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쓰기

(수필 쓰기 37) [머피와 샐리의 법칙]

거북이3 2009. 11. 1. 08:10

 (수필 쓰기 37)  [머피와 샐리의 법칙]

                                                                    이   웅   재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잠이 오질 않는다. 애꿎은 T․V 리모컨만 이리 저리 눌러대다가 보니, 12시가 가까워온다. 내일은 중요한 약속이 있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잠이 오질 않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데서나 눈만 감으면 쿨쿨 잠속으로 빠지는 사람들이 부럽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T․V도 전등도 모두 끄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억지로 잠을 청해 본다.

 그럴수록 오히려 정신은 또렷또렷해지고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들이 마구 떠올랐다 사라졌다 한다. 그래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송나라의 구양수(歐陽脩)는 좋은 글을 구상하는 장소로 ‘삼상(三上: 馬上, 枕上, 廁上)’을 들었는가 보다. 하지만, 지금은 ‘삼상’도 필요가 없다. 빨리 자야만 한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별을 세어보기도 하고,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들을 낳고’ 『마태복음』 1장 1절에서부터 17절 ‘그런즉 모든 대 수가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 열네 대요, 다윗부터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갈 때까지 열네 대요,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간 후 부터 그리스도까지 열네 대더라.’ 하는, ‘낳고…낳고’의 반복이 쭈욱 이어지는 성경 구절을 암송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는 우리나라의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태조 이성계 선대(先代)의 가계(家系) 서술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되어 있다는 생각을 끌어내어 4조의 업적들까지도 두서없이 떠올려보기도 하였다.

 그런 덕분일까? 까무룩하게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데, 난데없이 축소판 소방차 소리가 난다. ‘앵앵~’, 아하, 이건 분명 모기 소리였다. 지금이 어느 철인가? 낼 모레면 11월, 겨울로 접어드는 때에 모기라니? 그것도 아파트 9층인데….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았다. ‘이놈을 그저….’ 생각과 함께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에프킬러’를 찾았다. 없다. 없었다. 꼭 그렇다. 찾으면 없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문득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란 말이 떠올랐다.

 

‘머피의 법칙’은 1949년 미국 공군에서, 인간이 중력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할 때 엔지니어로 있었던 에드워드 머피(Edward A. Murphy) 대위가 한 말, “어떤 일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그 가운데 한 가지 방법이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면 누군가가 꼭 그 방법을 쓴다.”고 말한 데에서 유래하여, "어떤 일이 잘못될 가능성이 한 가지라도 존재하면 그 일은 반드시 잘못된다."는 법칙이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窮人之事 飜亦破鼻)’. ‘가는 날이 장날이다.’ ‘재수 없는 포수는 곰을 잡아도 웅담(熊膽)이 없다.’라는 우리말 속담도 따지고 보면 ‘머피의 법칙’과 별로 다르지가 않다.

『위키 백과』에서는 ‘머피의 법칙’의 예시로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고 있다.

*버터를 바른 빵을 떨어뜨리면 언제나 버터가 발라진 쪽이 바닥으로 향하게 떨어진다.

*우산을 깜박하고 가져오지 않은 날에는 비가 온다.

*우산을 가져온 날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

*차선이 막혀서 다른 차선으로 갔는데 전에 있던 차선이 더 빨리 빠진다.

*군대를 가려고 머리를 깎았는데 군대 면제가 된다.

*시험을 보는데 자신이 공부하지 않은 곳에서만 문제가 나온다.


『동아닷컴』의 김상현 기자는 좀더 극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아뿔싸! 늦잠을 잤다. 직장에 늦을 것 같다. 마음이 급하다. 후다닥 낯을 씻고 나서 토스터에 빵을 넣는다. 아무리 급해도 아침은 먹어야지. 그런데 양말은 어디에 있담? 이리저리 뒤지다 겨우 새 양말을 찾았다. 그런데 짝짝이다. 이런… 그럼 토스트를 먹어볼까? 버터를 바르고… 이크, 놓쳤다! 설상가상이라던가? 바닥에 닿은 곳이 하필이면 버터 바른 쪽이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린다. 어제 구두 닦은 일이 생각난다. 일주일 만에 마음먹고 닦은 구두였는데….’

 ‘전철역에서 승차권을 산다. 줄이 길다. 어느 줄에 설까? 가장 짧은 듯한 줄에 가 선다. 그런데 줄은 움직일 줄 모른다. 양 옆의 줄만 쑥쑥 줄고 있다. 왜 그럴까? 고개를 내밀어 보니 맨 앞에 섰던 승객과 역무원 사이에 승강이가 한창이다. 오늘도 별수 없이 지각이군.’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한겨레 뉴스』(http://www.hani.co.kr/kisa, 2005-08-08)의 서기수 모네타 수석연구원은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예컨대 마음속으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일수록 더 잘 일어나서, 펜이 있으면 메모지가 없다거나, 메모지가 있으면 펜이 없고, 둘 다 있으면 쓸 메시지가 없는 경우다. 라디오를 틀면 언제나 좋아하는 곡의 마지막 부분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어떤 물건을 찾다가 못 찾아서 사면 바로 눈에 띄기 마련이다.’


 이 ‘머피의 법칙’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가게 되면서 DJ DOC이 부른 동명(同名)의  제목 노래가 히트를 치기도 했다. 이놈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어느 구석에서건 툭 하면 끼어든다. 모처럼 세차를 하고 나면 그 이튿날 꼭 비가 내리고, 외국과의 축구 경기에서 내가 보면 꼭 지게 된다. 운동선수들은 특히 그와 유사한 일이 자주 생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경기가 있을 때에는 아무리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도 절대 면도를 하지 않는다든가, 때로는 속옷으로 꼭 빨간 팬티를 입는다든가 한다지, 아마? ‘머피의 법칙’이 같은 상황에서 계속 반복되는 경우에는 그것을 ‘징크스(jinx)’라고까지 하는 것 같다.

 ‘징크스’란 깨야 하는 것이다. 그것에 억눌려 살게 되면 될 일도 안 된다. 마음먹고 깨면 깨지는 것이 징크스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5000년을 굶어온 민족, 6․ 25가 휴전되던 1953년의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67달러로 세계 최빈국(最貧國)의 하나였다. 그러던 것이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계획, 1970년 시작된 새마을운동 등으로 급성장을 거듭하여, 1977년에 1000달러, 1995년에 1만 달러, 2007년엔 선진국 진입 기준이라 할 수 있는 2만 달러를 넘어서게 되지 않았는가?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08년 GDP(국내총생산) 기준으로 보면 세계 179개국 중 13위 수준이다.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준 대한민국의 쾌거라 하겠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이 말들을 마음속으로 자꾸 반복해 보자. 그러면 정말로 하면 되고 할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시골 길을 가다가 조그마한 냇물을 만났다고 치자. 이쪽 냇가의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너뛰기가 매우 애매한 거리이다. ‘건너뛸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려본다. ‘힘들 거야.’ 하는 생각을 하며 건너뛰면, 10중 8,9는 냇물에 빠지고야 만다. ‘이까짓 것, 할 수 있어!’ 마음을 다잡고 건너뛰면, 정말로 건너뛸 수가 있는 것이다. 왜? 그것은 ‘자기 암시’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기 암시’, 다른 표현을 쓴다면, ‘자기 최면’이 되었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필자에겐 그러한 ‘자기 최면의 힘’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바로 대학 입학시험 때이다. 국가고사 제1회 때였는데, 시험 성적은 의외로 잘 나왔었다. 문제는 대학별로 행하는 체력장이었다. 시험 당일 몸이 몹시 아파서 기본점수밖에 받을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기본점수로는 합격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낙방을 예고라도 하는 듯 수험번호마저 ‘464번’이었다. 해서 자기 최면을 걸기로 했다. ‘너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속으로 다짐하고 다짐하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열심히 체력장에 임했다. 점심시간. 남들은 부모님들이 따라와서 힘내라고 영양식들을 싸 와서 먹이는데, 나는 나 혼자였다. 집안 형편으로는 대학을 다닐 형편이 못 되어서 시험을 보는 일마저도 알리지 않은 상태였으니 그럴 수밖에….

 도대체가 입맛이 없어 아무것도 먹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다. 그래서 우물쭈물하는 가운데 시간은 흘러 오후 검사 시간이 가까워오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먹지 않고는 오후 검사를 받을 수가 없을 것 같아, 부랴부랴 빵 2개를 샀다. 시험 때 빵을 먹으면 떨어진다고 하지만, 나는 내 몸의 선 모습 ‘1’에다가 ‘빵’ 2개, 그러니까 ‘00’을 합치면 ‘100’이 되지 않느냐는, 그야말로 얼토당토않은 생각으로 그 빵을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그리고 나는 합격했다.


 ‘머피의 법칙’을 극복하는 방법, 그것은 ‘샐리의 법칙(Sally's law)’에 의존하는 일이다. ‘샐리의 법칙’은 머피의 법칙과 정반대의 개념으로, 우연히 자신에게 유리한 일만 거듭해서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샐리는 1989년에 제작된 라이너(Rob Reiner) 감독의 미국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에서 멕 라이언(Meg Ryan)이 맡은 역으로 엎어지고 넘어져도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나아가는 샐리를 두고 생긴 말이다. 다시 필자의 체험 한두 가지를 보자.

 1970년대 중반, 한창 젊었을 때의 내게 예상치도 못했던 병이 찾아왔다. 오른쪽 다리가 아픈 것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발바닥, 그것도 용천(龍泉)이 아팠다. 그냥 아픈 정도가 아니라 발을 디딜 수가 없었다. 이름 난 병원이란 병원은 다 가 보았다.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단다. 병명 자체가 나오질 않는 것이었다. 남은 발을 디딜 수가 없는데, 이상이 없다니? 난감했다. 정말로 난감했다. 나는 젊었다. 그까짓 발바닥 아픈 일 정도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나을 수 있다.’,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거듭하면서, 약방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증상을 얘기하고는 3일치의 약을 조제해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괜찮다 싶은 약국의 약을 계속하여 조제해오곤 하였다. 연때가 맞아야 한다던가? 한 곳의 약품이 내게 맞았다. 그 약국의 약을 계속하여 먹었다. 그렇게 거의 낳았다 싶었는데, 그만 그 약국이 이사를 가버렸다. 어디로 간 것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지금도 그 약국이 아마도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런 것은 어쨌든 내게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나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다른 약국을 찾아 다녔다. 병은 상당히 나아있는 상태라서 그런지, 이제는 다른 약국의 약들도 듣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아는 듯 모르는 듯 내 병은 나았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내 병을 고쳤다고.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강창렬의 세상 보기(http://kknews.co.kr)』에서는 ‘샐리의 법칙’의 대표적인 예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고 있다.

⊙ 강의에 지각을 했는데 그날 출석을 늦게 불렀다.

⊙ 공부하다 졸린 참에 갑자기 정전된다.

⊙ 시험 때에 시험문제가 바로 5분 전에 공부한 부분에서 나온다.

⊙ 영화표를 끊고 돌아서는 순간 매진이라는 푯말이 걸린다.

⊙ 극장에서 새치기를 한 덕분에 십만 번째 관객으로 뽑혀 상품을 탄다.

⊙ 건널목에 도착하자마자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뀐다.

⊙ 내가 삼십 분 정도 늦은 약속에 그는 삼십오 분 늦게 도착한다.

⊙ 처음 친 고스톱에서 쓰리고를 맞았는데 막판에 화투 한 장이 모자라 파토가 난다.

⊙ 마음에 안 드는 스카프를 엄마에게 드린 날, 그날이 알고 보니 엄마의 생일이다.

⊙ 우산을 안 가지고 나갔더니 평소 마음속에 찍어둔 그녀가 우산을 씌워준다.

⊙ 외출을 마치고 귀가하자 소나기가 내린다.

⊙ 택시 타려고 서 있는데 마침 바로 앞에서 택시손님이 내린다.


 요즘에는 ‘셀리 헬프 미~’를 아침에 3번만 부르면, 위와 같은 일들이 그날 반드시 일어난다고 믿고 있다.

 어째서 ‘머피의 법칙’을 염두에 두는가? 이제는 ‘샐리의 법칙’과 친해지자. 요즘 T․V 광고를 보니, ‘문제없다! 문제없다!’가 뜨고 있는 것 같다. ‘천만다행’이다. 광고에서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문제없다! 문제없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까 싶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장, 사회자가 '동 건 촹'을 호명하고, 장동건이 환호에 답한다. 수상소감은 "샬라카둘라 매지카둘라 비비디바비디 부." 처음엔 대체 저게 무슨 소리인가 했었는데, 요새 저걸 모르면 간첩이란다.

 ‘비비디바비디 부.’ 그건 디즈니 만화영화 『신데렐라』에 나오는 주문이다. 신데렐라에게 무도회 채비를 해주는 요정 할머니가 외는 주문인 것이다. 이 주문을 외우면 호박이 황금마차가 되고 누더기가 눈부신 드레스로 바뀐다. 그러니까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이젠 부정적인 사고방식일랑 내던져 버리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자. 모든 일이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되어갈 것이다.


글을 쓸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문제없다, 문제없어!’를 흥얼거리자.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자. 그러면 정말, 정말로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