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4의 생활 수칙
이 웅 재
세상살이는 무수한 일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는 교직(交織)으로 이루어진다. 때에 따라서는 서로 다른 일과 부딪히는가 하면 때로는 비슷한 일이 반복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한 허다한 일들을 겪을 적마다, 어떻게 대응을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일들로 바꿔나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저절로 나만의 생활수칙이 자리잡게 되었다. 그 나만의 생활수칙을 은밀하게 공개한다.
1. 같은 일에 대한 실수는 1번으로 족하다.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일과 같은 데에서는 두세 번 반복되는 실수를 하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서, 누구든지 같은 일에 대한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생활지침으로 삼는다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터이지만,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그러한 큼직큼직한 일로만 교직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바는 그렇게 중요한 일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같은 일에 대한 실수는 1번으로 족하다.’는 수칙은, 사소한, 아주 사소한 일로서의 수칙이라는 점을 밝혀두어야겠다. 예컨대, 집에서 나올 때는 비가 내려서 우산을 가지고 갔는데, 버스에서 내릴 때에는 반짝 햇빛이 드는 바람에 그만 깜빡하고 챙기지 못하고 내리는 일이라든가, 핸드폰에 코를 박고 지내다가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슬쩍 지나쳐 버리는 일, 그리고 별 일도 아닌 일 때문에 꿈지럭대다가 약속 시간에 몇 분쯤 늦는 일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
2. 커피는 남의 것(특히 아내 것)을 2모금쯤 빼앗아 먹는다. 왜? 그게 맛이 좋기 때문이다. 원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하였다. 그렇다고 무례하게 다른 사람의 커피잔을 넘보는 일은 점잖은 체면에 시도해 볼 만한 일이 못되지 않는가? 부부는 일심동체, 그러니 아내의 커피를 2모금쯤 마셨다고 범죄시하는 사람은 없으렷다?
그런가 하면 커피에는 티 스푼으로 2스푼 정도의 설탕을 넣어 마신다. 요즘 젊은이들은 블랙 커피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어려서 6‧25를 겪은 세대들에게는 설탕을 넣어 마시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 버렸다. 미군들이, 달리는 트럭이나 지프차에서 던져주던 그 시커먼 커피를, 무슨 과자라도 되는 것으로 짐작하고 입에 털어 넣었다가 그 쓴맛에 퉤! 퉤! 뱉어내던 기억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프림은 넣지 않는다. 그래야 아들이나 손자들에게 ‘꼰대는 할 수 없어….’ 하는 따돌림에서 벗어날 수가 있으니까.
아하, 그리고 가급적 모든 일에서 2등을 선호한다. 학교에 다닐 적에는 1등이 되고자 노력하기도 했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2등이 되고자 노력을 한다. 1등은 힘들다. 뿐만 아니라 적도 많다. 하지만 2등에게는 친구가 많다. 문젯거리가 생겨도 2등에게까지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따르는 사람이 1등보다 1사람이 적을 뿐이지만, 1등에게는 적이 되는 사람도 2등에게는 친구로 치부될 수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서열인가?
뿐만 아니라 어디로 갈 때에도 2발짝을 떼기 전에 가도 되는 곳인지, 빠뜨린 건 없는지 하는 따위를 확인하는 습관도 빼놓을 수 없은 2의 생활 수칙이다.
3. 하루에 3번 나 자신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다. 나를 모르면서 남을 이해하려고 하는 일은 터무니없는 욕심인 때문이다. 조금 어렵다고 생각되는 일이라도 3세번 시도한다. 그래도 실패하면 같은 일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아니한다. 쓸데없이 시간만 허비하는 일이라 생각되어서이다.
하루에 3번 하늘을 쳐다본다. 그러면 아무리 짜증이 나는 상태에서도 자신도 모르게 여유가 생겨남을 맛보게 된다. 외출을 할 때에는 꼭 3가지를 확인한다. 핸드폰, 지갑, 그리고 안경을 꼭 챙긴다. 젊었을 때에는 2가지만으로도 충분했었는데, 이제는 나이를 숨길 수가 없는 일이라서 ‘안경’이 첨가되었다. 하지만 그걸 안타까워하지는 않는다. 그건 자연현상의 하나일 뿐이라고 여기면 속 편해지는 일 중의 하나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늦어도 새벽 3시까지는 잔다. 나는 올빼미형 인간이다. 보통은 새벽형 인간이 바람직하다고들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생체리듬이란 만들기에 따라서 다르다고 생각한다. ‘다음 Tip’에서 양미경 기자는 말한다. ‘올빼미 족은 어쩌면 자연이 정해준 시간을 거부하며 자신에게 맞는 삶을 살아가는 치열한 인간상인지도 모른다.’고. 그렇다. 밤 12시가 넘으면 사방이 조용해진다.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고, 나만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 수 있고, 그러다 보니 글쓰기에 아주 적합한 시간이 밤 12시에서 새벽 3시 사이라고 인식되어서이다.
4. 아내, 맏딸, 큰아들, 작은아들 이 네 사람이 내 가족이란 점을 잊지 않는다. 이 네 사람에게는 혹시 서운한 점이 있어도 괘념치 않는다.
그리고 나는 4자를 좋아한다. 대학 입학시험을 볼 때의 수험번호가 ‘404’였고, 우리집 번지가 254번지요, 아파트 동 호수가 504동이다. 그런가 하면 현재 우리집 전화번호는 ‘704-6574’이고, 내 핸드폰 번호도 ‘4754-6574’로 ‘4’ 자 투성이이다.
숫자 ‘4’가 아닌 우리 음(音) ‘사’ 자도 좋아한다. 그래서 직업도 ‘사(師)’와 관련된 직업을 가졌었고, 이브를 유혹하였던 ‘사(蛇)’도 좋아한다. 동란 통에 호적상 1살이 줄어서 42년생이 되었지만 나는 41년생 ‘뱀띠’라는 점도 ‘사’ 자를 싫어하지 않게 된 하나의 요인이라 하겠다.
젊었을 때는 안 그랬지만, 요사이에 와서는 ‘먹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밥 사(食)’ 자도 싫지 않으며, 글 쓰는 일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사(辭)’ 자에도 관심이 많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여야 하니 ‘사(思)’ 자 하고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아하, 그리고 이제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기에 ‘사(死)’ 자에게도 가깝게 다가가서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고자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18.8.5.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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