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수필문학추천작가회' 사화집 게재된 작품입니다.
오르는 집값, 떨어지는 출산율
이 웅 재
아무리 생각해도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 어느 민주당 의원은 집값 폭등의 원인을 박근혜 정부 탓으로 돌리면서 맹비난을 했다. 한은(韓銀)이 정권에 굴복해 금리를 내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그렇다면 금리를 대폭 인상하도록 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아마도 집을 못 사서 아우성치는 사람들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은행 대출의 빚더미에 올라앉아 허덕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사람들은 누구일까? 현 정부에서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대기업들일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소득주도성장’론에서 보호 대상층으로 삼고 있는 중소기업이거나 개인 창업자들일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 지금 우리는 출산율 저조가 국가적 이슈라고 아우성이다. 1996년 69만1000명 정도이던 한국 신생아는 2001년 50만명, 2002년 40만명으로 줄더니 작년엔 35만7000명대로 내려앉았다. 올핸 30만명 선도 무너질 수 있다고 한다. 출산율 저조는 상대적 고령화가 문제이지 집값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일이 아닌가?
인구가 줄어드는데 왜 집값은 올라가고 있는가? 대가족이 해체되고 핵가족 시대로 접어들어서라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대가족이 살기 위해 한때 선호했던 넓은 평수의 집들을 작은 평수로 바꾸면 해결될 일이 아닌가? 지금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는 대형 아파트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그리고 그 아파트들은 대체로 재건축을 해야할 시점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그 아파트들을 재건축하면서 출입할 수 있는 현관문을 2개 또는 3개로 만들어 2 내지 3가구가 살 수 있도록 하면 모자라는 집들을 채우고도 남을 수가 있을 터인데, 그런 식의 재건축은 신청을 하여도 허가를 하여 주지를 않는다. 자녀들이 모두 출가하고 난 다음 노부부 2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대부분인데도 예전처럼 널찍한 집을 썰렁한 채로 떠메고 살라고 한다.
그러면서 국토부인가 하는 곳에서는 서울시가 대단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그린벨트를 해제시켜 주지 않는다고 종주먹을 댄다. 해마다 당하는 대규모 홍수나 가뭄, 지구 온난화 때문에 발생하는 그 수많은 자연 재해들을 ‘나 몰라라’ 하면서, 국민들을 위하는 정책을 펴려는데 딴지를 걸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 막으려면 원전‧신재생 늘려야”(조선일보,18.10.9.A11면) 한다는데 현 정부는 그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말이다.
출산율은 왜 떨어지기만 하는가? 제일 큰 문제는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 결혼을 하더라도 가임 기간이 별로 남지 않은 나이에야 하는 만혼 때문이라는 주장들이 있다. 우리보다 먼저 출산율 문제가 제기된 일본을 보자. 일본에서는 요즘 ‘아라포 세대’라는 조어까지 생겨났다. ‘어라(아라)운드 포티’, 40세 전후의 결혼을 포기한 중년 독신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어린애는 정상적인 경우라면, 처녀 또는 총각 혼자서 낳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신문에 발표된 서울대 이철희 교수의 보고를 따르면, 2016년 배우자 있는 여성들은 평균 2.23명의 아이를 낳아 2000년 1.7명보다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한다. 문제는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데에 있다는 말이다.
왜 결혼을 꺼리는가? 조선일보 ‘저출산’ 취재팀이 만난 30~35세 비정규직 미혼 남성들은 “서울에서 살려면 전세도 2억원 이상 된다. 그걸 언제 모으나”라고 한탄하더란다. 번듯한 기업에 정규직으로 들어가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데 어느 겨를에 집 장만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왜 정규직으로 들어가기가 힘드는가? 주 52시간제는 중소기업들이 정규 사원을 꺼리는 풍조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최저임금제는 정규직이 아니라도 정규직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까지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몇 군데 알바를 하면 작은 기업의 정규직 정도의 돈은 벌 수가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사장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로운 알바로 지내는 것이 낫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힘들게 정규직이 되었다손 치더라도 어린애 낳는 일은 계속 꺼린다. 전세도 2억 원 이상이 드는데, 집을 사려면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할 수밖에는 없는데, 맞벌이를 하면서 어린애를 키우는 일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9월 10일자 “조선일보” A8면 기사를 보자. “2016년 합계출산율기준 세종시는 1.82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보육천국 세종청사 어린이집…야간전담 교사가 밤(오후 10시 30분)까지 애 맡아줘”
“야근해요” 17시까지 알려주면 끝/ 총 9군데서 약 2000명 아동 수용
공무원맘 “난 낳은 것밖에 없고/ 보육 선생님들이 다 키워줬죠.”
이튿날의 A10면 기사도 함께 보자.
“신생아 1명당 1억원 지원…솔깃? 황당?/ 장려금지원금 등 496조원 필요”
보도대로라면 그 돈으로 보육원의 야간 전담 교사를 대거 채용하는 일이 더 낫지 않을까? ‘일자리 창출’이라는 또 하나의 정책도 자동으로 해소되는 방안인데 말이다.
그런가 하면, 개인 기업에서는 이 눈치, 저 눈치 때문에 힘든 육아휴직도 그렇고, 또 그 육아휴직 기간 중의 연금보험료도 문제다. 공무원처럼 국가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 준다면, 그것도 출산율 증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18.9. 29.13.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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