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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문화 체험기 7]
대만에는 ‘놀이동산’이 없다
이 웅 재
다시 홍마오청 근처로 내려온 우리는 자동차 길을 건너 단수이옛거리[淡水老街]로 갔다. 단수이는 타이베이 북쪽에 있는 일몰이 아름답기로 알려진 바닷가 마을이다. 수많은 시장용 바구니가 부착되어 있는 자전거가 주차되어 있는 거리를 지나 대왕오징어튀김을 사 먹기도 하면서, 안쪽으로는 먹거리 가게들이 즐비한 바닷가를 거닐었다.
그러한 가게들이 있는 곳에는 가끔 ‘맥도널드[麥當勞]’ 간판도 보였고, 무슨 ‘궁(宮)’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사당 같은 곳도 있었다. 도교와 불교, 그리고 거기에 대만 전통신앙에서 가장 대표적인 마조신앙(媽祖信仰)이 습합(習合)된 사원이랄 수가 있겠다. 마조신은 어민을 수호해주는 여신이다. 오늘날 대만에서 마조는 옥황상제보다 더 인기가 높다고 한다.
마조신앙은 천비신앙(天妃信仰)이라고도 하는데, 사당의 본당에는 관음보살을 중심으로 다른 보살들을 모시고 후전에 마조신을 모신다고 한다.
매년 음력 7월 1일이면, 저승의 문이 열리고 귀신들은 인간세계에 내려와서 7월 한 달을 지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건함과 동시에 두려움을 가지고 이승으로 내려온 귀신들을 맞이한다. 이때 귀신들이 저승에서 쓸 종이돈을 태워주기도 하는가 하면, 자신을 해코지할 귀신을 만날까 봐 밤거리를 걷는 일이라든가 휘파람 불기, 수영 따위를 삼가고 결혼식이나 이사 따위도 행하지 않는다. 7월 귀신의 달 중에서도 그 절정은 음력 7월 15일인 중원절(中元節)이라고 했다.
그러한 ‘궁’ 중에서 단연 ‘화충궁(和衷宮)’이란 곳이 눈에 도드라지게 들어왔다. 그 앞쪽으로는 무슨 굴뚝 같은 건물도 보였는데, 그것이 바로 종이돈이라든가 소원 따위를 적은 소지(燒紙)를 태우는 곳이라고 했다. 특히 바닷가에는 사나운 파도와 싸워야 하는, 배를 타고 나간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서 이러한 ‘궁’이 많은 듯싶었다. 그 중에서도 이 ‘화충궁’은 특히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는 곳이라서 소원을 빌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곳인 모양이었다. 절대적인 존재라 믿으며 살고 싶은 연약한 인간들의 마음을 태우는 곳, 활활 타오르는 불꽃으로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바닷가를 한 바퀴 돌고 났는데도 시간이 남았기에 75원을 주고 닭튀김 중짜 하나를 사서 먹었다. 한화로 치면 3000원쯤 되었다. 그런대로 맛이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았다. 게다가 더웠다. 해서 이번에는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아이스커피 하나를 시켜 마셨다. 역시 75원이었다. 커피도 커피지만 사실은 에어컨 덕을 보자는 심사였다. 카페에는 주로 젊은이들이 많이 있었지만, 어쩌다가 나와 비슷한 늙수그레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역시 더위를 피해 들어온 여행객들로 보였다. 커피를 다 마셨어도 얼음이 많이 남아 있기에 가지고 나와 플라스틱 병에 있는 물에 쏟아 넣어서 마시는 부수적인 효과까지도 이용했다. 그럭저럭하다 보니 집합 시간이 되어서 모두 모여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하여 이동하였다.
이동 중 가이드에게 물었다. 이곳 음식들은 대부분 달콤한 것들이 많은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더니, 추운 지방에서는 소금이 방부제로 사용되지만 더운 지방에서는 설탕이 방부제 역할을 하는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 방부제로는 대체로 4가지가 쓰인다. 소금과 설탕을 비롯하여, 식초와 기름도 방부의 효과가 뛰어난 식품들이다.
광고판에 흔히 보이는 기차(汽車)는, 중국의 경우 자동차를 말하던데 여기도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차는 여기서는 화차(火車)라고 한단다. 그리고 ‘기계 기(機)’ 자의 기차(機車)는 오토바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대만에는 ‘놀이동산’이 없다고 한다. 여자들은 대부분 직장을 가지고 있고 아이들은 토‧일요일을 제외한 일주일 내내 ‘어린이집’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만의 여성들에게는 ‘모성애’를 찾아보기가 어렵단다. 부모도 살아있을 때에는 한 30% 정도만 자식들에게 상속을 해주고 그 이상은 하지 않는단다.
요즈음에 와서는 젊은이들이 한국을 좋아하다 보니 한국 영화에서 배워서 차츰 아이를 사랑하는 쪽으로 많이 변하고 있어 다행이란다. 한류는 그렇게 대만에도 깊숙이 퍼지고 있었다. 타이베이의 트랜드 마크가 101빌딩과 배용준이 묵었던 Hotel이라 하니 이곳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어는 정도인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은가?
요 즘 대만 사람들은 한국으로 여행을 가면 한국 물건들을 엄청 많이 사오는 추세라서, 쇼핑할 목록 명단만 해도 무척 길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한국 영화에서, 술 마신 여자들을 업어서 데려다주는 남자들을 보고 배워서, 요즘엔 대만 남자들도 술 마신 여자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일이 거의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고 하였다.
한국식 성형을 하기 위한 한국행도 많아졌다고 한다. 작년 5월이었던가? 압구정동을 지나다가 보니 성형외과 간판이 하도 많아서 전철역 근처를 일부러 돌면서 세어 보았더니 50여 개가 넘었는데, 그게 전부 중국과 대만의 여성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반가운 일 하나는 무엇보다도 한국식 모성애까지도 배워가기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그러고 보니 한국은 정말로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가이드가 고마워서 주머니에 있던 달마를 그린 조약돌 하나를 선물했다. 그랬더니 가이드, 무척이나 고마워하며 백에서 작고 동그란 주머니를 하나 꺼내어서 거기에다 소중하게 넣고 있는 것을 보니 선물한 나도 기뻤다.
Hotel에 돌아온 다음 샤워를 하고 난 다음 8:55쯤 TV 2번을 틀어 보았더니, 한국의 대선 출구 조사 수치를 방송하고 있었다. 文 41.4, 洪 23.3, 安21.8%라고 하였다.
(17.6.16. 15매, 사진 1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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