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어떤 여배우의 얼굴

거북이3 2019. 1. 2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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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여배우의 얼굴

                                                                                                                                                  이 웅 재

 

  암만 보아도 예쁜 구석이 없었다. “최고의 치킨이라는 드라마 제목에 어울리는 여배우라고는 보이지가 않았다. ‘최고의라는 제목을 달았으면, 거기에 등장하는 배우도 내 생각으로는최고의수준이라야 걸맞을 것 같은데, 이건 어째 멋진 제목에서 받는 느낌을 반감시켜주는 캐스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드는 것이었다. 남배우는 그런대로 괜찮다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여배우는 정말 아니었다. 해서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려볼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리모컨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상해서 리모컨을 들고 있는 오른손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나는 리모컨을 건드리지도 않고 있었다.

  이해가 안 간다. ‘별로라고 하면서 왜 다른 채널로 바꾸지를 않은 것일까? 채널을 바꾸지 않았으니, “최고의 치킨은 계속 방영되고 있었다. 해서 할 수 없이 그 여배우의 얼굴을 다시 대하게 되었다. 얼굴은 하얬다. 그리고 깨끗했다. 순수(純粹)하다고나 할까? 아니다. 순수하다는 것은 잡것이 섞이지 아니하였다는 의미이고 보면, 언제고 그 순수함은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함이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바뀌어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니,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저 여배우의 표정에는 어떤 잡것도 침범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속에 굳게 자리를 잡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순수하다는 것을 그만큼 위험이 뒤따르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생각의 틈을 비집고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순수하다기보다는, ‘순진(純眞)’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었다. ‘꾸밈이 없고 순박함’, 또는 세상 물정에 어두워 어수룩함을 의미하는 말이 순진이었다. ‘어수룩함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였지만, 어떤 측면으로는 강인한 면도 함께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하여, 앞으로 그미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여 갈지, 또 그에 따라서 드라마에서는 어떤 반전이 이루어질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겨서일까? 그 여배우의 모습이 차츰 어떤 미묘한 흡인력을 가지고 다가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무심한 듯 전방을 응시하는 모습은 얼핏 표정이 없었다. 그런데 그 표정이 없어 보이는 얼굴이, 묘하게 보고 있는 사람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끌려 들어가게 만들고 있었다.

  아주 긴 머리도, 그렇다고 짧은 단발도 아닌 머리가 양쪽으로 흘러내려 적당하게 얼굴을 감싸고 있었는데, 언뜻언뜻 보이는 모습에서는 그 흔해빠진 귀걸이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수수하게 보였다. 어쩌다 웃는 모습에는 요란스러움이 없었다. 눈이 웃음을 머금고 있었고, 약간은 서로 가깝게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 콧구멍의 거리가 조금은 벌어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에, 위쪽의 가지런한 이가 충분히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무언가 난감해 하면서 고개를 약간 뒤쪽으로 젖히고 눈은 반쯤 감아버리는 때에는 조금 시원스럽게 보일 정도의 긴 목이, 계속 그 모습을 보고 싶으니 고개를 정면으로 되돌리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픈 마음까지 들게 했다.

  먹고 싶은 것도 참아가면서 다이어트를 하여 비쩍 마른 모습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의기양양해 하는 젊은이들하고는 다른, 약간은 복스럽게 보이기까지 하는 얼굴 전체의 생김새도 마음에 들기 시작했고, , 그 잡티 하나 느껴지지 않는 전체 얼굴의 윤곽도 마음에 꼭 들었다. 한때는 얼굴 한쪽에 , 여기 있소!’하고 스스로를 강조해주고 있어 매력 포인트라고들 수군거리게 만들던 적당한 크기의 까아만 점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는 순수함이 은근히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좀더 그미가 가깝게 다가왔을 때는 무엇엔가 한껏 놀라는 표정을 띠었을 때였다. 평범했던 모습이, 순간적으로 새로운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한 듯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으로는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면서 드러내 보이는 약간은 당돌하다 싶을 정도의 다짐도 느껴지는 표정이어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유난히 동그랗게 보이는 두 눈동자가 더욱 두드러져 보이면서, 약간은 벌어진 붉은 입술을 적당한 크기로 벌리어서, 자연적으로 보여지는 가지런한 치아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 그래, 그 순간에는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순수하며 인정이 두텁다는 사전적 의미의 순박(醇朴)’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놀라면 눈동자를 동그랗게 확장시킨다. 왜 그럴까? 놀랐을 때 작용하는 신체적 반응은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交感神經)’이 담당을 하는데, 이 자율신경계는 자율(自律)’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외부의 자극에 대하여 무의식적으로 작용을 한다고 하며, 흥분이나 긴장을 했을 때에는 바로 그 교감신경이 작용을 하여 심장 박동을 촉진시킴과 더불어 동공(瞳孔)을 확대시킨다고 한다. 놀란다는 것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부딪혔다는 뜻이니만큼 빠른 시간 내에 보다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하겠다는 반사작용으로 보다 눈을 크게 뜨는 것은 아닐까 싶은데,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흥분시키는 대상을 볼 때에도 커진다고 한다. 그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눈동자가 큰 사람들에게 보다 호감을 가지며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앞으로도 최고의 치킨의 여주인공은 좀더 놀라는 표정을 많이 보여주었으면 싶다. 그것은 극 자체에 놀라울 정도의 반전(反轉)이 많아진다는 의미가 되기도 할 터이니, 내용도 그만큼 재미가 넘쳐흐르게 될 수 있겠기에 말이다. 그래서 최고의 치킨의 시청률도 올라가고 여주인공의 주가도 따라서 뛰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두 가지만 덧붙인다. 나는 아직도 그 여배우의 이름을 모른다. 그리고덩달이를 하나 덧붙인다면 상대역의 남주인공의 주가도 덕분에 만족스러워지지 않을까 싶다.

                       (19.1.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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