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18. Nail로 만든 .hwp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18)
Nail로 만든 눈동자와 대칭, 비대칭의 의미
이 웅 재
‘형님’과 작별을 한 후, 버스에서 내려서 토론토와 직접 대면을 하기로 했다. 이국의 땅을 몸소 밟아볼 때에는 언제나 적지 않은 흥분을 느끼게 된다. 시계탑이 있는 옛날 시청 건물은 중세 유럽의 으리으리한 성(城) 또는 신전처럼 보였다. 지금은 법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데 건물의 모양에 알맞은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지나다 보니 느닷없이 눈이 내리다가 금세 또 햇빛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 일행을 반겨주는 환대의 표시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번에는 신 시청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러나 저러나 왜 시청 건물을 방문하러 가는 것이지?
“단체로 등본을 떼러 가나? 아니면, 시장이라도 면담하러 가나?”
중얼거리면서 건물 입구에 도착하니, 프리패스다. 미국에서는 웬만한 건물에선 툭하면 검문검색을 하였는데 캐나다에선 검문 검색하는 곳을 볼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미국은 전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하다 보니, 그만큼 여러 방면의 테러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는 까닭은 아닐까 싶었다.
신 시청 역시 어마어마하게 컸다. 전체적인 모습은 안쪽으로 휘어진 두 개의 건물과 그 사이에 둥근 돔 같은 형태의 건물이 하나 있어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사람의 눈동자같이 생겼다고 한다. 시청 앞 광장(Nathan Phillips Square)에는 ‘철의 장막’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윈스턴 처칠의 동상이 서 있었다. 그것을 보니 캐나다가 영국령이었다는 점이 문득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동상의 머리와 어깨는 새하얀 모습이었다. 새똥 때문이었다. 비둘기가 날아와 앉는 것을 앉지 못하게 쫓아버렸더니 아예 ‘화장실(?)’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처칠은 동상 따위는 세우지 말라고 했었다는데 왜 세워가지고 저렇게 수모를 당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
광장에는 꽤나 넓은 분수대도 있었다. 한겨울에는 무료 스케이트장이 되기도 한단다. 건물 내부에는 업무 공간 이외에도 도서관, 카페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고, 로비에 들어서자 10만 개의 못[nail]을 활용하여 제작한 대형 미술 작품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얼핏 보아서는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눈동자였다. 건물 모습도 눈동자, 로비로 들어서서 처음 만나게 되는 설치 미술 작품도 눈동자, 시민들이 그렇게 주시하고 있으니 공과 사를 분명히 구별하여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시정(市政)을 펴 나가라는 뜻이겠다.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니 기념품 판매점도 있었다. 거기에는 신상품뿐만 아니라 얼핏 보아서 누군가가 사용하던 중고품처럼 보이는 물건들도 있었다. 한마디로 상품들이 다양했다는 말인데, 토론토다운 물건이면 무엇이든 팔겠다는 의도 같았다. 건물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했다. 지하주차장은 세계 최대하고 하던가? 하지만, 이처럼 볼거리가 많은 쓰임새를 가지고 있으니, 건물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쓸모없는 호화청사들 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토론토로 오는 관광객들은 반드시 이 신 청사를 다녀간다는 점 자체가 이와 같은 많은 용도의 시설들이 존재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원인이리라. 왜 우리는 그러한 발상을 하지 못하고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아냥을 감수해야만 하는가?
신 시청과의 주눅 든 만남을 끝내고 다음은 토론토 제1의 토론토대학으로 향했다. 학생 수만 5만 5천으로, 의대와 영화 관련 학과가 유명하단다. 주 건물의 생김새는 전체적으로는 대칭이었지만, 건물의 위쪽 부분은 대칭이 아니었다. 대칭은 온전한 형태의 균형 감각을 느끼게 해 준다. 다시 말해서 일종의 완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그런데 대학이란 학문을 하는 곳, 학문에서는 완성이 있을 수가 없다. 빈틈없어 보이던 과거의 학설도 새로이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 학문이다. 그래서 대칭 속의 비대칭을 표상하고 있는 것이다. 대칭 속의 비대칭, 그건 완전을 향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학문적 자세를 상징하고 있다는 말이다.
토론토대학의 건물에서 느껴지는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구 시청처럼 으리으리한 성채(城砦)나 신전의 모습은 아니지만, 신 시청에서 느껴지는 첨단성은 찾아지지 않는 유럽풍의 건물이라는 점이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양쪽이 다 이민의 나라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다르다. 미국은 이민자들을 완전히 미국화하고 있는 나라였다. 말하자면 용광로에 넣어 녹여서 만든 다채로운 모습의 멀티 팩(Multi Pack)과 같다고나 할까? 거기에 비해서 캐나다는 이민자 하나하나가 자신의 색깔을 고집스레 드러내고 있는 모자이크(Mosaic)에 가깝다고 할 수가 있단다. 물론 그 중에서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한 지붕 두 가족 형태가 주된 재료라 하겠고, 그 중 어느 쪽 색채가 강하느냐에 따라서 살아가는 풍속마저도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외의 여러 국가의 쪽 무늬도 나름대로의 맛을 내고 있는 곳이 바로 캐나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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