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문화 체험기 31. 양복 상의 라펠의 단춧구멍의 용도는.hwp
(서유럽 문화 체험기 31)
양복 상의 라펠의 단춧구멍의 용도는
이 웅 재
우리는 공중목욕탕을 둘러보았다. 유적지에 남아 있는 3개 중 가장 그 원형이 온전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는 곳은 포로(Foro) 욕장이었다. ‘포로’란 ‘공공광장’의 뜻이란다. 정문 쪽에서 가장 먼 곳에 원형경기장이 있었고, 그런 곳들에서 땀을 흘린 다음에는 공중목욕탕에서 몸을 씻었다고 한다. 탈의실, 온탕, 증기탕, 냉탕, 사우나실 등이 골고루 갖추어진 욕탕에서 목욕을 한 후에는 그 앞쪽에 있는 250여 개의 선술집으로 갔을 것이란다. 탈의실 등에는 기증자의 이름을 써 놓은 것이 있었는데, 우리의 현지 가이드가 그 중 하나의 이름은 자기 것이라고 박박 우긴다. 해서 내가 가까이 가서 보고는 말했다.
“거짓말이라고 씌어 있는데….”
욕장 앞쪽에는 ‘개조심 선생님 댁’도 있었다. 글씨와 함께 사나운 개의 그림까지 그려져 있는 ‘비극시인의 집’이었다. 상점으로 보이는 곳에서는 ‘와인은 동전 한 잎에 팝니다.’라는 글씨도 보였다. 와인은 항아리에 담아 판매하였는데, 그 항아리를 ‘암포라(Ampora)’라고 했다. 나도 암포라 1병쯤 사 마시고 싶었는데, 웬걸, 판매하는 사람들도 다 화산재에 묻혀 버렸으니 만사휴의(萬事休矣)였다.
구멍이 뚫어진 맷돌도 있었다. 말뚝을 박아 말에게 돌리게 하였단다. 말의 눈을 가리면 어지러워서 빙빙 돌았다는 것이다. 대장간에는 연장을 밖에 걸어서 표시를 해 주었고, 노새나 마차를 빌려주는 곳도 모두 그림으로 표시를 해 놓았다.
곡식을 담는 통상적인 것과는 달리 미사일처럼 길쭉하게 생긴 와인 항아리도 있었는데, 배에 모래를 깔고 그것을 박아 놓으면 파도가 쳐도 깨지지 않고 멀리까지 운송이 가능했다고 한다. 돌 항아리 여러 개가 있는 집은 제과점이다. 폼페이에서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없었단다. 황제의 이름으로 빵을 무상으로 배급해 주었다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청소년용 전시 안내지에는 ‘집 안으로 옮긴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글과 사진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저택에서 식당으로 사용되었던 크리클리니움(Triclinium)은 손님을 초대하여 연회를 베풀던 곳으로, 매우 화려한 벽화와 아름다운 모자이크 바닥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그들이 얼마나 사치와 낭비를 일삼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잘 사는 사람들은 누워서 노예들이 먹여주는 것을 받아먹었단다. 요리는 계속 나오고 있어서 맛만 볼 정도로 먹어도 토할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 신사복의 옷깃을 라펠(lapel)이라고 하는데 그 왼쪽에는 단춧구멍이 하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원래 깃털을 끼우던 자리였단다. 그렇게 깃털을 가지고 다니며 그것으로 목구멍을 간질여서 먹은 것을 토하게 하고 나서 다시 먹곤 하였다는 것이다. “심포지엄(symposium)”이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 노예들이 음식 서빙을 담당하고 지식인들이 잔치를 즐기며 토론을 하던 모임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하지 않던가?
‘신선하다’라는 뜻의 프레스코(Fresco) 벽화들 중에는 음화(淫畵)도 적지 않았다. 벽에 회 반죽을 바르고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리면 물감이 벽으로 스며들어서 마르게 되어 오래도록 보존될 수가 있었다. 이런 벽화는 석고가 단단해지기 전에 그려야 하고 수정도 힘들어서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그림으로,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기념할 만한 건물 벽화에서 많이 볼 수가 있는 그림이다.
그런 그림들 중에 음화가 많이 보인다는 것은 당시의 사회가 성적(性的)으로 얼마나 문란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하겠다. 정상적인 성교의 장면 묘사뿐만 아니라, 후배위의 벽화들도 많았고 단체 성행위 장면도 보였다. 남성상위 체위는 별로 없어서 그 역사가 짧다는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는 자신의 성기를 저울로 달아보고 있는 그림도 있다. 그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술의 신 디오니소스 사이에서 태어난 신인 프리아포스(Priapus)다. 성욕과 다산을 상징하는 신으로, 성기가 아주 크고 성격도 매우 난폭하여서, 어머니로부터 들판에 버려졌다고도 했다. 프리아피즘(Priapism)이라는 의학 용어는 이 프리아포스에서 유래된 음경지속발기증을 가리키는 말이다.
놀라운 일은 공창(公娼)에서 몸을 파는 여성들도 세금을 냈다는 사실이다. 화장실에 남아있는 낙서 중에 세금이 비싸다고 불평하는 낙서가 남아있는 것이다. 이곳의 와인 값은 일반 선술집의 8배나 된다고 하니 가난뱅이들은 언감생심이었으리라.
이런 저런 일로 따져 보면 베수비오 산이 폭발한 것은 신의 노여움을 받아서는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서 내가 한 마디 했다.
“소매치기나 삐끼 등이 판을 치는 나라, 폼페이처럼 이태리도 망할 때가 되지는 않았을까.”
그 말을 우리의 ‘첩’이 펄쩍 뛴다.
“안 돼요. 나는 여기서 벌어먹어야 하는데….”
당시 죽어간 사람의 형상은 석고를 통해 놀랍도록 생생하게 캐스트(cast)로 남아 있었다. 화산재에 물이 합쳐지면서 시멘트처럼 굳어져 보호막이 되어 빈 공간으로 남아 있었는데, 발굴단이 거기에 석고를 부어 보았더니 폼페이 최후의 날에 죽어간 사람이나 동물의 모습이 드러났다. 썩은 육신들 때문에 빈 공간이 생겨 있었던 것이다. 이를 ‘캐스트’라고 한단다. 타락한 도시의 신의 벌이라고 불리는 폼페이의 최후는 이러한 캐스트로 해서 당시의 긴박하고도 비참했던 상황이 보다 생생하게 알려지게 되었고, 우리는 그러한 모습을 좀더 극적인 효과를 더한 영화 “폼페이 최후의 날”에서 실감할 수가 있었다. (16.3.27.15매, 사진 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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