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짝퉁

거북이3 2014. 9. 2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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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퉁

                                                                                                   이 웅 재

  몇 년 전 미국과 캐나다를 여행할 때의 일이었다. 미국 쪽에서 본 캐나다의 폭포는 우리나라 안동 댐과 어슷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캐나다 쪽에서 본 미국 땅의 나이아가라는 정말로 장관이었다. ‘천둥소리’라는 이름도 무색하지 않았고, 폭포로 인하여 생기는 물보라는 우산 없이는 접근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었으며,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 때문에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은 사람들의 걸음을 휘청거리게 할 뿐만 아니라, 입고 있는 겉옷마저도 벗겨버리려는 듯 요란했다.

  그 바람에 일행 중 한 여인은 ‘어마!’ 소리와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35만 원이나 주고 샀다는 버버리 모자를 날려버리고야 말았다. 폭포수 아래로 곤두박질을 치면서 사라져가는 그 ‘비싼’ 버버리 모자, 여인은 허망한 눈으로 모자를 쫓아가고 있었다. “내 모자! 모자!”라고 외치면서.

  그런데, 내 옆 자리에 있던 어느 여인의 속삭임 같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저거, 짝퉁이야, 짝퉁. 짝퉁 가지고 웬 소란이람?”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쇼라는 것이었다.

  짝퉁?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했다. 짝퉁의 ‘짝’은 ‘똥파리’를 거꾸로 한 ‘리파똥’처럼 ‘가짜’ 거꾸로 한 말인 ‘짜가’에서 왔다고 한다. 그것을 다시 축약해서 ‘짝’이 나왔고, 거기에 ‘퉁’이 덧붙은 것이다. ‘퉁’은 ‘품질이 낮은 놋쇠’를 뜻하는 명사인 ‘퉁쇠’의 ‘퉁’에서 왔다고도 하는데, 북한에서는 ‘심술궂고 못된 성품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도 하니, 어느 정도 근친성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좀더 생각해보면 ‘대신하다, 대치하다’의 뜻으로 사용하는 말 ‘퉁치다’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가짜로 대신(대치)함’이라는 의미였다. 비슷한 말로 ‘미투’ 제품이 있는데, ‘미투’ 제품은 유사한 제품을 가리키는 말이요, ‘짝퉁’이란 원래의 제품을 사칭한 완전 가짜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짜라고 해서 모두가 짝퉁인 것도 아니다. 사람 모습을 본뜬, 가짜로 만든 장난감 인형은 ‘짝퉁’이라고 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그것은 ‘가짜’라는 것을 내세우고 만든 상품인 까닭이다. 그러니까‘가짜’가 아닌 체하면서 ‘가짜’인 것이 ‘짝퉁’이라고 하겠다.

  ‘짝퉁’하면 우리는 ‘Made in China’를 떠올린다. 버버리(burberry)를 위시해서 루이뷔통(Louis Vuitton), 프라다(Prada), 구찌(Gucci) 같은 상표는 기본이고 먹을 것까지도 짝퉁이 판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가짜 술이야 너무 흔해 얘깃거리가 될 수도 없고, 요사이에는 가짜 달걀, 가짜 우유, 가짜 소고기까지도 등장하게 되었다. 그래서 유행한 말이 ‘시진핑 주석 말고는 어떠한 짝퉁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시장에 나타난 시진핑 주석을 보고, 사람들이 예고도 없는 그의 방문에 놀랐었다. 한데 그는 얼굴이 닮은 짝퉁 시진핑이었다. 말이 바뀐 것은 당연지사다. ‘어머니만 빼고는 모두 가짜를 만든다’고. 하지만, 너무 몰아붙이지는 말자.

  한국도 1980년대까지는 선진국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짝퉁 공화국’이었다. 손톱깎이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시대였으니 더 이상 말하여 무엇하랴! 그 당시 유행하던 말이 ‘메이드제’였다. 그건 ‘Made in Korea’란 형편없는 짝퉁이었기에 감히 그런 표현은 할 수가 없던 때였다. 그러니까 ‘Made제’란 ‘Made in USA’라는 의미였다. 미제면 무엇이건 ‘왔다’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의 짝퉁 시장을 왈가왈부하는 입장이 되었으니 세상 참 많이도 변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는 짝퉁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부끄럽기가 그지없다. 무엇이 짝퉁의 맥을 잇고 있는가? 그건 바로 시계다. 지금도 대통령 이름이 들어간 시계가 희소가치를 타고 짝퉁으로 만들어져 인터넷 상에서 팔리고 있는 것이다.

앞에 '이그(Ig)'가 붙은 짝퉁 노벨상이란 것도 있다. 엉뚱한 연구를 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금년(2014년)에는 일본 과학자들이 물리학상을 받았다. 수상 업적은 바나나 껍질의 미끄러움에 대한 연구였다. 한국인 수상자도 여럿 있다. 1992년 휴거(携擧)가 온다고 주장했던 다미선교회 이장림 목사가 수학상, 2000년 문선명 통일교 교주가 3600만 쌍까지 합동 결혼시킨 공로로 경제학상을 받았다. (조선일보 2014.10.9 A29면 이영완의 사이언스 카페 참조)

  ‘짝퉁’을 비웃을 자격이 우리에게는 없다. 요사이에는 무슨 물건을 사거나 ‘Made in China’가 대세라는 점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아니, 대세를 지나서 이제는 으레 그러려니 하고 지내는 실정이 아닌가? 그만큼 중국의 제조 기술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Made in China’정도면 안심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Made in China’는 이제 ‘Made in Viet Nam’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 결과 베트남의 기술력도 상당히 향상된 상태가 되었다. ‘Made in…’의 위력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 ‘Made in…’은 한 곳에 머물러 있기를 싫어한다. 언제라도 새로운 기술력을 찾아 이동하려고 하는 것이다. 베트남에 머물러 있던 ‘Made in…’도 최근에는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바로 캄보디아(Cambodia)다. 아직은 지식인의 대량학살인 킬링필드(Killing Fields)로 인하여 대중을 이끌어갈 지도자가 부족한 것이 걸림돌이 되기는 하지만,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라고 하는 앙코르와트(Angkor Wat)와 같은 신비스런 사원을 건축했던 캄보디아인들, 이젠 그들의 기술이 세상을 향해 빛을 발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술은 항상 변화 발전한다. 잠시라도 방심하여서는 안 된다. ‘Made in Korea’의 자랑스런 기치를 계속 휘날리기 위해서는 과거 ‘짝퉁 한국’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14.9.29. 10.13 수정, 원고지 1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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