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문화 체험기

(서유럽 문화 체험기 36)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 ‘한복을 입은 남자’

거북이3 2016. 4. 30. 23:48


서유럽 문화 체험기 36.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 ‘한복을 입은 남자’.hwp



(서유럽 문화 체험기 36)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 ‘한복을 입은 남자’                                                                       이   웅   재   

                                                            
  4월 27일(월) 이슬비 가끔.
  엊저녁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 일행은 밤늦은 시각 어둠을 헤치고 달려 베네치아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베네치아는 118개 섬, 400여 개의 다리로 이루어진 석호(潟湖) 도시다. 베네치아에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으며, 오토바이와 자전거도 금지되어 있다. 교통수단은 수로를 통해 이동하는 배와 곤돌라다. 나는 평소 이 베네치아엘 와 보고 싶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때문이다. 베니스(Venice)는 베네치아(Venezia)의 영어명이다.
  다음은 “베니스의 개성상인” 때문이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은 오세영의 장편 역사소설이다. 일본으로 잡혀간 조선인 포로 유승업(柳承業)이 이탈리아의 상인에 의해 인도로 갔다가 베네치아로 건너온 조선인 이야기이다. 유승업을 본 루벤스(Rubens)는 그를 드로잉한다. 그 드로잉의 제목이 ‘한복을 입은 남자’로,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이다. 이 작품은 네덜란드의 대가인 루벤스가 그림의 소재로 쓸 아이디어를 위해 500여 점의 드로잉을 그려서 보관해 두었는데 그 중의 하나다.
  루벤스는 3,000여 점의 작품은 남긴 다작의 작가로서 ‘성모 승천’, ‘예수 승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등의 작품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몬과 페로(Cimon and Pero)’라는 작품을 남겼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몸으로 두 손마저 묶인 벌거벗긴 노인(Cimon)이 젊은 여인(Pero)의 젖을 빨고 있는 작품이다. 얼핏 음탕한 그림이다. 창문 밖에서 몰래 훔쳐보는 두 명의 사내도 있다. 그런데 배경이 감옥이다. 사내는 옥리(獄吏)다. 시몬은 아버지, 페로는 그의 딸이다. 아버지는 굶어 죽어야 하는 벌을 받고 있었고 이를 보다 못한 딸은 굶어 죽게 된 아버지를 위하여 매일 옥에 들락거리며 수유를 했던 것이다. 당국이 이를 알고 감동하여 노인을 석방하였다고 한다. 흔히들 ‘로마의 자비’라고도 부르고 있다.
  또 하나는 이곳 출신의 ‘카사노바’ 때문이다. 그는 단순한 바람둥이가 아니었다. 명사 루소, 괴테와 같은 사람들과도 교류했던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요  연극 연출자, 저술가, 도서관장이면서 법학 박사, 외교관이기도 하였다. 그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잘 생긴 미남이요 언변도 좋았으니 그에게 넘어가지 않을 여자가 없었다. 더구나 그는 자기가 상대하는 여성에 대해서는 늘 최선을 다했다.
  베네치아는 원래 습지대였는데, 훈족(Huns: 匈奴)의 습격을 피해 온 이탈리아 본토 사람들이 간척을 시작하여 뻘밭에 알프스의 잘 썩지 않는 통나무 가져다가 말뚝을 박고 그 위에 건물을 지어 도시를 건설하였다. 하지만 외국과의 교역으로 부(富)를 이룬 베네치아는 이웃에 있는 크로아티아를 침공, 통치하기도 하는 등 세력을 과시하기도 했었다.
  베네치아로 가는 길에는 포플러나무가 많았다. 한때는 녹화 사업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수입하여 강가나 가로수 등 여기저기에 심었던 나무이기도 하다. 꽃가루가 심히 날리는 등 문제가 있어 거의 다 베어 버려서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나무가 되었다.
  베네치아에 도착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가이드가 농담 따먹기를 한다.
  “비 좀 맞으면 어때요? 이태리젠데…. 비 내리는 소리도 ‘구찌구찌’ 하고 있지 않아요? 무척 비싼 비랍니다.”
  햇빛이 쨍쨍하게 날 적에는 자외선이 무척 강한 곳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와 아울러 전기세도 비싸고 하여 건물 내에서도 직접 조명보다는 간접 조명을 많이 한단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선글라스, 독일이나 이탈리아 안경이 이름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데 특히 선글라스는 이 베네치아가 원조란다. 나야 선글라스를 별로로 생각하는 축이라서 관심이 없었다.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산 마르코(San Marco) 대성당, 마르코는 영어명으로는 마가(Mark), 당시 제일 흔한 이름이기도 했다. 베네치아의 깃발에는 마르코를 상징하는, 앞발로 성서를 잡고 있는 날개가 달린 사자가 그려져 있다. 산 마르코 광장을 비롯하여 베네치아의 세력이 미친 곳에는 지금도 날개가 달린 사자상이 남아 있다. 크로아티아(Croatia) 자다르(Zadar)의 올드타운에 있는 성벽의 문에서도 확인할 수가 있다. 베니스 영화제의 황금사자상도 여기에서 나왔다.
  산 마르코 성당의 가장 중앙에 있는 ‘파사드’(facade:정면)의 맨 꼭대기에는 산 마르코가 서 있고, 그 아래에는 날개 달린 사자, 다시 또 그 아래에는 네 마리의 말이 지키고 있다. 이 말들은 한때 나폴레옹에게 약탈당했다가 반환된 것이라는데, 원래는 그리스에 있던 것이라고 한다.
  산 마르코 성당의 옆에는 베네치아공화국 총독의 성으로 지어진 두칼레(Ducale) 궁전이 있다. 사진에서 보면 그 앞쪽으로는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이었던 성 테오도르(Theodore) 조각상이 높다랗게 솟아있는 원기둥 위에 있고, 그 뒤쪽 뾰족하게 보이는 건물은 종탑이다. 성 테오도르 상의 맞은편에는 날개 달린 사자상이 역시 높은 원기둥으로 세워져 있는데 사진에서는 보이질 않는다. 그 앞쪽이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극찬했던 베네치아 광장이다.
  유럽에서는 항상 화장실이 우리를 짜증나게 만든다. 우리나라라면 어디를 가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버리는 것’에 돈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여기서는 더구나 1.5유로나 들여야 한다. 에스프레소 한 잔도 1유로인데 말이다. 정말 ‘버리는 것이 아깝다.’     (16.4.30.15매, 사진 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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