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문화 체험기

[필리핀 문화 체험기 2] 미안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낯설었다

거북이3 2018. 3. 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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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문화 체험기 2]

           미안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낯설었다

                                                                                                                                         이 웅 재

  입국 심사대는 몇 개밖에 열어놓지를 않아서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심사가 무척 까다롭고 느렸다. 그래서들 말했을 것이다. 면세점에서 찾은 물건들이라도 모두 가방 속에 넣어서 가져가야지 손에 들고 가다가는 잘못하면 무슨 가탈을 잡든 걸려들기가 쉽다고들 말이다. 우리야 혹시라도 사위에게 누라도 끼칠까봐 면세한도인 600달러에도 한참 못 미치는 물건밖에는 사지도 않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그래도 조심을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지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 중산층 가정의 경우, 한화로 약 5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형편이라고 하는 만큼, 과거 우리나라가 그랬듯이 그런 식으로라도 부정 수입을 올려야만 살아나갈 수가 있었을 터였다.

  밤 시간도 늦었는데, 언제 저 많은 사람들이 심사대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속으로 걱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 하는 소리가 들린다. 딸내미였다. 딸내미는 심사를 기다리느라 길게 늘어선 줄들을 헤치면서 우리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 이곳까지 들어올 수가 있었을까, 조금 있자니 사위까지도 우리에게로 왔다. 딸내미와 사위는 가슴 쪽에 ‘OB1’이라는 명패를 달고 있었다. 무엇을 의미하는 명패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어쨌든 그것은 소위 ‘완장’의 역할을 하는 모양이었다. 어떤 여행객들은 공항 직원인 줄 알고 이것저것을 물어보기도 하더란다. 어쨌든 그 덕에 승무원과 스튜어디스들이 입국하는 테이블을 이용하여 쉽게 출국을 했다. 편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게 편하게 입국 심사대를 지날 수가 있어서 편했다. 이만한 일에도 그처럼 편한 것이 좋은데, 높으신 분들이 귀빈실 이용을 왜 마다하겠는가? 그런 생각에 미치자 곧바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많은 사람들을 두고 우리만 그렇게 쉽게 심사대를 빠져나왔다는 것이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떻게 보면 커다란 갑질을 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역시 그것은 을의 소행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입국 심사대는 그렇게 쉽게 그리고 빨리 빠져 나왔다. 헌데 그러면 뭐하나? 수하물을 찾는 곳에서는 부지하세월이었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한 까닭에 수하물은 계속해서 찾아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 같은 짐들만 빙빙 돌고 있을 뿐이었다. 짐들이 엉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공항 직원 한 사람이 일부러 서서 새로 나오는 짐은 아예 나오지를 못하게 막고 있기까지 하고 있었다. 우리가 짐을 찾았을 때는 아마도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짐을 가지고 나오면서 보니까 이곳의 공항 로비는 좀 특이했다. 우리나라처럼 마중 나온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비 안쪽으로 들어갈 때에도 마음대로 짐을 가지고 들어갈 수가 있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바깥 차도에서 로비로 들어갈 때부터 짐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검색대가 설치되어 있는 구조였다. 그러니 불필요한 사람들이 공항 로비 안쪽으로 들어갈 일이 없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탑승자라든가 환송객의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안전을 위해서는 그것이 훨씬 나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런 시스템은 이곳이 우리 한국보다는 범죄율이 더 높다는 반증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위가 고용하고 있는 운전사에게도 미안했다. 평소라면 퇴근을 하고서도 오랜 시간이 지났을 시간인데 우리 때문에 이 밤중에 고생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도로는 전반적으로 조금 어두운 편이었다. 우리나라보다는 전기 사정이 좋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질서도 한 마디로 엉망이라는 느낌이었다. 아무데나 차를 세워두는가 하면, 사람들도 신호 따위는 아랑곳없이 마구 길을 건너고 있었다. 자동차들도 차선 따위를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한 마디로 운전하기가 매우 힘든 나라로 여겨졌다. 도로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막혔다.

  드디어 ‘Oneserendra’ 아파트에 도착했다. 아파트 정문에는 철문이 막고 있었고, 2명의 경찰(아파트 경비를 위한 청원경찰?)이 있었다. 그들은 사위와 딸내미의 얼굴을 보고는 철문을 열어주었는데, 한 명은 자동차 뒷바퀴까지 금속탐지기 같은 것으로 검사를 하고 있었다. 철문 통과 후 지하실 주차장으로 가는 곳에도 또 경찰 2명이 있었다. 나중에 보니 가는 곳마다 경찰들이 있었다. 저 정도라면 안전하겠다 싶으면서도 오죽하면 저럴까 싶어 이곳의 치안 불안이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차고는 무척이나 넓었고 차량마다 주차 장소가 지정되어 있었는데, 우리 차는 엘리베이터와 이곳 근무자들의 사무실 바로 옆이 지정 주차장이었다. 여러 면에서 상당히 편리한 곳인 반면 불편한 점도 있다고 했다. 특히 엘리베이터가 가깝다 보니 다른 차들이 슬쩍 주차하는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바로 옆에 근무자들의 사무실이 있어서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에도 보안 카드가 있어야지만 가고자 하는 층을 누를 수가 있었다. 8층 주거지에 도착한 시간은 12시가 훨씬 넘은 때였다. 아파트 구조는 특이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현관에 신발장이 떠억 버티고 있을 터인데 이곳 아파트에는 신발장이 없었다. 신발장을 놓을 자리마저 없었다. 해서 현관 밖에서 신발을 벗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안쪽에 간이 신발장 같은 것을 만들어 놓아서 그곳에다 신발을 놓아야 하였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외손녀는 그때까지 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계속 눈을 비벼대고 있었고, 외손자는 학교에서 단체로 여행을 떠나서 집에 없었다. 여행으로 인한 피로감도 엄습해 왔기에 우리는 대충 짐 정리를 하고는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18.3.10.15매, 사진 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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