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32)
‘씽씽똥꼬’
이 웅 재
4월 11일(월) 맑음.
딸네 식구의 일상을 들여다보다.
임 서방은 주 2회만 출근하면 되는데, 의외로 출퇴근 비용이 많이 든단다. 버스비가 1.5$, 지하철 요금이 5$로 왕복 13$에다가 점심 식사 등을 합치면 만만찮단다. 그래서들 보통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자가용은 아이들 때문에 딸내미가 거의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 두 명을 챙기려면 남편 도시락 쌀 시간은 없어서 만만찮은 비용이라도 어쩔 수 없어 매식을 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버스 stop에 스쿨버스가 정거할 때에는 버스의 왼쪽으로 ‘stop’이라고 쓴 표지판이 돌출해 나오면서 불빛을 반짝이는데, 그럴 때에는 모든 차량들이 일제히 멈춰 서서 스쿨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일반 버스는 버스 stop에 사람이 있거나 버스 내의 승객이 내부에 있는 쇠줄을 잡아당기면 선다. 길가에는 우리나라보다 크고 새빨간 빛깔의 벚꽃과 역시 우리나라의 것보다는 봉오리가 큰 배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동네에는 가게가 없다. 가까운 가게라도 자동차로 30분 이상을 가야 한다. 좌회전 신호가 없는 곳에서는 직진 차가 없으면 파란색 신호에 좌회전을 할 수가 있다. 말하자면 비보호 좌회전인 셈이다. 좌회전 신호가 있는 곳에서는 세로로 된 맨 위쪽에 있는 붉은 신호의 좌회전 표시를 보고 좌회전하면 낭패다. 맨 아래 쪽의 파란 좌회전 신호가 들어올 때에 좌회전을 해야 하는 것이다.
7:40쯤 서영이를 초등학교(Oakton Elementary school)에, 종한이를 유치원 전 단계의 시설에 데려다 주는 것을 따라가 보았다. 서영이보다 종한이 교육비가 더 많이 든단다. 공적기관인 Elementary school은 돈 들 일이 별로 없는데, 종한이가 다니는 곳은 예상 외로 돈이 많이 들고 있었다. 더구나 빨리 영어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종일반’을 택하는 바람에 매달 1200불 이상이 들어간다고 했다. 늘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려다 보니 빠져야 하는 날도 많은데 말이다. 그곳은 유태인 지역 센터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Jewish Community Center of Northern Virginia' 라는 긴 명칭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시간을 엄격하게 따지는 곳이라서 지각 따위는 엄두도 내지 말아야 한다. 1분만 늦어도 벌금이 우리 돈으로 2만 원 정도란다. 노인들도 많이 들락거렸는데, 그분들은 수영장, 헬스장 등이 모두 무료라고 한다.
자동차가 기세 좋게 달린다. 경사가 심한 길을 쑤욱 내려갔다가 불쑥 올라가는 곳, 딸내미는 그걸 더욱 실감나게 운전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그곳을 ‘씽씽똥꼬’라고 별명 붙이고, 아예 그곳을 지나갈 때에는 지그시 눈을 감고 감상을 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여기에서 붙여진 습관이 여기저기 여행을 다닐 적에 아주 유용하게 쓰이곤 했다. 5-6시간 때로는 7-8시간을 이동하여야 하는 경우에도 아이들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이들은 차만 타면 그대로 ‘쿨쿨~~~’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딸내미 내외는 아이들과 함께 미국 전역을 두루두루 돌아다닐 수가 있었다. 나는 그들이 미국으로 출장을 갈 때부터 말했었다.
“월급 한 푼도 남기지 말고 시간 나는 대로 여행을 다니어라. 그것이 남는 것이다.”
딸내미 부부는 정말로 내말대로 하면서 지냈다. 그들은 거의 집에 있는 날이 없었다. 가는 곳마다 여러 가지 곤란한 일에 맞닥뜨리면서도 계속 여행을 다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온갖 자연재해도 다 맞닥뜨려 보았다고 한다. 지진, 물난리, 폭설을 비롯해서 토네이도에 빨려 들어갈 뻔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돈 한 푼 대주지도 않은 나에게 고맙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언제 어디서 또 해볼 것이냐고, ‘남는 것이 여행’이라는 말이 고맙다는 말이었다. 지금도 나는 그들이 마음껏 여행을 다닌 일을 칭찬하고 또 칭찬하면서, 그 일을 동네방네 떠들면서 자랑하고 지낸다. 그러니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팔불출은 면하질 못하고 있다.
‘씽씽똥꼬’라는 그 길은 야트막한 산 속의 길로 나무가 우거질 때라면 정말로 환상적인 드라이브코스로 보였다. 도중에는 피자 가게도 하나 있었지만, 딸내미는 ‘저 집은 전혀 아니라’고 하였다.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서비스가 엉망이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을 길게 줄까지 서고 있었다. 근처에 경쟁업체가 없다 보니 그런 것 같았다. 한국 같았으면 벌써 근처에 여러 개의 피자가게가 들어섰을 법도 한데….
아이들을 데려다 준 우리는 Mart가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갔다. 조금은 후줄그레하게 차린 사람들이 3-4명씩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인력시장이라고 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신림동 쪽에 집을 지을 때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 아무리 주문을 해도 ‘소귀에 경 읽기’였다.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생각하던 끝에 총지휘자격인 대목수에게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인부들의 작업 하나하나가 모두 내가 바라던 대로 진행이 되는 것이었다. 인력시장에서 그날그날 일할 사람들을 선발해서 데리고 가는 사람이 대목수였다. 인력시장에 나와 있는 인력들에게는 대목수야말로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여기저기 한글 간판들이 보인다. 그만큼 이 근처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증거일 터이다. ‘불란서안경’, ‘××떡집’, ‘한강(음식점)’, ‘해피만화방’, ‘한국식 중국요리 중화원’, ‘실비 뷔페’, ‘××변호사’, ‘××한의원’, ‘원조 평양순대’ 등등이 반갑게 나를 맞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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