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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9)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이 웅 재
고속도로에서의 톨게이트를 지칭하는 말은 ‘톨’, 또는 ‘톨웨이(Tollway)’, 미 동부에서는 때에 따라서 ‘턴파이크(Turnpike)’란 명칭도 사용한다. 파이크란 쇠꼬챙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왜 그러한 명칭을 사용하는가, 그것은 돈을 내었을 때 문을 열어준다는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말이다. 예전에는 문을 열 때 쇠꼬챙이를 사용했던 때문이다. 서부는 다르다. 서부는 ‘프리웨이(Free way)’다. 고속도로 통행료 따위는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유료와 무료, 어느 쪽이 더 좋은 방법일까? 일장일단이 있을 것이다. 표면상으로만 생각해 본다면 서민들의 경우에는 무료를 선호할 듯하고, 귀족이나 부자들에게는 돈을 내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신분과 어울리기에는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진입을 차단해주는 쪽을 선호할 수도 있다. 자신들의 고상한 취미를 일반 서민들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본심일 테니까. 그런 게 미국이다.
실크로드를 통해 후추를 처음 대하게 된 영국인을 위시한 유럽인들은 소금 못지않게 음식을 맛있게 할 수 있는 조미료가 존재한다는 데에 놀랐다. 그리고는 그 후추의 원산지인 인도를 찾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중엽 이인로의 『파한집』에 후추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민간에서는 아침에 후추 한 알을 먹으면 더위와 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하여 매우 귀한 물건으로 대접을 받았다.
후추를 얻기 위해 스페인에서는 콜럼버스(Columbus) 선단(船團)이 구성되고, 그들은 동쪽으로 동쪽으로 항해를 계속했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발견된 신대륙, 콜럼버스는 그곳을 죽을 때까지도 인도로 알았다. 그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을 발견하고서는 소리를 지른다.
“인디언(Indian)이다.”
‘인도 사람’이라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 인디언들의 땅을 총칼로 위협하여 헐값으로 넘겨받은 영국인들, 따지고 본다면 그들은 약탈자이다. 인정사정없고 무지막지한 약탈자이다. 그러한 그들은 더 이상 세금을 내기 싫어 조국인 영국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고 독립을 쟁취한다. 드디어 온전한 미국이 탄생한다. 그리고는 그 땅에 민주주의를 싹틔우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당당히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백인이었다.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은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자유와 평등’을 가장 고귀한 가치라고 내세우는 사람들이 유색인종에게는 ‘자유’도 ‘평등’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흑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젠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어림없는 소리다. 오바마는 겉만 흑인일 뿐, 속은 하얗고 하얀 백인이다. 그의 생각은 철저한 백인주의이다. 그가 대통령이 된 후 흑인사회에 변화가 있었다면, 그것은 TV에 흑인 모델, 흑인 배우가 조금 더 많아졌다는 것뿐이라고들 한다.
그러한 그들이 전 세계를 향해 외친다. ‘자유와 평등’만이 진리라고.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자유와 평등’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그러면서 그들은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들이 대세계전략을 펼 때엔 가급적 객관적 시각에서 접근하려 하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예컨대, 이라크 전 참전 때에는 이라크가 중동이란 점을 중시하여 태평양도 대서양사령관도 아닌 중부사령관으로 하여금 모든 작전권을 가지게 하였던 점 등이 그렇다.
하지만 미국은 철저한 장사꾼의 나라이다. 인디언에게서 헐값으로 국토를 넘겨받던 그때의 상술을 언제나 잊지 않고 기억하고 예외 없이 실천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모든 것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달려 있다. 그들의 교역이 그렇고, 그들의 외교가 그렇고, 그들의 이민정책이 그렇다. 미국으로 이민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보면 엄청나게 많은 서류들을 작성한다. 그러나 심사는 오히려 단순하다. 미국의 국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가 관건인 것이다.
미국의 수도는 왜 '워싱턴 D.C.'(Washington D.C.)인가? 워싱턴 D.C.는 미국의 50개 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된 행정 구역이다. 정식 명칭은 워싱턴・컬럼비아 특별구(-特別區, Washington, District of Columbia)이다.
처음 조지 워싱턴은 미국 최대의 도시 뉴욕을 수도로 삼았다. 그런데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영국 정부는 호시탐탐 미국을 노리게 되었다. 당시 초대 재무장관으로 있던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은 이에 대항해 싸우려면 연방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있어야지만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그는 각 주정부가 짊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빚을 연방정부가 갚아주기로 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래야지만 연방정부의 힘을 키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남부에 속해 있는 주들은 북부에 있는 주들에 비해 부채가 훨씬 적었기 때문에 반대가 많았다. 이에 해밀턴은 수도가 북쪽에 있는 것에 불만인 필라델피아의 주지사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등에게 수도 이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래서 필라델피아 근처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한 것이 바로 워싱턴 D.C.이다. 그러니까 워싱턴 D.C.는 수도를 위해 일부러 만든 계획도시인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귀족적인 제퍼슨과 자수성가형의 해밀턴이 미국을 실질적인 독립국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10달러 지폐에 해밀턴의 초상이 들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밀턴의 도움으로 2대 대통령에 당선된 제퍼슨은 2달러짜리 지폐의 모델이요, 1달러짜리에는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초상이 들어 있다.
그러한 해밀턴은 그만 애석하게도 허드슨 강가에서 벌인 정치 라이벌과의 권총 결투에서 패하여 1804년 49세의 나이로 이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으니 통재, 통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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