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문화 체험기(3)

4. 영흥사 해수관음을 관람한 후, 볼펜을 안주로 일잔을 하다

거북이3 2019. 12. 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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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영흥사 해수관음을 관람한 후, 볼펜을 안주로 일잔을 하다

                                                                                                                                   이 웅 재

 

  플루메리아에 대하여는 한 마디만 더하고 넘어가자. 참박물관 정원을 채운 나무가 플루메리아 같아 보여서 가이드에게 물어 보았더니 수나무라고 했다. 그런데 나중 왕궁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코믹한 해설사에게 물었더니 플루메리아라고 정확히 알려 주었다. 아니, 아니다. ‘나무라고 알려준 우리 가이드분 얘기도 맞는 말이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좀더 자세히 알아보았는데, 여러 빛깔의 꽃을 피우는 다양한 원예품종이 300여 종이나 있어서 그 이름이 수십 가지나 된다면서, 남 베트남에서는 ‘Hoa Su(화 수)’, 북베트남에서는 ‘Hoa Dai(화 다이)’라고도 부른다는 것이다.

 ‘수염이 대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고 했다. 해서 서둘러 저녁밥을 먹었는데 한식(韓食)이었다. 가이드의 입장에서는 아직 베트남에 익숙해지지 못한 사람들이라서 그런 선택을 하였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몇 번 이곳의 음식을 먹어보다가 입맛에 맞지 않아서 힘들어 할 때쯤 한식으로 입맛을 되찾아주는 것이 더욱 나은 방법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다 계획된 일을 이러쿵저러쿵하는 일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서 토를 달지는 않았다.

  다낭엔 새로 올라가는 높은 건물들은 가끔 보였지만, 아파트는 별로 없었다. 한마디로 아직 개발 중이라고나 할까? 가이드가 말했다. 베트남 고도(古都)의 모습을 보는 데에는 다낭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그리고 베트남은 한때 한국 때문에 눈부신 발전을 했는데, 요즘 와서는 중국인들의 투자가 늘고 있는 실정이란다.

  귀국 후 신문을 보니, 아직도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은 활발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1129일자 중앙일보를 보면, 방한 중인 응우옌 베트남 총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베트남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요청하며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했다고 한다. 이에 이 부회장은“2022년 하노이에 개관하는 삼성 R&D 센터에 현지인 출신 엔지니어를 3000명을 채용하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스마트폰·TV·생활가전 공장을 두고 있는 바, 특히 베트남 공장의 스마트폰 연간 생산량은 16000만대 규모로 삼성의 연간 휴대전화 생산량(3억대)의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한편, 응우옌 총리는 베트남 승용차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과도 별도로 만났다고 하는 것 등으로 보면, 아직도 한국은 베트남 발전에 공을 들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겠다. 그런가 하면 현재 베트남은 경제 고속 성장에 따른 전력난 심화로 인하여, 올 여름 순환 정전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전력난이 격화되고 있어서, 이의 해소를 위해 한국의 GS에너지가 베트남에 LNG 발전소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결정하였다고 한다.

  다음 우리의 행선지는 다낭 미케(My Khe, 美溪) 비치 북쪽 거북이 모양의 선짜(Son Tra)반도에 있는 영흥사(Chau Linh Ung, 靈應寺)였다. 2003년 이 사원을 건립할 당시에는 베트남의 문호가 완전 개방되지 않은 시기였기에, 자금을 대는 사람 등이 비밀이어서 흔히들 비밀의 사원이라 부르는 사원이다. 여기에는 베트남에서 가장 큰, 높이 67m, 둘레 35m나 되는 대형 해수관음상(海水觀音像)이 있다. 그 건립 목적을 알아본다.

  베트남 전쟁에서 북쪽의 공산주의가 승리를 하게 되자 남베트남의 정치인이나 부르조아 계층이 숙청을 두려워해서 100만 명 이상이 보트피플이 되었는데 그중 수십만 명이 죽었다고 한다. 그 보트피플 중의 한 사람이 미국으로 가서 큰돈을 벌었고, 그가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하여 이 절과 해수관음상을 세웠다는 것이다. 나는 이 해수관음상을 보면서 베트남 사람들의 인간 존중의 고귀한 정신을 뼛속 깊이 느꼈다.

  그리고 또 하나, 이곳 경내의, 많은 나무들이 잘 가꾸어져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정성 들여 가꾸어놓은 분재들은 정갈함과 단아함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나중 다른 곳들에서도 이에 못지않은 분재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고서는 이곳만 그런 것은 아니로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시간이 늦어 어둠이 깔린 상태여서 좀더 생생한 영흥사의 모습을 눈에 담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사원을 나서다 보니, 사원 앞쪽에도 육각형의 8층탑 모습이 있어 발길을 사로잡았지만, 모두들 전용 버스를 타러 가고 있는 바람에 간신히 어설픈 사진 한 장만 남기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이곳에는 원숭이도 많이 살고 있다고 하던데, 날이 어두워져서인지 한 마리도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나는 영흥사를 보면서, 이곳 베트남에서는 종교에 대한 정책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서 여기저기서 그 자료들을 찾아본 결과, 북한과는 사뭇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였다. 이곳에서는 불교, 유교, 도교 그리고 그들 고유의 샤머니즘이 조상숭배라는 큰 틀 속에 녹아들어 묘한 혼합신앙의 성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특별히 종교를 탄압하지는 않지만, 필요에 따라서 모든 종교적인 활동은 원칙적으로 정부의 통제 하에 두고 있다고 한다.

  오늘의 모든 일정을 끝낸 다음, 우리 몇몇 사람들은 주님을 모시기 위해 모였다. 호텔 바로 옆에 일잔을 할 수 있는 식당이 하나 있기에, 가이드 두 사람도 동행하기로 하였다. 현지인이 계산하면 가격이 훨씬 싸진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우리는 볼펜을 안주 삼아 일배일배부일배를 하였다. 안주용 채소 이름이 모닝글로리였으니 말이다. 한경석 씨는 처음에는 술을 안 마시겠다고 하더니, 막상 []의 거룩한 행사가 시작되자 다음(多飮)’의 실력을 과시했다. 아마도 이곳에서 아들을 만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을까? 그러니까 그분은 월남전 참전 용사였던 것이다. (19.1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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