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문화 체험기 25. 자그레브에서 만난 넥타이의 어원 ‘KRAVATA’.hwp
(발칸 문화 체험기 25)
자그레브에서 만난 넥타이의 어원 ‘KRAVATA’
이 웅 재
라스토케에서의 마지막 추억은 술로 마감하였는데 이제 찾아가는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Zagreb)에서의 시작은 무엇으로 할까 하고 생각하다 보니까, 느닷없이 목이 말랐다. 생수병을 꺼내어 한 모금 벌컥벌컥 마시니 속이 시원하다. ‘자그레브’의 어원은 전쟁에서 돌아온 장군이 만두사(Mandusa)라는 처녀에게 물 좀 떠 달라는 의미로 ‘자그라비스시(Zagrabivši)’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방금 나는 자그레브의 어원을 마셔 버린 것이다. 장군의 부하들도 나처럼 물을 마시고 속이 시원했을 것이다.
시내로 들어서니 처음으로 교통 정체 현상이 나타난다. 다른 곳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현상이다. 트램(Tram)이라는 파란색의 지상 전철이 눈에 들어온다. 파란색은 아드리아해를 대표하는 빛깔이다. 지하철은 없으며, 모든 트램 노선은 반예라치치(Ban Jelacici) 광장을 지난다고 한다. 거리에는 ‘그래피티(graffiti)’가 많이 눈에 띈다. 그래피티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도 있었고 오늘날에는 건물이나 지하도의 벽, 화장실 등의 벽에서 많이 볼 수가 있는 글씨나 그림이다. 한국에서는 홍대 앞이나 이태원 등지에서 더러 볼 수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불법 낙서’로 치부하고 있는 편이라서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은 그런 면에서도 ‘깨끗한 나라’이다.
먼저 자그레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자그레브 대성당’을 찾아보았다. 성 스테판(St. Stephen) 성당이라고도 하는 이 성당은 100m가 넘는 두 개의 높은 첨탑으로 되어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앞쪽 광장에는 금빛 찬란한 성모상과 수호성인들의 조각상과 분수가 있었다. “꽃보다 누나”에서 김자옥 씨는 여기에서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그녀가 감수성이 매우 풍부한 사람이었다고 생각들을 하고 지났겠지만, 본인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었다.
앞에서 말한 반옐라치치 광장에는 반예라치치 장군의 동상이 있었다. 칼을 빼어 높이 쳐들고 있는 장군의 모습은 용맹스러움 그 자체였다. 거리를 걷다 보니 대형 넥타이를 전시하고 있는 넥타이 상점이 눈에 띄었는데 ‘KRAVATA’라는 글씨가 보인다. 종교전쟁인 ‘30년 전쟁’ 당시, 프랑스에 용병으로 파병되었던 크로아티아 병사들의 목에는 붉은 스카프가 매어져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본 루이14세가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한 병사는 크로아티아의 병사라는 뜻으로 ‘KRAVATA’라고 대답을 하였다. 이후 프랑스에서는 그것을 본떠서 넥타이가 생겨났으며,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넥타이를 ‘크라바트(Cravate)’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기독교 초기에 순교한 14성인 중의 한 사람인 성 조지(St. George)상에도 관심이 갔다. 그가 타고 있는 말이 밟고 있는 동물은 담비를 뜻하는 ‘Kuna’라고 한다. 크로아티아에서는 과거에 이 쿠나의 가죽을 화폐 대용으로 사용하였기에 지금 화폐의 단위가 쿠나가 되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건물은 성 마르코성당(St. Mark’s Church)이었다. 크로아티아의 전통 문양으로 만든 특이한 지붕으로 유명한 성당이다. 지붕은 빨강, 파랑, 하양의 3색 대조가 아주 선명한 타일 장식으로 되어 있다. 왼쪽은 크로아티아, 오른쪽은 자르레브의 문양이라고 한다. 이승기는 그 지붕의 문양을 보고 꼭 ‘테트리스’ 같다고 하였다는데 아닌 게 아니라 그렇게 보이기도 했다. 성당의 왼쪽으로는 구 시청, 오른쪽으로는 크로아티아의 국회의사당이 있었는데, 내가 사진을 찍을 때에는 잠깐 친구라도 만나러 갔는지 보이지를 않아서 첨부된 사진 속에서 찾아볼 수가 없어 유감이다.
성 마르코성당에서 내려오다 보면 건물 하나가 앞을 가로막아 눈에 확 띈다. 성 캐서린성당(St. Catherine’s Church)이다. 캐서린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서 기독교의 박해가 극심했을 때에도 배교를 하지 않고 고문을 받다가 순교하였다. 그때 천사들이 내려와서 그녀를 데리고 갔다고 한다. 자그레브의 바로크(baroque) 양식 건축물로서는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란다. 삼각형의 지붕 위쪽에 십자가가 있고, 그 아래쪽으로는 겉으로 휘어지는 마름모꼴이 이어졌고 그 양쪽 끝에는 탑신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쪽으로 다시 삼각형 모양의 무늬와 인물상, 또다시 아래쪽 본체의 아치형 출입문 위로도 역시 삼각형 무늬가 있는, 전체가 새하얗게 보여서 시각적으로 또렷한 느낌을 주는 성당이다.
한 마디로 일반적인 건물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삼각형 모양의 문양이 매우 여러 번 사용된 건물이었다. 아울러 군데군데 많은 인물상의 조각들이 배치되어 있어 고전적인 느낌을 더해주고 있기도 하였다. 이 성당의 뒤편에 놓여 있는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자그레브 시가지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라고 한다.
성 캐서린성당을 보고 돌아나오는 길에서는, 콘크리트 벽에 있는 물빠짐 구멍[水口]에서 힘들게 자라고 있는 무화과나무도 있어서 그 생명력을 높이 사서 사진 한 장을 찍어 주었다.
드디어 우리도 저 무화과나무처럼 살아남으려면 먹어야만 할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아까 차를 타고 지날 때에도 한 번 보고서 무척 반갑게 여겼던 ‘온새미식당’으로 이동하였다. ‘온새미’란 ‘가르거나 쪼개지 아니한 생긴 그대로의 상태’라는 사전적 뜻을 가진 낱말이다. 이 집은 자그레브의 맛집으로 이름이 나 있는 집이란다. 그래서일까,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더 많아 보이는 집이었다. 나는 특히 이 식당의 김치찌개가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함포고복(含哺鼓腹), 배를 두드리면서 ‘온새미’에서 나온 내 눈에는 엄청나게 큰 쓰레기통과 길거리 화분에 심겨져 있는 소나무가 이채롭게 보였다. (17.7.12. 15매, 사진 18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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