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17. 토론토, CN타.hwp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17)
토론토, CN타워와 거지
이 웅 재
버스는 오른쪽으로 호수를 끼고 계속 달린다. 드디어 토론토(Toronto)에 도착한다. 토론토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온타리오 주의 주도(州都)이다. 19세기에는 캐나다의 수도이기도 하였었다. ‘토론토’란 ‘만남의 광장’이라는 의미란다.
인생은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수많은 만남으로 시작이 되는 것이 아니던가?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만 만남이 아니다. 사람은 온갖 사물과도 만난다. 먹고 마시고 하는 데에서부터 우리는 사물과의 만남을 일상화하고 있다. 그런데 만남은 필연적으로 어떠한 관계를 형성시켜 주고 있다. 그 관계는 대등할 때도 있고, 종속적일 때도 있고, 꼭 필요한 관계일 때도 있고, 별 의미가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만남이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과의 관계를 맺게 하고, 그 관계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가슴이 설렌다. 토론토와의 새로운 만남 때문일 것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CN타워와의 만남 때문일 것이다. CN타워는 553m의 탑으로,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그러나 2007년에 부르즈 두바이(Burj Dubai: 영어명으로는 Burj Khalifa[할리파의 탑])에 의해 2위로 밀려난 초고층 건물이다. CN타워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CN타워 관광은 1인당 40$로 335m까지만 올라간다. CN타워의 특징 중 하나는 유리바닥,곧 글라스플로어(Glass Floor)이다. 나름대로 스릴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주 약간만 유리로 되어 있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발 밑 바닥 쪽을 내려다보는 일도 나름대로는 볼 만하다고 생각되었고, 특히 타워에서 바라다보는 근처의 경치들이 볼 만했다. 타워의 테라스(Terrace) 쪽은 바람이 엄청나게 세차서 온 몸을 최소한도로 오그리고 다녀야 할 판이었다. 타워 자체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오히려 거기에 매료된다.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별로이지만, 여름에는 타워가 흔들리면서 만들어내는 바람 때문에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어서 관광객이 밀리고 밀리어, 올라가는 데 2시간, 내려오는데 2시간 이상 걸려야만 구경할 수 있는 곳이란다.
화장실에 들러 시원스레 일을 보면서, ‘아!, 옛날 신라시대 김유신(金庾信)의 누이 문희(文姬)가 언니인 보희(寶姬)로부터 꿈에 서악(西岳)에 올라가 오줌을 누니 장안에 가득 찼던 꿈을 사서 뒤에 태종무열왕이 된 김춘추(金春秋)의 비(妃)가 된 일이 생각나서, 내 오줌이 이 나라 전부를 물에 차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더니 오줌발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원스럽게, CN타워를 접수하고 있었다.
타워의 창 밖으로는 유유자적하는 모습으로 떠다니는 요트도 보였다. 가이드가 말한다.
“요런 정도 요트는 다들 가지고 계시죠?”
누군가가 맞장구를 친다.
“간수하기 귀찮아서 팔아 치웠어!”
팔아치운 요트에는 더 이상 애착을 지닐 필요가 없어 우리는 CN타워를 버리기로 했다. 저녁에 호텔에서 일잔하고자 안주로 땅콩을 샀더니, 어휴! 세금이 13%였다.
버스는 다시 이동하는데, 아하,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캐나다에서는 5월까지도 흔히 눈발이 날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캐나다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운동은 아이스하키를 비롯한 겨울 스포츠일 수밖에 없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온통 회색 빛깔이다. 그런데 건물이 건물을 덮어씌운 것도 보인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나라인지라 가급적이면 있는 건물을 헐지 않고 보존하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50년 정도만 된 건물이라도 ‘어휴!’ 하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네거리 한 모퉁이에 ‘형님’이 앉아 있다. 그곳은 명당자리, 바로 보일러 파이프가 지나가는 자리라서 따뜻한 곳이라, 초짜는 근처에도 못 온단다. 이곳의 거지는 그렇게 ‘형님’ 대접을 받고 있다. 그곳의 ‘형님’은 서 있거나 누워 있거나 제 마음대로다. 얼어 죽더라도 ‘강제’가 싫어 저렇게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니, 무어라고 할 말이 없다. ‘자유’란 그렇게 소중한 것이라는 점만 배워 가면 될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형님’은 구차스러운 ‘냄비’도 없다. 철저히 무소유를 실천하시는 분인 것이다. 난초 화분 하나를 다른 이에게 주어버렸다고 무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죽은 후에 자신의 저서를 몽땅 없애버리라는 것은 독자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까? 누가 쓴 글이든, 글은 나름대로의 생명을 부여받은 것이어늘…. 그러니까 한번 세상으로 나온 글은 지은이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것을 자신의 소유로 착각한다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스님답지 못한 일로만 여겨진다.
나는 일본문화체험기를 쓰면서 황거(皇居)공원에서 노숙하는 거지는 우리나라 돈으로 따져서 8억 2천만 원 정도를 가진 사람도 있다더라면서, 서울역 대합실의 노숙자와는 질적으로 달랐다고 쓴 적이 있었다. 그들은 노숙을 즐기는 사람들이고, 한 마디로 일하기 싫다는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우리나라의 노숙자가 한 수 위였다는 것을 신문을 통해서 확인하면서 놀랐었다. 그는 은행으로부터 매달 1400만 원 정도 이자를 받는 자산가임이 밝혀졌던 것이다. 은행은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그의 예금이 모두 얼마인지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돈 계산에는 아예 두 손을 번쩍 들어버리는 “계산치”인 내가 생각해도 최소한도 10억은 훨씬 넘는 자산을 지닌 거지가 아닐까 싶어서, 거지도 괜찮은 직업(?)이 아닐까 여겨진 적도 있었는데, 그들은 왜 그렇게 지내고 있을까, 생각해 보니, 일본 우리나라 미국 할 것 없이 그들이 내세운 이유는 단 하나, ‘자유’를 내세웠다는 점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보니, 아하, 인간은 역시 위대한 존재로구나 하는 것이었다.
인간 만세, 자유 만만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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