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문화 체험기 9. 마리 앙투아네트가 교수형에 처해진 콩코드 광장.hwp
(서유럽 문화 체험기 9)
마리 앙투아네트가 교수형에 처해진 콩코드 광장
이 웅 재
4/20(월) 맑음.
레지드홈 귀앙꾸르(Residhome Guyancourt)는 일급 호텔답게 아침 식사 메뉴도 괜찮았다. 어제는 없었는데 오늘은 삶은 계란도 나왔다. 나는 이음새문학회의 임은수 씨가 쓴 수필을 생각하면서 2개씩이나 아귀아귀 먹어댔다. 한국인들이 다녀가면 까놓은 껍데기는 별로 없는데, 계란은 거의 전부 없어진면서 ‘너희는 달걀도 껍데기째 먹니?’ 하고 빈정대더라는 말은, 나처럼 이렇게 2개씩이나 먹어대는 사람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너무 야박한 언사가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유럽의 호텔들은 비교적 추웠다. 4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사에서 전기담요 등을 준비해 오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보통 23℃ 이상이면 객실에 히터를 틀지 않는단다. 그러한 정책은 이탈리아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이탈리아는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없애기로 했으나 워낙 전기료가 비싸게 되어 다시 원전 가동을 시도하다가 일본의 쓰나미 재앙 때문에 그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전기 값이 엄청나게 비싸게 된 이유이다.
전기담요가 필요하다는 것은 따뜻하게 끓여 먹을 수 있는 라면도 필요하다는 뜻이리라 여겨져서 라면은 준비했지만 전기담요까지는 준비하지 않았는데 내 생각이 옳았다. 23℃ 정도의 온도는 저녁술을 한잔 걸치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넓은 도시는 아니었다. 서울의 인구가 1,000만을 넘는데, 파리는 그 1/3에도 못 미치는 300만 명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면서도 세계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도시라는 점을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배워야만 할 것이다.
6개국 12일 동안의 여행으로는 각 나라의 명소를 둘러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썩 내키지 않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요즈음 중국 팀이 둘러보는 곳들이 최적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중국 팀이 잘 가지 않는 밀라노는 예외로 하고 말이다.
달리는 버스 오른쪽으로는 ‘세느 강’이 흐르고 있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센 강(Seine江)’이라고 한다. 가이드가 계속 안내를 하고 있었다. 루브르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점심을 먹을 것이며, 그 다음 백화점엘 들르겠다고 한다. 여자 분들은 모두가 환영이다. 가이드가 말한다. 고급 시계나 가방을 살 때에는 주의하라고. 시계는 팔목에 차면 괜찮지만 가방은 걸릴 가능성이 많으니까 주의를 하란다. 그러면서 선택 관광인 ‘세느 강 야경투어를 안 가실 분’ 손을 들란다. 화법이 놀랍다. ‘가실 분’ 손을 들라는 것이 아닌, ‘안 가실 분’ 손을 들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들었다. 너무 소수였다. 나중에 보니 그분도 야경투어에 참석을 하고 말았다. 단체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그만큼 지탱하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이었다.
버스는 다이애나 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터널을 지나서 샹젤리제(Champs-Elysées) 거리로 들어선다. 가로수로는 플라타너스(Platanus)도 많았지만 특히 마로니에(marronnier)가 많아서 마로니에 거리라고도 하는 로맨틱한 거리이다. 양 옆의 건물에는 여러 종류의 인물상이 많았는데, 한번 걸어보고 싶은 거리이다. 옛 서울대학교 자리에 있는 마로니에 공원의 마로니에라든가 남산타워 올라가는 쪽에 있는 마로니에, 그리고 서울숲에도 있는 마로니에는 사실 마로니에가 아니고 ‘일본 칠엽수’이다. 이곳에 있는 마로니에는 그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서양 칠엽수’라고 부른다. 일본 칠엽수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은 열매 표면에 가시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시칠엽수’라고도 한다. 열매는 어찌 보면 밤톨처럼 생겼다. 그러나 열매 말고는 밤과 비슷한 점이 없다. 비슷한 것이라면 그 이름에 ‘너도-’를 붙이지만, 그렇지 않은 나무들에는 ‘나도-’를 붙인다. 마로니에는 나도밤나무과의 대표적 식물이다. 그 열매는 먹지 말아야 한다. 탄닌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심한 복통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는 황금색 조각이 보인다.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는 곳이란다. 샹젤리제 거리는 바로 나폴레옹 3세 시기에 조성되었다. 왼쪽으로는 콩코드(Concorde) 광장이 보인다. 프랑스대혁명 때 교수형 장소로 이용된 곳이다. 그곳에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 등 1,343명이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광장 중앙에는 이집트에서 강제로 빼앗아 온 높이 23m의 오벨리스크(Obelisk)가 서 있다. 위안부 상징의 소녀상을 일본대사관 앞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는 일본의 요구가 겹쳐진다. 그나마 좋은 느낌으로 파리를 대했는데, 역시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인의 눈에는 곱게 보일 수가 없는 모양이다.
다시 오른쪽으로는 국회의사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상하 양원, 의원은 합쳐서 920명이다. 독일은 700명, 인구비로 따지면 한국 국회의원도 늘려야 한다. 현재 300명인 한국의 국회의원은 독일식이라면 약 430명, 프랑스식으로는 약 750명 정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민생은 나 몰라라 하면서 친박 비박 싸움질이나 하고, 대통령을 쌍말로 부르는 국회의원, 천안함 폭침을 우리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릴 수는 없다. (16.1.13.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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