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40) Victoria 섬에서의 하루

거북이3 2012. 3. 2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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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40)

              Victoria 섬에서의 하루

                                                                                                                                                                                       이 웅 재

 

우리는 한국인이었다. 한국인은 아무래도 햄버거 따위로 한 끼를 때우는 일은 좀 미진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마침 시내 쪽으로 들어가다 보니 ‘수라’라는 한식집이 보이기에 그리로 차를 몰았다. ‘수라(水剌)’란 임금님께 진상하는 밥이 아니던가? 여왕의 이름을 딴 Victoria섬에서 한국의 임금이 먹는 밥을 먹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던 것이다. 식당은 아담하고 깨끗하고 또 깔끔했다. 더구나 주인이 아주 친절했다. 어느 쪽으로 가면 차를 무료로 주차할 수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면 무엇무엇을 볼 수 있다는 세세한 정보까지 알려주는 바람에 밥맛이 더욱 좋았다. 전혀 안면이 없던 사람인데도 같은 한국인이라는 점 하나로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위해 줄 수 있는 일이니, 어찌 한국인이라는 긍지를 느끼지 않을 수가 있으랴?

우리는 식당 주인이 알려준 대로 차이나타운을 거쳐 해군 메모리얼 공원엘 들렀다. 고향 집으로 찾아온 전역한 해군일까? 딸로 보이는 소녀와 서로 얼싸안으려는 모습에서 살아서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오랜만에 만나보게 되었다는 반가움이 느껴졌는데, 그러한 느낌을 더욱 배가시켜 주고 있는 것은 소녀의 옆에 따라온 멍멍이였다.

공원 옆에 있는 여행 안내소에서 지도 등을 얻어들고 나오니 건물 옆쪽을 장식하고 있는 빨갛고 노랗고 파란색의 꽃들이 아주 예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길을 하나 건너니 유명한 Empress Hotel이었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기에 우리도 사진을 찍으려는 폼을 잡았더니 지나가던 어느 할아버지께서 식구 모두를 함께 서게 하고는 사진을 찍어주셨다. 대수로운 일이 아닌 듯도 하지만, 그러한 소소한 친절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푸근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우리는 호텔의 내부를 구경하기로 하고 들어가 보았더니, 아주 고급스러운 Tea Room이 있고 그곳에서는 적당한 볼륨의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와 호텔 안을 아주 Classic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한쪽에는 화실이 있어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화가가 구경하는 사람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화필을 분주하게 움직이기도 했고, 좀더 중앙 쪽으로 들어가니 갖가지 빛깔로 휘황찬란하게 보이는 보석을 파는 곳과 전통공예품을 파는 곳 등 고급스런 상점들이 많이 있었다.

호텔에서 나와 조금 걸으니 빅토리아 출신의 유명한 캐나다 화가인 에밀리 카(Emily Carr)의 미술작품들을 수장·전시하고 있는 그녀의 생가가 아담한 자태를 드러낸다. 다시 조금 더 걸어서 Inner Harbour로 향했다. 그곳에는 커다란 선박 내에 있는 Undersea Garden이 있어서 바다 속 자연 상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Live dive Show가 있었으나 ‘별로’라는 평판이 나 있는 곳이라서 그냥 지나쳤다. Inner Harbour는 마치 잠실에 있는 석촌호수와 비슷해 보였다. 아래쪽의 산책로를 걸어보면 원석을 갈아서 보석을 만들어 파는 전통공예의 장인도 있었고, 원주민 탈 같은 것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도 보였다. 석촌호수도 여기 Inner Harbour를 닮아가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산책로에서 올라와 길을 건너니 국회의사당이었다. 이곳은 광화문에 서있었던 옛 중앙청 건물과 똑같다. 일본인들이 바로 이 건물을 본떠서 조선총독부(중앙청의 전신) 건물을 지었던 때문이라고 한다. 그 앞쪽에는 빅토리아여왕의 동상이 서 있었는데, 우리는 그 뒤쪽 분수가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이번에는 일본 여학생들이 수고를 해 주었다. 조선총독부 청사와 일본 여학생들과…끊임없는 인연의 한 올이 또 직조(織造)되고 있었다. 아픈 상처가 저 감정의 밑바닥을 노크한다. 여학생들의 친절이 무슨 잘못일까 싶어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그 앞쪽의 Native Plant Garden을 지나며 보니,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거리에는 먼지도 하나 없어 아주 깨끗했다.

아까 안내소 쪽으로 다시 돌아오니, 길옆에는 나치 비슷한 철모를 쓰고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거리의 악사가 눈길을 끌었다. 그쪽으로 약간 언덕진 길을 올라가노라니 1968년부터 문을 열고 있는, 캐나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Monro’s Books가 나온다. 그 앞쪽에는 ‘형님’ 하나가 계속 ‘thank you’을 외우고 있고, 어느 젊은이 하나고 적선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책방엘 들어가서 주로 아이들의 책이 있는 곳(CHILDREN’S BOOKS)을 둘러보았다. 거기에는 인형도 함께 있었으며, 책을 전시해 놓은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깔끔하여 아이들에게 무척 인기를 끌고 있었다.

책방에서 나오니, 그 사이에 ‘형님’이 사라졌다. 아마 더 좋은 자리로 옮겼거나, 아니면 아까 번 돈으로 한잔 하러 갔는지도 모르겠다. House Blended Tobacco Havana Cigars에서는 영국풍의 오래된 라이터, 파이프, 여송연, 술, 지팡이 등 남성용품들이 무게를 잡고 손님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앞쪽은 Hotel Zone으로 예전 모피교역을 하던 곳인데, 여러 나라의 국기가 펄럭이는데, 그 중 한국기도 눈에 띄었다. 그 앞에서는 어떤 여인 하나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기에 자세히 보니 그쪽은 Gavernment St.였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Alexandria의 Old Town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못해 보이는 크리스마스 용품의 상점도 잠시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7:30 배 시간에 맞춰 부두에 도착하여 배를 타니 본격적으로 빗줄기가 거세지기 시작한다. 빅토리아 섬을 빠져나온 다음에는 귀곡 산장(鬼谷山莊)들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시골길을 10여 분 달려가서 일식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맛있게 허겁지겁 배를 채운 후 피곤한 몸을 호텔에 가서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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