고 있었다. 약국 사람들은 그에게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았으며 그는 아주 자유로웠었다.

 

그가 식수통으로 가더니 흰 컵으로 식수를 받아 마시고 있었다. 그를 좀더 자세히 관찰하여 보았더니 그의 남루한 옷차림과는 달리 그의 손에는 결혼식장에서 끼는 아주 정갈하고 얄팍한 면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그래서 '현대의 거지는 저 정도의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구나' 라며 깨달은 바가 있었다.

 

우리는 불행히도 일제에 의해 고전문학과 현대문학 사이에 벽이 생기고 말았다. 서로 자기 분야 외에는 잘 알지를 못하게 되었는데 이는 전통의 맥이 단절된 것으로서 반드시 그 맥을 이어야만 한다.

 

김소월의 진달래 시에서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는 표현에서 '아니'가 도치되어 아주 높은 수사기법으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상은 고전의 용비어천가를 보면 '아니'라는 표현은 주로 앞에 나오는 수사법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또한 고전문학에서는 남자나 여자 성기를 많이 의인화한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현대문학에서는 전무한 형편을 보더라도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이 단절 된 것 임에 틀림이 없다.

 

현대인들이 복권을 많이 사는데 당첨될 확율은 우리가 죽을 확율보다 적음을 알아야 한다. 운동장에서 가지고 노는 축구공은 둥글고 처음과 끝이 없으며 어디로 굴러 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평등의 원칙이 적용되며 민주적 스포츠맨십으로 거듭난 것이 된다. 공에 힘이 가해지면 구르며 구르니 또한 썩지도 않게 된다.

 

잠자리와 새는 전진만을 하며 후퇴하지를 못하며 잠자리는 직각으로 방향을 트는 게 가능하다. 모든 날짐승은 유선형으로 생겼으며, 인간이 높이 뛰기의 대가인 벼룩 등을 왜 연구 안하는지 모르겠다. 살자를 거꾸로 하면 자살이 되는데 내 생명은 내 것이 아니다. 모든 만물이 협동을 하여 나를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서정주의 국화꽃 옆에서도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만물이 협동을 하며 그 생명을 노래하고 있지 않던가.

 

다음 달 목요문학나들이는 10월 27일(모)에 복사골 문학회 김원준 회장의 문학 강연이 있을 예정이다. 장소는 부천문학도서관(부천 GS백화점 뒤 현해탑 건물 7층)에서 오후 7시경(추후 상세 발표 예정)에 진행될 예정이다.

 

 

[수필가 이웅재 교수의 프로필]

 

 -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중앙대학교 문학박사(고전문학 전공).

- 전 동원대학 교수(학술정보센터장 역임).

- 중앙고전문학회장, 중앙어문학회장역임.

- 현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행사분과위원장.

- 월간 ≪수필문학≫ 상임편집위원.

- 저서 ≪鄕歌에 나타난 庶民意識≫ 등.

- 수필집 ≪지리산의 유혹≫≪믿음직한 남편되기≫ 등

 

 

(앞줄 가운데 앉아 계신 분이 수필가 이웅재 교수)

출처 : 文sarang
글쓴이 : 우주공 원글보기
메모 : 부천 복사골문학회의 '목요문학나들이'에서 강의한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한 글이 있어서 퍼 왔습니다. ( [블로그] 文sarang [글쓴이]우주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