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문화 체험기 2)
베트남, 아직은…
이 웅 재
이튿날 아침 7:19, 모닝콜을 받고 떨어지지 않는 두 눈을 부비며 일어나 두꺼운 커튼을 열러 젖히자, 틈만 엿보고 있던 밝은 햇빛이 한꺼번에 방 안으로 돌진한다. 놈들의 갑작스런 침입에 어리둥절해진 잠은, 놀라서 멀리멀리 도망가 버리고 정신이 번쩍 든다. 아니, 그래서가 아니었다. 빛보다도 소리, 소리 때문이었다. 부릉, 부릉, 부릉…. 빛은 그 소리를 앞세우고 수줍은 듯 다가왔다. 소리를 따라 창 밖을 내다보자, 저런, 자동차는 가뭄에 콩 나듯했고, 휙휙 날아다니는 것은 모두가 오토바이였다.
호텔을 출발할 때 옆 건물을 보았더니, 오토바이 주차장이 있어 수십 대의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나중에 미토와 같은 지방에서는 자전거가 많이 눈에 띄는 것을 보면서, 베트남의 경제 발전 정도를 아주 쉽게 유추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오토바이는 ‘자전거→자가용’으로 바뀌어 가는 변화의 중간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는 말이다.
이곳에서는 데이트에서도 오토바이가 필수란다. 이는 아마도 특별히 즐길 여가 생활이 없는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저녁 7시 이후에는 오토바이 드라이브 족이 가는 곳마다 즐비했다. 뒤에 타고 있는 여자의 손이 어느 곳에 가 있는지를 보면 두 연인 사이의 친밀도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여자가 팔짱을 끼고 남자를 붙잡지 않은 상태라면 사귄 지 3개월 미만, 허리를 껴안고 있다면 8개월~1년 정도, 여자의 손이 남자 애인의 국부 근처 쪽으로 가 있다면 이미 강물을 건너 버린 사이라나?
오토바이 야타 족도 있단다. “우리 끽다(喫茶)나 함께…” 하면, 여인의 눈은 아래로 향한단다. 오토바이가 몇 CC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빨간색 고급 오토바이는 야타 족들이 즐겨 타는 것, 그것 하나면 만사가 O․K란다. 자본주의의 물이 들어도 단단히 들어 있는 모습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정치 체제는 사회주의이지만 경제는 86년 이후 자유경쟁 체제로 방향 선회를 하여, 사유재산도 인정하고 있는 복합성을 띠고 있는 나라가 바로 베트남인 것이다.
오토바이 폭주족도 있었단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다운 강력한 국가권력을 앞세우고 작전을 편 지 한 달 만에 완전히 소탕시켜 버렸단다. 폭주족 오토바이보다 더욱 성능이 뛰어난 오토바이를 탄 경찰들이 폭주족 오토바이의 바퀴에 각목이나 쇠파이프를 찔러 넣어 넘어지게 만들고는 온몸을 마구 두들겨 패버리는 데에는 당하는 재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곳에선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을 쓰지 않기에, 속된 말로 대갈통에 쇠파이프 세례라도 받는 날엔 목숨마저 챙기기 힘든 처지, 폭주족 생활을 계속할 놈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방 쪽으로 가면 헬멧을 써야 하게끔 법률로 정해져 있기도 하지만 대도시에서는 차한에 부재. 그러지 않아도 오토바이나 자가용이나 백미러를 보는 일은 드문 편인데, 헬멧까지 쓰면 더욱 거추장스러워 아예 뒤쪽에는 신경을 쓰지 않다 보니 훨씬 사고가 늘어나, 할 수 없이 헬멧을 쓰지 않아도 그냥 묵인한다는 것이다. 호치민 시의 오토바이는 대략 100여 만 대라던가, 개중에는 무면허 운전도 상당수 있다고 했다. 아직은 오토바이가 거리를 가득 메우는 나라, 그곳이 베트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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