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나라, 베트남
이 웅 재
베트남에 와서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숲. 열대지방이라서 숲이 우거져 있으리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었지만, 뭔가 석연치가 않았다. 잡목이 그냥 함께 어우러진 숲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좀더 자세히 보니, 그것은 계획적 조림(造林)에 의해 조성된 숲이었다.
그렇다. 월남전 때 얼마나 많은 고엽제를 뿌린 곳이던가? 전국이 초토화되었던 곳. 그러니까 지금의 저 숲들은 대부분 30년 정도의 나이를 가진 숲인 것이다. 같은 수종으로 종횡으로 열(列)을 이루고 있는 숲들, 이제는 그 숲들이 베트남 사람들을 포근히 감싸주고 있었다. 나무를 아끼는 사람들,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그들에게 이제 저 숲은 또 하나의 자원이 되어주고 있지 않은가? 3모작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넘쳐나는 쌀, 3,250m의 해안선을 가지고 있어 거기서 얻어지는 풍부한 수산자원, 어디 그뿐인가? 아직은 별로 개발이 되지 않은 지하의 검은 황금 석유, 천연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로서는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석유의 추정 매장량은 중동지역에 못지않다고 한다. 지금도 이곳 휘발유 값은 ℓ당 450원 꼴, 우리나라의 1/3선밖에 되지 않는데…, 이러한 천혜의 자원에 부지런한 국민성, 게다가 끈기 있는 인내심, 그리고 낮은 문맹률 등을 결합해 보면 베트남의 눈부신 발전은 머지않은 일로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어떤 지도자가 나오느냐라는 점. 부디 사명감을 지닌 훌륭한 지도자가 나와서 하루바삐 베트남을 살기 좋은 나라로 발전시켜 주길 기원해 본다.
판티엣은 해변 휴양지이다. ’86년 이후 자유경제체제를 표방한 베트남은 외국인들에게 이곳을 개방했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 자본, 주로 프랑스 자본이 밀려들어오면서 이룩한 휴양지가 이곳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숙박할 곳은 Swiss Village Resort. 이름으로 보아 스위스 자본으로 세워진 시설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구조며 건물의 모양들이 얼핏 보아도 스위스 풍이었다. 열대 관상수들로 에워싸인 십수 채로 이루어진 듯 보이는 리조트의 건물 중 해변가 2층 건물의 513호에 여장을 풀었다. 전망이 좋고 바다가 보인다. 좀더 둘러보니 테니스장, 야외 레스토랑, 풀장 등도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4시간 남짓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여 지쳐 있는데다가 무더운 날씨까지 가세하여 거의 녹초가 되어 있던 나는, 에어컨을 가동시킨 후 털썩 침대에 몸을 던지니 살 것 같았다.
그렇게 한 동안 휴식을 취한 후에 가진 저녁 만찬은 훌륭했다. 현지식임에도 불구하고 고급요리라서 그런지 먹을 만했다. 레스토랑 바깥쪽 야외무대가 있고 악사들이 나와 은은한 생음악을 들려주는 쪽에 자리를 잡고 않아 식사를 하니, 유럽 귀족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뷔페식의 식사는 모든 것이 자유스러웠다. 물론 대금은 따로 지불할 터이지만 병맥주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고, 한 쪽에서는 새우, 게, 랍스타 등도 연신 구워내고 있었다. 랍스타보다도 게가 더 입맛에 맞아 역시 서민의 입은 서민다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베트남의 서민들이 즐기는 향초도 얹어 식사를 즐겨 보았다.
식후에는 리조트 앞에 있는 구멍가게에 나가 하이네켄 캔으로 일잔을 하고 돌아와 잠자리에 드니 저절로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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