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38) 밴쿠버, 그랜빌 아일랜드와 스탠리 파크

거북이3 2012. 3. 4. 13:23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38. 밴쿠버, 그랜.hwp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38)

      밴쿠버, 그랜빌 아일랜드와 스탠리 파크

                                                                                                                                                                                               이 웅 재

4월 14일(목) 오전 맑음. 오후 비 오다 그쳤다 다시 비.

오늘은 캐나다 밴쿠버(Vancouver)로 간다. 8:45 출발하여 달리다 보니 오른쪽으로 법흥선사(法興禪寺)라는 중국식 절이 보인다. 반갑다. 중국식 절인데도 반가운 것은 같은 동양의 건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은 이렇게 중국이나 일본을 친근하게 여기는데,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든가 탈북자 북송으로 우리나라를 실망만 시키고, 일본은 대나무도 없는 독도를 ‘죽도(竹島)’라고 하며 제 것이라 우기고 종군위안부 문제는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그들을 가까운 이웃이라고 믿어도 될 것인지 의문스럽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동네가 나의 상식을 깨뜨리고 있었다. 우리나라라면 산동네는 달동네이다. ‘산동네’라는 말을 쓴 것도 우리의 ‘달동네’하고는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라면 도시의 중심부 평지 쪽에는 부자들이 살고, 도시의 외곽 그리고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 그런데 이곳은 전혀 그 반대였다. 도시의 외곽 쪽, 경사진 산비탈의 집들이 웅장하고 으리으리하다.

도심을 벗어난 여유로움에다가 배산임수(背山臨水), 전착후관(前窄後寬:출입하는 곳은 좁고 안쪽은 넓음), 전저후고(前底後高) 형태의 주택들. 특히 ‘전저후고’란 배수(排水), 채광(採光), 전망(展望)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 ‘명당’의 집터가 아닐까 싶었다.

동부 쪽에서 캐나다로 가는 길은 황무지에 해당하는 평야가 계속되고 길의 좌우에는 갈대들이 많았는데, 이 서쪽은 산지(山地)가 계속 이어지면서 우거진 나무들이 있어 경관 자체가 덜 지루했다. 운전하는 사람은 힘들었겠지만, 우리는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캐나다로 들어갔다.

‘Welcome Vancouver’라는 안내 표지판이 보이는 곳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니, 정원이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우리나라 구기동 수준의 높은 담장들로 에워싸인 크고도 웅장한 집들이 이어진다. 키가 큰 상록수들이 잘 정돈되어 있는 거리가 나타나기도 하고 개나리, 진달래가 만발해 있는가 하면 활짝 핀 벚꽃이 터널처럼 이어진 멋진 길도 나왔다. 1년 내내 적당하게 온난한 기후조건, 깨끗하고 안전하며 탁 트인 시원한 거리, 밴쿠버가 세계 최상의 살기 좋은 도시라는 평가를 받는 연유를 알만도 했다.

다리 하나를 건너니 현대식 다운타운이 나온다.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지저분한 공장지대였던 데를 개발한 곳이라는데, 지금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 섬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밴쿠버를 찾아오는 여행객들은 물론 이곳 현지인들도 시간만 나면 찾아오는 장소란다. 거리 좌측 스타벅스 앞쪽은 철길이었던 데를 막아놓은 곳도 있었다. 홍대 앞쪽의 쓸모없이 되어버린 철길을 연상시켜준다.

좀더 자세히 구경하고자 Granville Island Hotel에서 지도를 얻어왔다. 호텔의 앞쪽 분수대 비슷한 둥근 원형의 시설물에서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 모양의 조형 기념물이 있어서 나름대로 볼거리를 만들어 준다.

우리는 서둘러 아일랜드 내의 Public Market으로 갔다. 도시마다 대체로 Public Market이 있었는데 전체적인 틀에서는 대동소이하지만, 부분적으로 보면 그 지방의 특색을 잘 드러내주는 것으로 보였다. 아, 족발도 보이고 복분자도 보인다. 저건 아무래도 한국인을 겨냥한 상품이 아닌가 싶었다. Market의 뒤쪽 Brokers Bay에는 Aquabus Ferries가 정박해 있었다. 저 배들은 대부분 회원제라지만 여행객들에게 서비스하는 것들도 있는 듯싶었다. 눈을 돌리니 'Celine's fish & chips'라는 음식점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Celine’은 사람 그것도 여자의 이름인 듯했고, ‘fish & chips’는 생선과 감자를 튀긴 음식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음식은 영국의 대표음식 중의 하나란다. 우리는 영국을 먹어 버리기로 했다. 영국은 맛도 괜찮았다.

‘끄윽!’ 거룩한 트림까지 하면서 배를 쓸어내리며 다시 시장을 답사했다. 장난감 가게가 밀집된 곳을 지날 때에는 왜 그렇게 시간이 더디 가는지, 겨우겨우 지나서 전통예술공예품 전시장엘 들러 3$를 투자해서 아파트 현관문에 달아놓기 위한 딸랑이 종(鐘) 하나와 그보다도 더 비싼 5$짜리 분수(噴水)를 형상한 듯한 나무도장을 하나 샀다. 낙관(落款)을 도와줄 수 있는 도장이라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두워지기 전 서둘러 비 내리는 Stanley Park로 향했다. 1950년대까지 영국의 해군기지였던 밴쿠버의 상징인 이 공원은 삼나무, 전나무 등 1,000여 년 연륜의 아름드리나무들의 원시림에 들어선 공원이다. 100만 평 뉴욕의 Central Park보다도 넓은 120만 평이라고 한다.

이 공원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기억은 Totem Pole이었다. 삼나무에 새겨진 인디언 부족들의 Totem Pole은 전부 7개였는데, 이곳도 원래는 인디언들의 삶의 터전이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증거물이기도 하였다. 문명은 삶을 파괴시키는 메커니즘이라는 점을 이곳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해서 시내로 급거 핸들을 돌렸다. 시간으로 보아서도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었다. ‘돌아갈 시간’, 그 말은 항상 마음속에 무엇인지 미진한 아쉬움과 아련한 아픔을 남기는 말이다. 정작 오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일은 소위 ‘김 나오는 시계’, 말하자면 ‘증기시계’와 면대하는 일이었다. 15분마다 한 번씩 ‘슈슈슉’ 김을 내뿜는 이 시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희소가치의 시설이었다. 이제는 이 시계도 늙어서 정상적인 시계보다는 5분 정도가 늦게 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 시계를 보면서는 항상 5분 정도 빠르게 모든 일을 실행해야 하는 것이다. 피곤도 하고, 날도 어두워지고 해서 우리는 한 5분쯤 빠르게 자동차를 호텔로 몰았다.

(2012.3.4. 원고지 1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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