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31. 아기자기한 .hwp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31)
아기자기한 시골마을 옥턴(Oakton)으로
이 웅 재
4월 9일(토) 맑음.
오랜만에 늦잠을 자다. 7시에 기상을 한 것이다. 사실 나는 평소 늦잠꾸러기라서 7시라고 해도 이른 시간인 축에 속한다는 말이다. 늦잠꾸러기일 뿐만 아니라 또한 느림보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별명이 ‘거북이’일까? 잠에서 깨어났더라도 곧장 일어나는 법이 없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뜸’을 들여야 했다. ‘뜸’이 들지 않은 밥은 푼푼하지 못하고 뚜걱뚜걱하지 않던가? 원래는 8시나 9시쯤 되어서 일어나야 정상이었지만, 지금은 말하자면 ‘비상사태’에 해당하는 ‘패키지여행’을 하는 중이라서 늘 꼭두새벽에 일어나곤 했었던 것이다. 지금 내 몸은 ‘Clinton Inn Hotel’의 침대 위에 있다. 예전 영어를 배울 때에는 ‘Inn’이라면 싸구려 여인숙 정도로 배웠던 것 같은데, 그게 아니란다. ‘Hotel’이라는 명칭이 뒤따르는 것도 그렇거니와 ‘Clinton’이란 현직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이름이 붙은 것만 보아도 어렸을 적 내가 생각하던 그런 싸구려 ‘여인숙(旅人宿)’은 아니었다. 이름만 그런 것이 아니고 시설도 이만하면 감지덕지였다.
패키지여행은 어제로 끝났다. 여기는 처음 미국엘 도착할 때 왔던 New York, 오늘부터는 자유다. 7시 반쯤 되자 사위 임 서방이 외손녀 서영이와 함께 Hotel 방으로 찾아왔다. 우리 부부를 데려가기 위해서 Washington D.C.에서 자가용으로 5시간이나 달려온 것이다. 함께 식사를 하고 8:30쯤 Hotel을 떠났다. 밥맛이 특별히 좋았다. 서로서로가 좋아하고 아껴주는 사람끼리의 만남은 예전처럼 ‘뜸’을 들이지 못하고 일어난 편인데도 기분이 가뿐하고 개운하다.
호텔에서 나온 우리는 먼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든다는 타임 스퀘어(Times Square) 광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한때 뉴욕타임스의 사옥이 있었기 때문에 타임 스퀘어라고 이름이 붙었다는데, 영화관, 레스토랑, 바, 클럽 등의 간판들이 저마다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곳 나스닥거래소 옆 타임스퀘어 티켓박스 부근 CNN뉴스 전광판에는 가수 김장훈 씨가 크로스워드를 이용한 ‘독도 광고(Visit Dokdo, The beautiful island of Korea)’가 방영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저절로 가슴이 뿌듯해진다.
다음으로는 뉴욕 근교에 있는 세계의 최고급 브랜드들이 모여 있다는 대단위 명품 쇼핑센터인 우드버리 커먼 프리미움 아웃렛 (Woodbury Common Premium Outlets)을 구경하였다. 우드버리 아울렛은 정말로 넓었다. 쇼핑몰 마을의 전체 면적은 18만 평이 넘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주나 파주의 명품 아울렛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체 매장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하루가 꼬박 걸려야 할 정도라니 알 만하지 않은가? 몇 군데 돌아보다가 다리도 아프고 가야 할 길도 멀고 해서 그만 그곳을 떠났다.
밤새 운전을 하고 온 임 서방이 다시 5시간이 넘도록 운전을 해야 하는 처지라서 좀 안쓰럽기는 했지만, 미국의 교통 표지판은 한국과 달라서 내가 도와줄 방법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미안한 마음을 안고 딸내미가 기다리고 있는 Washington D.C.의 옆 버지니아(Virginia)의 옥턴(Oakton)에 도착했다. 옥턴은 아기자기한 마을이었다.
4월 10일(일요일) 맑음.
점심을 먹고 난 후 딸 한아랑 아내가 아울렛에 다녀오겠다고 나가고, 나 혼자 한잔 마시고 푸우욱 잤다.
깨어나니 저녁 무렵.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싸악 가신 듯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임 서방과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한 바퀴. 이곳은 주로 단독과 연립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단독주택은 잘 가꾸어진 넓은 정원, 한적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널찍한 도로, 아름드리나무들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반영하고 있는 듯싶었다. 주택들은 따로 담장이나 대문이 없어 열린 공간으로 느껴진다. 지나가면서 보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기도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사는 모습에는 관심이 없다. 아니, 그만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있다.
소나무, 벚나무, 자작나무 들이 군데군데 우거져 있어 마을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었고, 군데군데 아기자기한 모습의 예쁜 꽃들이 피어 있어서 어느 동화 속 마을에나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얼마나 아름다운 정경을 연출할 것인가 저절로 궁금증이 일고 있었다.
시골 마을이라서 네거리에 신호등이 없다. 하지만 네거리 오른쪽으로는 ‘STOP’ 팻말이 서 있었고, 그런 곳에서는 모든 차량은 반드시 일단 정지를 하여야 한다. 그런 후 사방을 확인하고 차량을 출발시켜야 하는데, 먼저 도착한 차량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거의 동시에 도착한 차량인 경우에는 좌측 차량이 먼저 진입할 수가 있다.
버스 정거장에는 그를 알리는 팻말 하나만이 달랑 서 있는데, 보통 1시간에 1대씩의 버스가 지나가기 때문에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곤란하다. 버스는 모두가 지하철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이라서 일종의 셔틀버스 구실을 한다고 보면 된다. 집 앞 주차장에는 차량 번호가 씌어져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이 있었다. 번호가 씌어져 있는 곳에는 다른 차량이 주차할 수 없다고 하였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느낀 것은 공기가 매우 맑다는 것과 마을 전체가 매우 조용하다는 점이었다.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에게서는 항상 여유로움이 배어나왔다. 이런 동네에서는 시간도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학군(學群)도 매우 좋아서 특히 극성쟁이 한국의 줌마들이 아이들 유학을 위해 함께 와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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