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문화 체험기

[대만 문화 체험기 3] ‘고양이’ 조상(彫像)과 ‘Marine bird’ (1)

거북이3 2017. 6. 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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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문화 체험기 3]

               ‘고양이’ 조상(彫像)과 ‘Marine bird’

                                                                                                                                이 웅 재

  다음 여정은 지우펀[구빈(九份): Jioufen]이었다. 이곳은 예전에 석탄 및 금광이 개발되면서 성시를 이루었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폐광이 되어 버리자 몰락한 도시로 전락하여 9가구만 남아 살아서 집배원들이 ‘9가구 있는 곳’이라고 하여 ‘지우펀’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던 곳이 “비정성시(悲情城市)”라는 영화 한 편으로 다시 살아났다.

  대만은 지진과 태풍 때문에 대부분의 거주 지역은 평지에 있지만, 이곳은 탄광이 있었던 곳이라서 산 위의 마을이다. 마을 앞쪽으로는 시원스런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전망도 좋다. 좁은 골목길에는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골목 안은 온갖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 냄새로 역겨울 지경이다. 우리는 가이드가 소개해 주는 오카리나 가게엘 들렀다. 거기서 아내는 서영이와 종한이를 주겠다고 오카리나 2개를 샀다. 그리고 그 골목길의 끝까지 가 보았다. 계속해서 양쪽으로 가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곳을 지나 바다가 보이는 툭 터진 곳에까지 가 보았다. 거기서 왼쪽으로는 계단이 나 있었는데, 내 짐작으로는 그쪽은 아마도 옛 탄광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 듯했으나 시간도 없고 해서 다시 골목길을 빠져나와 거의 초입쯤에서 만두 비슷한 것을 사서 먹어 보고는, 가이드가 안내하는 수치루[竪崎路]로 향했다.

  ‘더벅머리가 헝클어지듯 험한 길’이라는 의미를 지닌 수치루는 조잡한 계단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곳이었다. 주위의 집들은 대부분이 적산가옥(敵産家屋)이었다. 조금 더 가니 소위 홍등가(紅燈街)가 나나탔다. 예전에는 광부들이 이곳을 자주 드나들었을 것이다. 그런 점을 증명이나 하듯이 ‘대양광업소 구빈파출소 오번갱구(台陽礦業所 九份派出所 五番坑口)’라는 표지석도 있었다. ‘송덕공원(頌德公園)’이라는 글씨가 함께 새겨진 것으로 보아 이제는 공원으로 변모했음을 증명해 주었다.

  지금은 대부분 음식점이거나 카페로 변신하였지만, 분위기는 예전의 것을 살려놓은 듯 여기저기 붉은 등이 요란하게 달려 있어 ‘홍등가’였던 옛 정취를 의도적으로 보존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홍등가로 가는 도중에는 얕은 지붕을 아스콘으로 만들어 놓은 집도 있었다. ‘아스콘’이란 ‘아스팔트 콘크리트(Asphalt Concrete)’를 줄인 명칭으로 가벼우면서도 방수가 잘 되어서 태풍이나 지진 따위에도 쉽사리 날아가거나 하는 일이 없는 것이 그 장점이라고 했다.

  우리는 ‘구빈산성(九份山城)’이란 홍등가의 음식점에서 푸짐한 현지식으로 뱃속에 점을 찍었다[點心]. 식사 후에는 옛날의 영화관의 모습을 보존해 놓고 “비정성시(悲情城市)”를 상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승평희원(昇平戲院)’이라는 곳을 둘러보았는데, 어쩌면 우리나라의 옛 영화관도 이와 비슷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거란 요새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히 촌스럽고 어설퍼 보이기는 하지만 묘한 향수를 가져다주는 힘이 있지 않은가 하고 느꼈다.

  ‘승평희원’을 뒤로 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 계단으로 이루어진 길을 내려오다가 어느 집 지붕 위에 앉아있는 커다란 고양이의 조상(彫像)을 만나보기도 했다.

  고양이는 옆으로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쫑긋한 두 귀는 잔뜩 곧추 세우고 또랑또랑한 두 눈은 무엇을 응시하고 있는지 깜빡거릴 줄도 모른다. 전체적으로는 흰 빛에 까만 빛깔이 부분적으로 대조를 이루고 있어 아주 선명하게 보이는 조상이었다. 주위의 환경에 비해서 무척 도드라지는 모습이라서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다음의 여정은 “야류지질공원(野柳地質公園)”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무척 걱정을 하였는데 현장에 도착하니 맑은 하늘이 생끗 웃고 있어서 우리들의 마음도 아주 가뿐했다. 입구에는 ‘吸箊禁止(흡어금지)’라고 씌어 있는 경고문이 있었는데, ‘吸煙禁止(흡연금지)’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곳의 바위들은 석회질의 사암이 파도의 침식과 바람의 풍화작용으로 촛불 모양, 아이스크림 모양, 버섯 모양, 슬리퍼 모양 등 독특한 형상들을 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바위는 여왕머리바위였다. 보는 각도에 따라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를 닮았다는 바위이다. 모든 인생사가 다 그렇다. 어떤 각도에서 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 바위에서 또 배운다. 이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나는 먼발치에서만 사진 몇 장을 찍고 다른 여러 바위들을 감상하였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공원 입구 쪽에는 그 모조품까지 만들어 놓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서야 할 좋은 위치까지도 표시를 해 놓은 것이 있었다. 짝퉁이란 어디에서도 생겨나게 마련이라고나 할까? 실은 그 바위의 목 주위가 단지 138cm밖에 남지 않아서 언젠가 소멸될 처지라서 만들어 놓은 모조품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파도의 침식으로 평평해진 해식평대(海蝕平台) 근처에는 풍화작용에 의해 이루어진,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바라다보고 있는 듯한, 새 모습을 닮은 바위 하나가 있다. ‘바다의 새(Marine bird)’다. 누구는 그것을 ‘마령조(瑪伶鳥)’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그건 단지 ‘Marine’을 ‘瑪伶’으로 음차(音借)했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옛날 이 근처에 네덜란드의 돛배 하나가 표류하여 밀려왔다. 모든 선원들은 낙담을 하고 있었는데, 배를 따라왔던 새 한 마리가 바위 위에 앉아 계속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에는 그 바위 위에 마침 갈매기 한 마리가 앉아 있어서 이름값을 톡톡히 증거하고 있었다.

  ‘예류[野柳]’, 스케일로 보아서는 터키의 카파도키아를 따를 수가 없었지만 나름대로의 오밀조밀한 맛은 일품이었다. (17.6.4. 15매, 사진 1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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