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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린퐁선 사원[靈風禪寺]과 꼰 시장으로 대미를 장식하다
이 웅 재
골든브리지 초입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올라가면 오래된 사원이 나온다. 린퐁선(Linh Phong Zen)사원[靈風禪寺]이다. 팜플렛엔 ‘선경지로(仙境之路)’라 쓰여 있는데, 오르는 길에는 군침을 돌게 만들어주는 프랑스식 음식점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곳의 음식을 먹어볼 시간은 따로 주질 않아서 침만 꼴깍꼴깍 넘기면서, 길 옆쪽의 풀과 나무들에게만 하나하나 인사를 하며 걸어 올라갔다. 드디어 사원으로 오르는 좌우 계단이 나오고 그 가운데로는 여러 뭉텅이의 꽃나무들을 가꾸어 놓았는데, 아, 나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자세히 보니 그 꽃나무들은 거북이 모양으로 가꾸어져 있었던 것이다. 거북이, 그건 내 별명이었다. 그러니까 거북이가 거북이 모양으로 잘 손질되어 있는 꽃나무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가 있을 것이랴! 해서 나는 그 거북이들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옆 사람들에게 사진을 좀 찍어달라고 부탁까지 하게 되었다.
힘들에 올라간 사원 앞쪽에는 육각형의 9층탑이 있었는데, 그 탑은 다낭 여행 첫날 어두워질 무렵에 보았던 선짜(Son Tra)반도에 있는 영흥사[Chau Linh Ung, 靈應寺] 앞쪽에서 보았던 영풍보탑(靈風寶塔)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모서리마다 4개의 청동 종을 매단 하얀 탑은 웅장하기까지 하다. 그 탑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가장 높은 곳에 사원이 있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그 사원의 일부였던가, 오악영사(五嶽靈祠)를 급히 둘러보고 썬월드(SUN WORLD:SUN은 폐허가 된 이곳을 복구한 사업가라 함)에서 잠시 머무르며, 단체사진도 하나 남겼다.
이상했다. 이번 다낭 여행에서 내가 가장 볼 만한 곳이었다고 여겨지는 곳은 바로 이 바나힐이었는데, 왜 이곳에서는 그렇게 바삐 서둘렀는지? 그 바람에 바나힐에서의 동선(動線)은 지금도 그 선후 관계가 아리송하다. 이곳에서 많이 자라고 있다는 흑단목(黑檀木)을 확인해 보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흑단목은 생장이 매우 더디면서도 키는 20~25m 정도까지 자란다는 나무인데, 생장이 더딘 만큼 조직이 치밀하여 매우 단단하기 때문에 고급 가구를 비롯하여 피아노 건반, 북채, 도장 등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는 나무란다. 이 나무의 가공은 거의 돌을 깎는 수준과 유사하다고 하니 이 나무로 만든 물건들은 최고급 대우를 받는다고 하는데, 어떤 게 흑단목인지 확인하지를 못한 것이다.
그곳에서 내려왔을 때의 시간은 12:30쯤이었다. 다른 날에 비해서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바나힐 앞쪽의 “한국가든”이라는 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거리에는 “노랑풍선”이라는 글씨가 보이는 버스도 보였다. 가이드의 말로는 저건 실제 “노랑풍선”여행사의 버스가 아니고 광고를 위한 차량이라고 했다. 월 15만원을 받고 저렇게 광고를 해 준다는데, 고발해도 되는 불법행위라고 했다.
점심 식단은 닭백숙이었던가? 가는 곳마다 이렇게 한국 식당들이 있으니 입이 짧은 사람들도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겠는데, 글쎄, 나만의 생각일까, 이왕이면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는 일들이 여행지의 풍물들이라면, 입으로 들어가는 것도 그 여행지 자체의 것이라야 더욱 제대로 된 체험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까 아이들에게는 우리 돈으로 700원, 어른은 1000원 정도 받는다는 길거리나 시장 바닥에서 파는 쌀국수 따위라든가 통상 알락미라고 불렀던 안남미로 만든 풀기 없는 밥도 먹어 보아야 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먹어본 밥들은 모두 우리의 입맛을 위해 찹쌀을 섞어서 지은 것이라서 먹기에는 좋았지만 말이다.
이제 우리는 다낭에서 제일 큰 재래시장이라는 꼰시장(CHO CON)으로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동안 가이드의 ‘썰[舌]’ 중에는 곡비(哭婢) 얘기가 있어서 관심이 갔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양반의 장례 때 주인을 대신하여 곡하던 계집종’이라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이 ‘곡비’인데, 이곳 베트남에서도 곡비가 있었다니 궁금증이 일지를 않을 것이던가? 그 곡비들은 조위금이 많을수록 더 오랜 시간 동안 곡을 해 준다고 하였다. 상가(喪家)에서 가라오케(일본식 조어)를 틀어놓는 일도 있다니, 베트남에서 저승 가는 길은 심심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가 하면, 캄보디아에서 물방개를 튀겨서 먹듯, 땅강아지를 튀겨서 안주감으로 삼기도 하며, 들쥐고기를 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 요즘 중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원흉인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가 박쥐라는 설(중앙일보 입력 2020.1.28. 29면 [분수대], 장혜수 스포츠팀장)이 있음이 생각나서, 몬도가네식 식탐(食貪)은 금했으면 싶기도 했다.
꼰 시장에서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팔고 있는 노니, 수박, 용과(龍果:선인장의 열매로 용의 여의주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 호텔에서 먹어보기도 했었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들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상품들 구경도 실컷 하였고, 이후 한국 상품을 이곳 사람들에게 조금 비싸게 팔고 있다는 롯데마트에도 가 보았다. 그리고 내가 거금을 주고 사와서 이 체험기의 첫머리를 장식한 ‘민망(Minh Mang)주’를 샀던 가게에도 들러보았다.
마지막으로 저녁을 먹은 집에서는 노래방 시설도 되어 있었다. 나야 원래 음치 수준이라서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어버렸지만, 웬일인지 다른 사람들도 별 흥이 나질 않았는지 일찌감치 식당에서 나와 버리고는, 이번 베트남 여행의 마지막 행사인 마사지를 받으러들 갔다. 마사지 숍은 한국인들의 단골처럼 보이는 것이 이름부터가 ‘Yakson’이었고, 이 근처에는 가게 간판들에도 한글 간판들이 많이 보였다. 나는 마사지를 받는 호강을 받는 일 따위는 너무 버겁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마사지 숍 앞쪽 벤치에 앉아서 몇몇 사람들과 함께 술타령으로 시간을 때우기로 하였다.
이번 여행은 그렇게 술꾼답게 길거리에서의 ‘주거니 받거니’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2.9.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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