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만국의 언어다
이 웅 재
쌍둥이 식당에서 마지막 한식 식사를 하다. 삼겹살, 된장찌개, 냉채…등등 한국식 음식들이 ‘그런대로 먹어주기’를 바라고 있어서, 대충 배를 채우고 과일 party로 들어갔다. 두리안, 망고스틱, 망고…, 먹고 싶은 대로 먹어보라는 것이어서, 그 암모니아 가스 냄새의 두리안도 먹어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똥냄새가 진동하는데, 처음엔 울컥! 구역질이 날 듯싶었다.
그런데 웬 일? 고약한 냄새를 참고 좀더 먹어보니 허풀싸, 서서히 과일의 왕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참맛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몇 번 먹다 보면 마약처럼 푹 빠져버리게 된다는 말, 요놈을 먹기 위해 월남까지 수시로 여행길에 나선다는 말, 헛소리가 아니지 싶었다. 정말로 귀한 것은 처음엔 접근하기가 망설여지는 법, 그러나 그 참 모습을 대하게 되면 헤어날 수 없는 마니아로 탈바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생각이다 싶었다.
땀범벅으로 중식을 마치고, 숙소인 NOVOTEL에 들러 잠시 휴우― 휴식을 취하고 1:20경 남부 최대의 해변 휴양지 판티엣으로 이동하다.
이동거리는 250여 km, 4~5시간이 소요된단다. 고속도로격인 길을 달리는데도 속도제한은 통상 60km, 때로는 40km의 곳도 적지 않았다. 식곤증에다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스르르 잠이 쏟아지기에 안전벨트를 찾았더니, 없었다. 오토바이를 타면서도 헬멧을 쓰지 않는 곳이요, 아예 무면허도 허다하다는 곳이니, 자동차에 안전벨트가 없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는데, 그래도 나는 한국 사람이어서인지 황당하게 여겨졌다.
길거리의 간판 중에는 ‘Honda’가 많았다. 오토바이가 많은 나라이다 보니까 그럴 만하다 싶었다. ‘Nokia’도 많았다. 전번 중국에 가 보았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삼성의 신형 칼라 핸드폰이 인기인 것도 마찬가지였다. 값이 비싼 것 때문에 점유율이 27%의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가지고 싶어하는 H․P으로서는 단연 1위인 점도 두 나라 모두 같았다. 해안선이 넓어 밀수품이 많은 이곳에선 삼성 H․P은 보통 200$ 정도 한단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바로 이 같은 현상들 때문에 가끔 어깨가 으쓱해지곤 하는 때가 적지 않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이다.
우리 버스가 신호 대기로 서 있는데, 옆 차선 트럭의 코털 운전기사와 눈이 마주치기에 싱긋 웃어주었더니, 코털도 웃는다. 웃음은 만국의 언어였다. 우리, 다 같이 웃어보자. 빙긋! 웃는 미소도 좋고, 이빨까지 드러내며 웃는 계치(啓齒)도 좋다. 웃음은 만국의 언어다.
시골길을 달리는 것이라서 그럴까? 고층건물은 거의 없고, 양철이나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이 많았다. ‘Yokohama’나 ‘히다찌’의 간판도 더러 보인다.
맞은 편 도로에서는 교통사고가 난 모양이다. 교통사고는 어느 나라에서나 구경꺼리인 모양, 버스가 전진하지를 못 한다. 불구경, 물구경, 싸움구경의 3대 구경꺼리에 교통사고구경이 비죽이 명함을 꺼내드는 것이 작금의 현상이다. 그래도 이곳은 아직도 순진한 편, 가이드의 경험 한 토막을 들어보자. 택시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하고 충돌하자 택시기사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한동안 옥신각신 시간 좀 걸리게 되었구나,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누구 목소리가 더 큰가 구경이나 하자 생각하고 있었더니, 웬걸? 몇 마디 말이 오가더니 서로 악수하고 헤어지더란다. 그런 게 바로 무질서 속의 질서라고나 할까? 그래서 교통법규 따위를 잘 지키지 않으면서도 사고는 별무하다고 했다.
오른쪽으로 강이 하나 나타나는데, 얼핏 ‘Hanjin’이라고 쓰인 컨테이너 박스가 보인다. 월남전 시절부터 한월무역에 큰 역할을 담당했던 Hanjin, 앞으로도 월남의 경제 재건에 일익을 담당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길가에는 리어카 빙수장수도 보인다. 저 비위생적인 빙수는 어쩌면 그렇게도 맛있었던 것인지? 먹어보고픈 마음은 굴뚝같은데, 버스는 벌써 그 리어카를 까마득하게 뒤쪽으로 보내버린다.
‘Hyundai’, 'Dong A Foods', 'GM DAEWOO' 등 간판이 그 지루한 여행길을 조금은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고, 층층나무 비슷한 이름 모를 나무와 능소화 비슷한 꽃들이 삭막한 4~5시간의 이동시간을 단축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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