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화[백화제방(百花齊放) 3]
이 웅 재
매란국죽(梅蘭菊竹), 우리 옛 선비들께서 애지중지하던 사군자(四君子) 중에서도 그 단초를 여는 것이 바로 매화였다. 그런가 하면 송죽매(松竹梅)를 일러 세한삼우(歲寒三友)라고도 했다. 그런데 매화에는 그 종류라든가 상황에 따라서 여러 가지의 명칭들을 지니고 있다.
버드나무에 수양버들이 있고 벚꽃에 수양벚꽃이 있듯이 매화에도 능수버들처럼 축축 늘어지는 수양매(垂楊梅=능수매=수지매[垂枝梅])가 있다. 대하기가 쉽지 않은데, 광나루 근처의 아차산(峨嵯山)으로 오르는 길목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서 볼 수가 있었다. 우리가 흔히 대하는 가지가 하늘로 곧게 뻗은 것은 직지매(直枝梅)라고 한다. 국내에서 가장 큰 수양매는 소록도(小鹿島)에 있다.
매화의 꽃이 흰 것은 백매 혹은 소매(素梅), 분홍 꽃은 홍매, 꽃받침이 푸른 것은 청매(靑梅), 매화 중에서도 가장 색이 짙고 향기가 좋은 붉은 꽃은 비매(緋梅)로 불리고, 붉다 못하여 먹빛을 띠는 묵매(墨梅), 꽃잎이 많은 것은 만첩매(萬疊梅)라고 하고, 수령(樹齡) 100년 이상인 것은 고매(古梅) 또는 노매(老梅)라고 한다. 잔설을 이고 피어나는 매화는 설중매(雪中梅)요, 의적(義賊) 중에는 자신의 내방을 알리기 위한 징표로 매화 한 가지를 놓아두곤 했던 일지매(一枝梅)도 있었다. 유명 인사들이 가꾸던 것은 명매(名梅)라 하기도 한다. 매창(梅窓)은 매화의 그림자가 창문에 비치는 것을 가리키고, 소영(疎
‘용이 누워서 기어가는 것처럼 가지가 뻗어 나간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와룡매(臥龍梅)도 있다. 남산 중앙공원 분수대 좌, 우에 있는 와룡매는 임진왜란 당시 창덕궁에 자라고 있던 나무를 일본으로 가져가 길렀던 모목(母木)의 후계목으로, 일본이 한국침략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400여 년 만에 환국한 매화나무이다.
변종으로 꽃이 겹으로 된 것은 겹황매화인데 죽단화, 또는 죽도화라고도 하지만 국어사전에도 그 한자 표기는 나오지 않는다. 모양이 황금으로 만든 찻잔처럼 생겼다고 하여 금완(金碗)이라 부르기도 한다. 홑꽃(황매화)은 열매를 맺지만 겹꽃(죽단화)은 꽃의 암술과 수술이 모두 꽃잎으로 변해서 열매를 맺지는 않는다. 이 황매화는 공해에도 강하고, 이식해도 잘 살며, 포기 나누기나 삽목(揷木;꺾꽂이)을 해도 잘 살아서 생울타리, 정원수, 경계수, 공원수로 인기가 높다.
물매화도 있다.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정원을 가꾸던 선녀가 지상으로 떨어져 꽃이 되었다는 전설을 가진 매화다. 고결, 결백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물매화는 가을에 핀다. 그래서 흔히 ‘가을 최고의 전령사’라고들 한다.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해서 ‘물’이라는 말이 붙었다. 그러나 반드시 습기가 있는 곳에만 피어나는 것은 아니고 언덕에 피어 있기도 하는 등 햇볕이 드는 풀밭이면 특별히 장소를 가리지는 않는다. 풀매화, 매화초 등 여러 이름으로도 불리어진다.
아주 다른 종류로는 금사매(金絲梅=芒種花)도 있다. 망종(양 6월 6일경) 무렵에 핀다고 해서 망종화다. 중국 원산의 낙엽 소관목(小灌木)으로, 무리지어 자라므로 덩굴처럼 보이는데, 줄기는 보통 길이 1m 정도로 자란다. 6~7월에 황색 꽃을 피우는데, 번식은 포기나누기나 삽목(揷木) 등 비교적 쉽게 할 수가 있다. 정원수로 널리 재배되고 있으며,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이라고 하니, 하나쯤 분재로 키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2014.5.26.,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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