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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리 꽃 [백화제방(百花齊放) 28]
이 웅 재
탄천 산책을 하다가 분당-수서로의 탄천교 밑을 지나노라니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좁쌀처럼 작지만, 황금색의 강렬한 빛깔로 사람의 눈길을 끄는 예쁜 꽃이 다닥다닥 달려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몇 년 전 탄천 둔치를 새로 정비하면서 다리 밑쪽에는 큼지막한 돌멩이들로 계단을 만들어 놓고 그 사이 사이에 몇 가지 종류의 꽃나무들을 심어 놓았는데, 이 꽃도 그 중의 하나였다. 나중에 이름을 찾아보았더니 ‘마타리’였다. 원산지는 한국, 여러해살이 풀로 잎은 긴 타원형으로 마디마다 2장씩 마주 붙어 있는 꽃이다. 키가 180cm 정도로 훤출한 키를 자랑한다. 그렇다고 해서 ‘싱거운’ 놈은 아니다. 웬만큼 센 바람이 불어도 잘 쓰러지질 않는 강골이다. 마타리, 얼핏 외국어처럼 느껴지는 이름이었지만 순우리말로 된 꽃 이름이었다. 이재능의 ‘마타리와 마타하리’(2014.8.11.)라는 글을 보면, 뿌리에서 장 썩은 냄새가 난다하여 ‘패장(敗醬)’이라는 속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고약한 냄새를 ‘맡았니’라고 하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 꽃 이름 중에 ‘타리’나 ‘다리’라는 접미사가 붙는 것이 더러 있는데, ‘다리’라는 접미사가 붙은 꽃은 ‘~을 닮은 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하여, 솜다리는 솜을 닮은 꽃, 수수꽃다리는 수수꽃을 닮은 꽃이라는 뜻이니, ‘마타리’는 키가 훤칠하니까 ‘말(馬)+다리’에서 변형된, ‘말을 닮은 꽃’이라는 뜻이 아닐까라기도 하였다. 그러나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은 북한어에 ‘흘러가지 않고 웅덩이 같은 데에 고여서 더러워진 물’을 ‘마타리물’이라고 하고 있으니, 아마도 거기서 유래된 이름으로 보는 것이 가장 옳을 것 같다. 그 이외에도 냄새가 지독하여 맛에 탈이 나게 한다는 ‘맛탈이’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도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쓴 맛이 난다고 하여 고채(苦菜)라고도 하고 또 여랑화(女郞花) 등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여랑화’란 아가씨의 낭군이라는 뜻이니 그 생김새하고 걸맞는 이름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여튼 1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의 사교무대였던 물랭루즈의 댄서였던 여간첩의 대명사인 ‘마타하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름이다.
일반적인 마타리 이외에 산지의 바위틈에서 흔히 자라는, 잎이 약간 둥글고 넓으며 통통한 손바닥에 손가락을 쫙 편 같이 5∼7개로 갈라진 모양의, 약 30cm 정도의 키를 하고 있는 금마타리와, 키는 비슷하거나 조금 더 작으며 잎이 깃모양으로 깊게 갈라지며 갈래조각이 피침형을 띠고 있는 돌마타리도 있다. 탄천에서 내가 본 것은 ‘돌마타리’였다. 나중에 남양주에 있는 단종비 정순왕후 송씨의 능엘 갔었는데, 거기서 본 것은 바로 키가 훤칠한 일반적인 마타리였다. 개화기는 금마타리가 가장 빨라 5-6월이고, 돌마타리는 7-9월에 개화하지만, 탄천에 핀 돌마타리는 일반적인 마타리와 마찬가지로 10월 말까지도 꽃을 달고 있었다.
어떤 마타리든 전체적인 꽃모양은 꽃대 끝에 자잘한 꽃들이 다부룩이 모여 피는데, 아래쪽 꽃대는 길고 위쪽 꽃대는 짧아서 거의 일렬 횡대를 이루어 마치 우산 모양의 산방꽃차례[繖房花序]로 피어난다. 수술은 4개, 암술은 1개로 역시 남성적인 꽃이다. 그래서일까? 벌이나 나비를 유혹하는 아름다운 향기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 마디로 냄새는 고약하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 자신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란다. 그런 냄새는 딱정벌레와 같은 작은 곤충들이 좋아하는 냄새라서, 그들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한다는 것이다. 모양은 예쁘지만 냄새가 고약해서 사람들이 잘 꺾어가지 않기에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줄 아는 슬기로운 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탄천교 아래의 돌마타리는 어떤 아가씨가 한 움큼이나 꺾어서 다발 모양으로 만들어 가지고 희희낙락 콧노래를 부르며 가고 있기에, 나도 꽃송이 하나를 따서 킁킁 냄새를 맡아 보았더니 워낙이 작은 놈이라서 그런지 별로 고약한 냄새가 맡아지지가 않았다. 한편, 마타리처럼 좋지 않은 냄새를 풍기는 꽃들도 적지 않다. 노루오줌이나 계요등(鷄尿藤) 처럼 노루나 닭 오줌 냄새가 나는 꽃도 있는 것이다.
이 마타리는 소설가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에도 등장한다. 소년과 소녀가 벌판 끝에 있는 산으로 가면서, 소년이 소녀에게 꺾어준 여러 가지 꽃 중에서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바로 마타리다.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 그런데,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탄천교 아래의 아가씨도 아마 ‘소나기’ 중의 이 대목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돌마타리 꽃을 꺾었을 터였다. 꽃말은 그 생김새만큼이나 듣기 좋은 ‘미인, 무한한 사랑’이란다.
연한 순은 나물로도 먹을 수 있고, 치질이나 치루로 항문에서 피가 날 때에도 마타리 전초를 말려서 가루 내어 막걸리에 타서 먹으면 좋다고 한다. 그 이외에도 간염, 방광염, 충수염, 전립선 치료 및 신경쇠약으로 인한 불면증 등에도 효험이 뛰어나서 약용식물로서도 재배하고 예쁜 꽃 때문에 원예식물로서도 인기를 누리며, 내한성이 강하여 스키장이나 폐광촌의 복구에도 많이 사용되는 꽃이다. 같은 마타리과에는 흰색 꽃의 뚝갈이나 붉은 빛이 도는 쥐오줌풀도 있으니 꽃의 빛깔로 구분할 일이다. (16.11.9.15매. 사진 2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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