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문화 체험기

(서유럽 문화 체험기 21) 식민지를 가져본 적 없고 공용어가 4개인 나라

거북이3 2016. 2. 2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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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럽 문화 체험기 21)
              식민지를 가져본 적 없고 공용어가 4개인 나라
                                                                                                                                                            이   웅   재

  춥다. 설산을 보고 와서일까? 추워서 히터를 틀어달라고 했는데, 더 춥다. 에어컨이 작동된 것이다. 기사가 버스를 세우고 내려서 엔진 룸까지 가서 손을 보고 올라왔는데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히터가 작동한다. 그러지 않아도 스위스는 추운 나라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 그것도 높은 산이 많다. 당연히 농작물 생산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예전에는 늘 먹을 게 부족했다. 부지런하고 성실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입에 풀칠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러한 환경이 그리스인들로 하여금 외국인의 용병(傭兵)을 선호하게 되었다. 군대라면 먹고 입고 자는 문제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인을 용병으로 쓰는 나라의 처지에서는 믿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이 스위스인 용병들은 용감함과 아울러 신의를 지고의 덕목으로 치부한다.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끝까지 지키려다가 혁명군에게 전멸을 당한 786명의 군인들도 스위스의 용병들이었고, 지금의 바티칸국 교황을 지키는 근위병들도 바로 이 스위스 용병이다.
  국토는 남한 면적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인구도 기껏 800여만 명에 불과한 이 나라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식민지를 가져보지 못했음은 물론 원래부터 통일된 국가가 아니었고 하나의 민족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는 언어도 서로 달라서 지금도 4개 국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치밀한 성격에 우수한 두뇌를 가진 스위스 인들에게는 이와 같은 언어 사용 능력이 지난날의 역경을 딛고 정밀기계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국민소득 8만 불을 넘는 부유한 나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게다가 오랜 전통을 지닌 스위스 금융의 비밀주의도 총생산액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스위스를 부국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고 하겠다. 스위스 금융의 비밀주의는 국제적 압력에 견디지 못하고 2018년부터는 전 세계 97개국과 금융정보를 주고받게 되었지만 말이다. 또 하나 덧붙인다면 스위스가 영세중립국을 택하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점일 것이다. 아울러 스위스는 EU에도 가입이 되어 있지 않은 나라로 다른 나라의 간섭을 배제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남북이 하나가 되고, 영세중립국이라도 선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위스의 고속도로에는 고속버스가 별로 없다. 기차 이용을 많이 하는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편도 1차선이다. 고속도로에는 주로 관광버스, 캠핑카, 트럭 등이 다니고 있다. 하나 특이한 것은 오토바이도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톨게이트가 별로 없다. 왜? 고속도로 교통비는 연간 30유로 정도 한꺼번에 내버리면 되는 때문이다. 일반 승용차는 아예 무료다.
  고속도로에는 가로등도 별로 없다. 전기료가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생동물이 많아서 가급적이면 인공적인 빛을 억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도 자연적인 밝음이 아닌 조작된 밝음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자연보호 운동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불야성(不夜城)은 더 이상 추구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강변이나 냇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는 밤새도록 가로등들이 눈이 부실 정도로 켜져 있는데, 밤 12시에서 새벽 4시까지만이라도 전기 공급 중단을 시도하여 보는 것은 어떨까?
  횡단보도에도 신호등이 없는 곳이 많다. 그런 곳은 무조건 보행자 우선이란다. 이런 점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좀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관습도 있지만 말이다. 무엇이 정반대인가? 사람과 개를 부를 때의 손짓이 그렇다. 그러니까 스위스에서는 다른 사람을 불러서 오라고 할 때, 손등을 위로 보이면서 손가락을 아래쪽으로 까딱까딱하다가는 왕 큰일이 벌어질 수가 있다. 스위스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조심할지어다.
  4:00경 알프스 산악을 관통하는 고타르도(Gottardo) 터널을 지나간다. 길이가 17km나 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터널이다. 1980년인가에 개통되었다는데, 그 이전까지는 스위스에서 이탈리아의 밀라노로 가는 사람들은 이 춥고 높고 험한 고개를 걸어서 넘어 다녔다고 한다.
  터널을 지나면서부터는 이탈리아 언어권으로 바뀐다. 집들의 모양도 달라진다. 그러나 아직은 스위스이다. 조금 더 달려 루가노(Lugano) 호수를 지나야지만 이탈리아 땅으로 들어서게 된다. 산천은 이어졌으나 모든 것이 바뀐다. 아니다. 산천도 바뀌었다. 터널을 지나면서부터는 평원이 펼쳐진다. 여기에서는 쌀농사도 짓는단다. 높은 고개처럼 가장 비싸던 스위스 물가(物價)는 이제는 가장 싼 나라로 뒤바뀌어 버린다. 호수 가에 보이는 그림 같은 집들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이드가 이렇게 변화하는 자연과 풍물 등을 설명하던 마지막 자락에 가서 ‘해바라기 대출’에 대해 설명한다. 처음 여행을 떠날 때에는 가급적 소비를 줄이자는 생각에서 용돈들을 일부러 빠듯하게 챙겨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다니다가 보면 한국에서는 살 수 없다든가 한국보다는 훨씬 싼 가격의 물건들을 대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단다. 그러나 돈이 없어서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해바라기 대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대출 이자도 없으니까 필요하신 분들은 이용을 하시라고 했다. 필요한 액수를 신청하면 아무 조건도 담보도 없이 대출을 해 주고, 나중 귀국 후에 자기의 은행 계좌로 송금만 해 주면 만사 OK라고 했다. 돈이 모자라 애태우는 사람들에게도 좋고, 손님들이 물건을 많이 사야 자신에게 떨어지는 커미션도 두둑해질 수 있을 터이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발상이었다.      (16.2.22.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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