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문화 체험기

따가이따이, 이멜다 여사의 엉덩이라도 걷어차야 [필리핀 문화 체험기 11]

거북이3 2018. 3. 27. 14:11


필리핀 문화 체험기 11. 따가이따이, 이멜다 여사의 엉덩이라도 걷어차야.hwp


    

     [필리핀 문화 체험기 11]

           따가이따이, 이멜다 여사의 엉덩이라도 걷어차야

                                                                                                                                                   이 웅 재

  2월 10일(토) 맑음.

  5:30쯤 기상. 오늘은 모처럼 토요일이 되어 사위가 시간이 나서 직접 자동차를 몰고, 남쪽으로 2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캐년 코브 비치 리조트(Canyon Cove Beach Resort)로 가기로 했다. 캐년 코브는 마닐라 근교에서 가장 유명한 리조트로 바탕가스(Batangas)의 나숙부(Nasugbu)에 있다.

  6:30, 이른 시간에 출발했다. 왕복 1차선이 많아서 차가 막힐 것을 염려해서였다. 그러나 처음엔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아무래도 시골 정취를 맛보며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곧 일반도로로 접어들었다. 얼마쯤 가다 보니 도로 좌우로는 노점상들이 많이 보였다. 아마도 찐 옥수수 등속을 팔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처럼 차가 막힐 것을 염려해서 일찍 출발한 사람들을 위한 아침식사 대용의 먹을 것들을 팔고 있는 듯했다.

  군데군데 ‘레촌(Lechon)’을 선전하는 광고판들이 이색적이었다. 레촌은 필리핀, 그 중에서도 특히 세부(Cebu) 지역의 대표적 음식으로 ‘통돼지구이’다. 저걸 꼭 먹어 보아야 하는데 필리핀을 떠날 때까지도 못 먹어보았다. 통돼지구이? 돼지 한 마리를 어떻게 다 먹느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레촌’이란 스페인어로 ‘젖이 떨어지지 않은 새끼 돼지’라니까. 하지만, 곧 ‘그 어린 것을…’ 하는 생각이 앞서자,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맛이야 아마도 우리의 ‘족발’ 비슷하지 않을까? 가격은? 한화로 따지면 15만 원 내외라니 조금 비싼 듯하지만, 통째로 한 마리라는 생각을 하면 비싸다는 생각은 접어도 될 듯했다.

  한참을 더 달리다 보니 따가이따이(Tagaytay)가 나오고 과일을 파는 Market도 보이지만 문은 열지 않은 것 같아서 그냥 지나쳤다. 여기에서는 11시쯤 되어야 문을 연다고 한다. 중앙분리대에는 키 작은 야자수가 있는 곳도 많았고, 교차로임에도 불구하고 신호등이 없는 곳도 많았다. 길옆으로는 쇠창살을 쳐 놓고 물건을 파는 구멍가게도 보였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조금 개발된 곳이거나 새로 지은 건물의 상점들에는 그런 것을 볼 수가 없어서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조금씩 치안이 나아져가고 있는 증좌라고 생각되는 때문이었다. 구멍가게가 많은 동네를 지나 가구점들이 많은 곳으로 접어들었고, 이어서 개발도상의 마을들이 나타났다.

  좀더 가다가 ‘Starbucks’엘 들렀다. 여기는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이면 거의가 다 들르는 곳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바라보이는 곳은 바다처럼 보이는 따알(Taal) 호수이고, 그 호수 가운데에서 화산이 폭발하여 따알 화산이 생겼는데, 아, 그 화산섬이 또다시 폭발하여 또 하나의 호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활화산이 있는 이중화산이 있다는 말이다. 이 화산이 가장 최근 폭발한 것은 1977년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보기 위해서 찾아들어 이름난 관광지가 된 것이다. ‘따가이따이’는 ‘아버지 엉덩이를 걷어차다’라는 뜻이란다. 말하자면 불효의 고장이었다. 그런데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바람에 놀라서 방귀를 ‘뿌웅!’하고 뀐 것이 호수 안에 또 하나의 화산을 만든 셈이고, 그 덕분에 관광지가 되어서 이곳 사람들을 먹여살리고 있으니, 그건 불효가 아니라 효도가 아니었을까? 경주에 있는 ‘효불효교’는 효도를 하겠다고 놓은 다리가 불효의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 된 것이고 보면, 여기 ‘따가이따이’는 그와는 정반대의 곳이라고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배를 타고 따알 화산으로 들어가, 거기서 다시 말을 타고 그 2중화산을 보는 관광이 이루어진다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서 커피숍 앞쪽의 따알 호수도 보이질 않고, 배도 뜰 수가 없다고 한다. 주변에는 과거 마르코스 대통령의 영부인이던 이멜다 여사의 별장도 있었다고 하니, 젠장, ‘이멜다 여사의 엉덩이라도 걷어차야’ 할 판이다.

  조금 지나니, 한국 처녀들 3명이 현지 남성 한 사람과 함께 들어온다. 아마도 남성은 여행 안내자인 듯했다. 저렇게 안내를 받을 때 주의를 하여야 한다고 했다. 아무데나 가서 여기가 거기라고 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이라면 더욱 그렇단다. 그러고 보니, 이 커피숍에도 경찰이 있었다.

  우리는 커피와 함께 빵도 몇 개 주문하여 먹었다. 아침 일찍 나오느라 조반을 못 먹었기에 그 대용으로 먹은 것이지만, 맛이 아주 근사했다. 배가 고팠기 때문이었겠지만, 나는 오늘 안개 때문에 따알 화산을 보여주지 못한 따알 호수의 배려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한 가지 더 반가운 것은 매장 한 쪽 벽면에 “소지품을 염두하시기 바랍니다”라는 한글로 쓰인 글을 보게 된 일이다. 아마도 영어로 소개된 말을 번역해 놓은 것인 듯싶었다. ‘염두’라는 말을 ‘주의’라고 바꿔주고도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 ‘염두’가 오히려 조금은 어설픈 듯하면서도 소박한 느낌이 들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커피숍에서 나와 다시 길을 달리다 보니 한글로 된 ‘샘물교회’라는 간판도 보인다. 교회가 있을 정도면 한국인들이 상당히 많이 살고 있는 곳인 모양이었다. 오래간만에 지방도로에 있는 육교도 보았다. 그런데 거기서 본 앞에 가는 차는 아무리 보아도 이상했다. 번호판이 없는 것이다. 외국차를 수입했을 때에는 2년 정도 이렇게 번호판 없이 지내기도 한다니 어이가 없었다.

    (18.3.27.15매)

아내 말이, 어제(20.1.12.) 한아가 마닐라 근처에 있는 화산이 폭발하여 화산재가 날리고, 생수가 동이 났다고 하여 인터넷을 찾아 보니, 다음과 같은 기사가 보였다. 그화산은 우리가 그 앞쪽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았던 곳이었다.

필리핀 관광 명소인 (Taal)’ 화산이 폭발해 주민 등 수천명이 대피하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고 CNN 필리핀 등 외신이 보도했다. 필리핀화산지진연구소(Phivolcs)에 따르면 12(현지시간)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약 65km 떨어진 탈 화산이 폭발해 10~15km 높이의 화산재 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필리핀 당국은 탈 화산섬을 영구 위험지대로 선포해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반경 14km 이내의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현지 언론은 지금까지 주민과 관광객 등 약 8000여명이 대피했다고 전했다.(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0-01-13 08:42수정 2020-01-13 09:00.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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