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문화 체험기

(발칸 문화 체험기 6)블레드 성(城)은 우리나라의 성들과는 달랐다

거북이3 2016. 7. 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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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칸 문화 체험기 6)

                              블레드 성(城)은 우리나라의 성들과는 달랐다 

                                                                                                                                           이 웅 재


   블레드 섬에서 나와 호숫가를 걷노라니 아름드리 마로니에 고목들이 많아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마로니에는 내가 ‘백화제방(百花齊放)’이라는 글을 쓰면서 한 번 다루어 본 소재다. 나무도 크고 잎도 커서 가로수로 적합한 나무이며, 그래서 세계 4대 가로수로 꼽히는 나무요, 특히 프랑스 파리의 가로수로서 명성을 떨쳤던 나무라고 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있는 마로니에는 거의가 ‘일본산 칠엽수’라는 말도 썼었지 싶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에 부쩍 그 일본산 칠엽수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서울대학교 구 캠퍼스 안에서 만나 볼 수가 있어서 ‘마로니에 공원’이라는 이름까지도 생겨났었는데, 요즘에는 내가 살고 있는 분당 야탑동에도 보건소 옆쪽 길과 먹자골목으로 올라가는 언덕에서 많이 볼 수가 있고, ‘서울숲’에서도 볼 수가 있으며, 남산 타워 가는 길에서도 만날 수가 있다. 심지어는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 근처의 산 속에 있는 음식점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꽃은 초여름에 원추화서(圓錐花序)로 피는데, 어찌 보면 탑을 쌓아놓은 듯한 모습하며, 화려한 꽃송이가 탐스럽게 피어 있는 모습이 볼수록 정겨운 나무다. 익은 열매는 겉껍질을 벗기면 꼭 밤톨을 닮았지만 먹으면 안 되니 주의할 일이다. 글로 한 번 썼던 나무라서 그런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버스를 타고 블레드 성(城) 근처에까지 간 후, 성까지 걸어서 갔다. 성은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위에 세워져 있었다. 천연적인 조건을 잘 활용한 성이었다. 한동안 유고 왕가의 여름 별장으로도 사용되었다는 성은 고색이 창연했다. 돌을 깔아 만든 나선형의 언덕길을 한동안 올라가서 아치형 성문을 들어서니 해자(垓字)가 있고, 해자를 건널 수 있게 두꺼운 널빤지로 만들어 놓은 도개교(跳開橋) 다리를 지나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이 나무다리를 들어 올리면 성으로 들어가고 나가는 왕래는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2중 3중의 방어책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문에는 이처럼 도개교를 설치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

   성은 작았다. 서구의 성들은 대개가 성주만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까 성주와 그의 친인척만을 보호하면 되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성들과는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의 성들을 대체로 넓어서 일반 백성들과 함께 생활을 해 왔다. 가까운 서울의 성곽(공식 명칭 한양도성)만 보더라도 현존하는 세계 수도의 성곽 유산 중에서 전체 18.627km의 길이를 가지고 있어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들의 그것보다도 규모로 보아 가장 길고 따라서 성곽 안의 넓이도 상당히 넓다. 현재 복원된 구간은 10.8km다. 서울특별시에서 구분해 놓은 탐방 구간은 모두 6구간으로 구간마다 1시간에서 3시간 정도의 탐방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남한산성(南漢山城)을 보아도 경기도 광주시, 성남시, 하남시의 3개 시에 걸쳐 축조되어 있으며, 성벽 전체의 길이가 12km가 넘는다. 수원의 화성(華城)도 5.4km에 달하는 성이다. 눈을 돌려 지금은 중국 요녕성(遼寧省) 환인현(桓仁縣) 오녀산(五女山) 정상부에 있는 졸본산성(卒本山城: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五女山城으로 부른다)도 성곽의 전체 길이가 4,754m에 달하며, 성곽 내부에는 거주자들이 음용(飮用)할 수 있는 우물도 여러 곳 발견되었다. 이러한 점들을 본다면 서구의 여러 성들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성이 훨씬 주민 친화적인 성이었음을 알 수가 있겠다.

   블레드 성의 내부는 상하 2개의 마당으로 이어져 있다. 상부 마당 쪽은 군사적인 용도보다는 주로 거주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맨 왼쪽으로는 성당이 있고 그 오른쪽에는 박물관이 있다. 성당은 특별히 종교적인 느낌이라기보다는 일상적 생활에서의 신앙을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입구의 문 앞으로는 등나무 덩굴인가가 있었는데, 얼핏 보면 죽은 나무처럼 보였다. 그러나 구불구불한 고목이 되어 버린 등걸은 중간쯤에서와 위쪽 끄트머리 부분에는 파릇파릇한 잎이 돋아 있어서 ‘내가 아직도 이렇게 정정하게 살아 있다오.’ 하면서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자랑하는 듯했고, 위쪽 지붕을 뒤덮은 담쟁이덩굴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그 등나무 잎과 서로 손길을 마주치듯 마중하고 있어서 무척이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른쪽으로는 박물관이 열결되어 있어서 이곳의 역사 기록은 물론이요, 옛날 사람들이 생활하던 모습, 그들이 착용하였던 복식이나 민속품, 그리고 중세의 갑옷과 칼 등 무기의 생생한 모습을 엿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박물관 앞쪽에는 망치로 내려쳐서 기념 동전을 찍어내던 쇠로 된 기구가 있었는데, 나중 사진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어 아쉬웠다. 여행을 하다 보면 때때로 정작 남겨야 할 사진을 빼 먹는 경우도 있고, 또 때로는 분명 사진은 찍었는데도 텅 빈 공간만 보이는 것도 있다. 노출 시간이 충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에는 찍기는 찍었으나 사진은 하얗게 바래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 순서대로 저장되기는 하지만, 그것을 복사하여 붙이면 순서가 제멋대로 되는 일도 문젯거리다. 하나 덧붙인다면, 여러 날 동안 사진을 찍다 보면 개개의 사진이 어느 건물, 어떤 상황을 찍은 것인지 헷갈리게 되는 때가 많게 마련이다. 사진 찍는 기능에 덧붙여 그때그때 사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붙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블러드 성에 대한 글은 여기서 마친다. (16.7.18.15매, [사진]은 별도로[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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