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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제방(百花齊放) 35] 로제트(rosette) 식물 질경이
이 웅 재
밟히면 아프다. 짓밟히면 목숨마저 위태롭다. 그런데 그렇게 짓밟히면서 살아가는 생명체가 있다. 밟힐수록 오히려 강인해지는 생명력을 지니는 놈이다. 사람의 발에만 밟히는 것이 아니다. 우마(牛馬)에게 마구 짓밟히면서도 질기고 질긴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이름이 질경이다. 사람이나 우마의 통행이 잦은 낮은 산길 옆이나 길 가운데 무리 지어 자라는 질경이는 밟히는 것쯤이야 대수로울 것이 없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 한여름의 뙤약볕, 심한 가뭄에도 끄떡 않는다. 그래서 이름이 질경이다.
질경이는 민들레처럼 뿌리에서 바로 잎이 나는 로제트(rosette) 식물이다. 원줄기는 없고 많은 잎이 뿌리에서 나와 옆으로 넓게 퍼진다. 그 모습이 활짝 핀 장미를 연상케 한다고 하여 「rosette」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우리말로는 방석을 닮았다고 해서 ‘방석식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로제트 식물에는 민들레를 비롯하여 냉이, 망초, 달맞이꽃 등이 있다.
로제트(rosette) 식물은 주위에 다른 식물이 자라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키가 낮아 햇볕을 받기가 힘들어진다. 그런 연유로 해서 로제트 식물은 다른 식물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에서 자란다. 질경이를 한자어로는 ‘차전초(車前草)’라고 하는데, 이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옛날 중국 한나라에 마무(馬武)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갔다. 군대는 여러 날에 걸쳐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며 사막과 광야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말도 사람도 지칠 대로 지친 데에다가 갈증과 허기로 많은 병사들이 아랫배가 부어오르며 피오줌을 누는 습열병(濕熱病)으로 고생을 하게 되었다. 군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말[馬]도 하나둘씩 쓰러져 갔다. 말을 돌보는 병사는 너무나 안타까워서 말로 하여금 스스로 먹이를 찾아먹도록 고삐를 풀어 주었는데, 이틀이 지나자 말이 생기를 되찾고 살아나고 있었다. 그래서 유심히 살폈더니, 마차 앞에 있는 돼지 귀처럼 생긴 풀을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다. 병사는 그 풀을 뜯어서 국을 끓여 먹어 보았다. 이삼일이 지나자 오줌이 맑아지고 원기가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병사는 장군에게 보고했다. 장군은 모든 병사와 말에게 그 풀을 뜯어먹게 하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병사와 말의 병이 모두 나았다. 장군도 병사도 그 풀의 이름을 몰랐는데, 수레바퀴 앞에서 발견했다고 해서 차전초(車前草)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꽃말은 ‘발자취’이다.
6∼8월에 이삭 모양의 꽃이 피어서 가을이면 자잘한 씨앗이 익는데, 그 씨를 한약명으로는 차전자(車前子)라고 한다. 질경이는 훌륭한 약초일 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비타민 등도 풍부하게 들어 있는 나물이기도 하다. 무쳐 먹기도 하고 기름에 볶아 먹거나 국을 끓여 먹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상추처럼 날로 쌈을 싸 먹을 수도 있고 김치를 담가 먹어도 된다. 잎이나 씨앗 등을 차로 다려서 마셔도 좋다.
씨앗에서 짠 기름은 메밀국수를 반죽할 때 넣으면 면발이 차지고 잘 끊어지지 않는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질경이와 진피(陳皮: 귤껍질 말린 것)를 각각 적당하게 달여서 복용하면 효험을 볼 수 있고, 만성간염이나 고혈압, 관절염, 늑막염에도 질경이를 달여 먹으면 좋다. 질경이를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며 무병장수하게 된다는 얘기도 있다.
피부궤양이나 상처에 찧어 붙이면 새살이 빨리 돋아나오며, 최근에는 질경이 씨앗이 암세포의 진행을 80퍼센트 억제한다는 연구 보고도 나왔다.
질경이 씨앗에는 신통력이 있어 저승에 있는 사람도 볼 수 있다는 전설도 있다. 옛날 어떤 효자가 아버지를 여읜 후, 너무도 슬퍼하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기를 소원하여 백일기도를 드렸단다. 마지막 날 밤, 비몽사몽 간에 백발노인이 나타나서 질경이 씨로 기름 짜서 불을 켜 보라고 하였다. 그 효자는 제사상을 차리고 질경이 기름으로 불을 켰더니 과연 죽은 아버지가 퉁퉁 부어서 썩어 가는 모습으로 나타나 제사상 머리에 앉는 것이었다. 이를 본 아들은 기겁을 하고는 두 번 다시 죽은 아버지 보기를 원치 않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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