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문화 체험기 1)
이 웅 재
베트남, 그곳에서는…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중국 이외의 공산주의 국가를 여행하게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따진다면, 지금까지도 공산주의 국가로 남아 있는 나라는, 우리가 계속 그 체제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퍼주기 작전’으로 겨우 버티어 나가고 있는, 북한 정권 하나뿐일 것이다. 그러니까 북한을 제외한 모든 공산주의 국가들은 이제 사회주의 국가이지 공산주의 국가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관념 속에서는 지난날의 공산주의 국가들은 아직도 그대로 공산주의 국가로 남아 있었다.
공산주의 국가이든 사회주의 국가이든 그런 나라를 방문할 기회는 별로 많지가 않은 일이라, 모처럼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앞뒤 가릴 것 없이 신청부터 해 버렸다. 베트남, 월남, 그곳은 우리 국민들 대다수에게 잊히지 않는 기억, 한편으로는 설레는 마음과 다른 한편으로는 아린 감정을 가져다주는 곳이기도 하기에 더욱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게다가 나 개인으로서는, 무언가를 잊고 어딘가로부터 도피하고픈 심정도 그곳으로의 여행은 부추겼을 터였다.
6월 20일, 월요일, 오후 5시경, 세관을 통과한 후 배가 고픈 듯하여 Welly & Snack에서 5,000원짜리 자장면 한 그릇을 먹었다. 유리창 밖 활주로 쪽으로는 ‘고려항공’이 보인다.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느껴졌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자장면 맛이 그랬다. 정말, 우와, 맛있었다.
비행시간 약 5시간, 시간차 우리보다 2시간 늦은 곳. 8:30경에 인천공항을 떠나 2시간 정도는 중복해서 살고, 현지시간 11:15경 호치민 탄손넛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우리에겐 사이공으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는 곳, 예전의 사이공이 그렇게 변한 것이다. 호치민, 胡之明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름. 그렇다, 세상은 이기는 자의 것이란 점을 보다 확실하게 만들어주는 이름이었다. 아버지가 아끼던 벚나무를 잘랐던 조지 워싱턴도 성공했기에 그 솔직함을 칭송한다. 만일 그가 실패한 인물이었더라면 ‘어려서부터 싹수가 노랬다’고 수군댔을 것이다.
숙소인 별 ★★★★짜리의 NOVOTEL에 여장을 푼 것은 12:30. 판 반 카이 총리가 종전 30년 만에 적대국이었던 미국을 방문하러 가고 없는 베트남, 그래서 또다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는 베트남은, 한밤중인데도 숨이 컥컥 막히는 후덥지근한 더위로 우리들을 맞이했다.
나는 호텔 방에 들어서자마자 T․V부터 틀어 보았다. 며칠 전 방문했던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한국방송을 방영해주지 않았었기에, 거리로도 멀고 심리적으로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곳에서는 어떤가 하는 점을 빨리 알아보고픈 조바심 때문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은 ‘역시나’였다. 일본에서는 한국방송이 방영되지 않았지만, 이곳 호치민에서는 채널 4번 YTN을 통해서 한국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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