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타 꼬타 고분 꼬타(百花齊放)

뽀리뱅이(백화제방[百花齊放)4]

거북이3 2014. 7. 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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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리뱅이(백화제방[百花齊放)4]

                                                                                                                                                         이 웅 재

보통은 오후 5시 전후해서 탄천 산책을 하는데, 어제 비가 내린 후라서 아침 공기가 무척 싱그럽게 느껴지기에 오늘은 10시쯤 탄천으로 나섰다. 아닌 게 아니라 아침 공기가 신선했다. 그래서 새롭게 복식호흡을 하면서 탄천을 바라보았다. 무심한 청둥오리들은 벌써부터 오수를 즐기는지 냇물 중간 중간에 있는 자그마한 바윗돌 위에 앉아서 꼼짝을 않는다.

다시 시선을 산책길로 거두어들이는데, 씀바귀의 노란 꽃이 수줍은 듯 자기도 한 번 보아달라고 내 눈길을 잡아끈다. 씀바귀 꽃, 시골 들판 논두렁 어디에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꽃이다. 흔해서 무시당하는 꽃으로, 애기똥풀처럼 잎을 따거나 줄기를 꺾어보면, 진액이 나온다. 빛깔이 하얀 것은 애기똥풀과 다른 점이다. 그런데 그 하얀 진액은 몹시 쓰다. 그 강한 쓴맛 때문에 얻은 이름이 씀바귀이다. 한자어로는 고채(苦菜)라고도 한다. 국화과의 다년생 꽃으로 얼핏 보면 빛깔은 다르지만, 그 꽃의 생김새는 들국화의 일종인 구절초와 닮았으나 크기가 약간 작다. 씀바귀는 특히 봄철을 맞아 식욕이 없을 때 입맛을 되살아나게 하는 나물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약리학적으로도 위(胃)를 튼튼하게 하여줌은 물론 항암 효과가 탁월하고,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작용을 하며, 요로 결석에도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물로 먹을 때에는 끓는 물에 약간 데친 후 찬물에 한참 동안 담가 쓴 맛을 우려낸 다음에 무쳐서 먹는데,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냥 먹기도 한다. 씀바귀는 예로부터 ‘신초(神草)’ 또는 ‘천마(天麻)’라고 불리었다. 천마란 “하늘이 심은 마(麻), 선인(仙人)이 심은 마”라는 뜻이다. 그만큼 귀한 약초가 씀바귀라는 말이겠다. 과거를 눈앞에 둔 선비가 잠을 쫓기 위해 먹었다는 말은 그 쓴맛 때문에 잠을 쫓는 효과를 보았을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꽃말이 ‘순박함’이듯이 ‘달콤한 말로 아첨하는’ 일은 천성적으로 하지 못하고, 솔직한 심정으로 ‘쓰디쓴’ 말밖에 할 줄 모르는 ‘순박한’ 풀이요, 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는 들풀이다. 꽃술이 검은색을 띠며, 흰 꽃의 씀바귀도 있다. 보통은 노란색 꽃을 피우는데 이를 ‘꽃씀바귀’라고 하고, 흰색 꽃이 피는 것은 ‘흰씀바귀’라고 한다.

‘씀바귀’와 구분이 잘 되지 않는 놈으로 ‘고들빼기’가 있다. 씀바귀의 잎은 긴 타원형인데 반해서 고들빼기는 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는 형태, 특히 줄기가 잎을 관통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보다 더 단적인 차이는, 그렇다, 고들빼기의 잎은, 혼령을 닮았다. 우리가 흔히 만화 같은 데에서 대할 수 있는 혼령, 그 혼령의 그림을 보면, 머리 쪽은 둥글고 꼬리 쪽은 점차 가늘어지는 모습이 아니던가? 한마디로 유령의 형태와 닮은 것이 고들빼기의 잎이었다는 생각을 나는, 바꾸려야 바꿀 수가 없었다. 고들빼기김치의 맛은, 그래서, 하늘로 날아 올라가듯 황홀한 맛을 띠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가 하면, 왕고들빼기의 잎은 치아 모양의 톱니가 있는 점도 씀바귀와 다를 뿐 아니라 고들빼기와도 외형상 사뭇 달랐다. 고들빼기 꽃은 수술까지 같은 노란색이다. 씀바귀나 고들빼기는 토끼가 좋아하는 먹잇감이라는 점에서는 동류(同類)라고 하겠다.

씀바귀와 혼동되는 놈으로는 또 뽀리뱅이가 있다. 뽀리뱅이는 보리뱅이, 황암채[黃鵪菜: 구황본초(救荒本草)], 고채약[苦菜藥, 삼지향:三枝香], 황화채[黃花菜, 산개채:山芥菜] 등으로도 불린다. 뽀리뱅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국화과의 한 두해살이 풀이다. 뽀리뱅이란 이름은 보리가 날 무렵쯤 꽃을 피워 붙여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뽀리’에 ‘뱅이’가 붙은 이름인 것이다. ‘뱅이’는 ‘가난뱅이’, ‘주정뱅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몇몇 명사 뒤에 붙어서 ‘그것을 특성으로 가진 사람이나 사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다. ‘보리’를 굳이 ‘뽀리’로 변화시킨 것은 강조를 위한 경음화 현상 말고도 ‘뽀’에는 ‘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이영득 저 황소걸음 간행의『풀꽃 친구야 안녕?』) ‘긴 줄기 끝에 꽃이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 긴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는 잎 모양이 냉이랑 구별이 쉽지가 않다. 그런가 하면 고들빼기와 비슷하지만 꽃대가 고들빼기보다 투실투실하고 줄기 중간에 나는 잎이 고들빼기의 혼령 모양의 생김새와는 달리 맨 아래의 잎이나 마찬가지로 민들레를 닮았다. 나물로 무쳐 먹어도 좋고 된장국으로 끓여 먹어도 좋으며 김치로 담가 먹을 수도 있고 고추장에 박아 장아찌로 만들어 먹어도 좋은 놈으로, 약효도 뛰어나서 기관지나 천식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흔해빠졌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인생사의 진리를 은근히 일깨워 주는 고마운 친구이기도 하다.                      (2014.7.10. 사진 빼고 1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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