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이게 나라냐→이게 나라다

거북이3 2017. 1. 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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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나라냐→이게 나라다

                                                                                                                                           이 웅 재

   프랑스 여행 때의 얘기다. 내 입맛에는 별로지만, 프랑스에서는 고급요리라는 달팽이 요리를 먹고, 프랑스의 달동네 몽마르트르를 달팽이처럼 뱅뱅 돌았던 적이 있다. 패키지 여행이었는데, 집합해야 할 시간도 남았기에 일행 몇 명이 몽마르트르 언덕의 뒤쪽 길을 탐색한 적이 있었다. 그곳은 광장과는 달리 한산했다. 여유롭게 좌우의 건물들을 구경하면서 이렇게 산책하기에 좋은 한가로운 길을 왜들 걷는 사람들이 없을까 생각을 했다. 내리막길의 언덕이 끝나는 곳에 있는 계단을 통해 평지로 내려왔을 때, 우리들 앞에는 기관총을 든 군인들이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매우 위험한 우범지대라고 했다. 듣기만 하여도 몸이 오그라드는 IS에 의한 테러의 예방책으로 그처럼 중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곳인 줄도 모르고 우리는 그 ‘위험지대’를 유유하게 뱅뱅 돌아 산책을 즐겼던 것이다.

   서울의 거리를 걷는 일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나는 일찍이 만나본 적이 없다. 밤거리 골목길에 있는 ‘포장마차’는 술꾼들이 즐겨 찾는 낭만의 장소가 아니던가? 세계의 최대 도시로 이름을 날렸던 뉴욕도 밤거리 골목길은 매우 위험하다고들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가 아닌가?

   중국인들은 한국의 쌀에 반했단다. 록키 산맥에서도 산삼이 많이 난다고 하지만 어찌 고려의 삼을 따를 수가 있을까 보냐? 융프라우에서는 우리나라의 컵라면을 8,000씩 받고 있었다. 몽블랑에서는 25,000원을 주고 사 먹었다는 말도 들었다. 캐나다 여행 시에는 음식점에서 우리의 ‘참이슬’을 34,000원까지도 주고 사 먹은 적이 있었다. 어찌 ‘대한민국 만세!’가 아니겠는가?

   한때 우리나라는 짝퉁의 나라로 이름이 높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을 거쳐 베트남, 베트남에서 다시 캄보디아로 그 명예스럽지 못한 이름을 넘겨 주었다. 최근에는 다시 라오스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던가? 그 짝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Made in Korea’를 자랑스럽게 내세우기 위해서 우리는 뛰고 또 뛰었다. 그래서 ‘Korean Time’이라는 불명예를 ‘빨리빨리’로 바꿔치기를 하지 않았던가? 요즈음에는 ‘Made in Korea’가 자랑스러운 말이 되지를 않았는가? ‘대한민국, 만세다’

   전철에서의 일이다. 전철 안에서 잡상인이 물건을 파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의 독특한 풍경이 아닐까 싶은데, 오늘만 해도 ‘극세사 목도리’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자아-,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요거 하나면 끄떡 없습니다. 요렇게 하면 목도리가 되지만, 조금 끌어올리면 귀마개도 되고 마스크도 되고 또 때로는 모자로도 변신할 수 있는 목도립니다. 단돈 5천 원입니다. 5천 원이면 추운 겨울도 문제 없습니다. 요거, 국산입니다.”

   아주머니는 ‘국산’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정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드는 말이었다. 아주머니의 ‘국산’이라는 말에는 자랑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요즈음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가 실종되고 경제가 비틀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2016.11.14(월) 『중앙일보』6면 기사의 제목을 보자.

   풍자‧해학‧배려 넘치는 촛불, 문학보다 아름다웠다/ 청소년들 깔깔 웃으면서 행진/ 유모차 지나가면 알아서 길 비켜줘/ 두 자녀와 함께 나온 40대 아빠/ “대통령도 처벌하는 게 민주주의” 대통령은 잘못했지만 시위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전하는 신문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 희망이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아직도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한국인들이었다는 생각이었는데, 요즈음 시위대들의 모습을 보면 선진국으로 보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에게 꽃을 건네기도 하는 시민들, 아닌 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폼 나는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까지의 ‘빨리빨리’에서 다시 한 단계 발전한 ‘느긋함’을 느껴볼 수 있지 않던가? 국회의원 한 분께서 “촛불은 꺼진다”고 했더니, 꺼지지 않는 ‘LED 촛불’이 불티가 나고, 다이소 매장에서는 품절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하였다. 그 대응방식이 얼마나 ‘여유로운가?’ “한국인의 외침 축제 같았다”는 외신도 있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중앙일보』에서는 탈북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태영호 씨가 국회 정보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촛불시위에도 국가 돌아가 놀라워”라는 멘트가 소개되었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국민의식이 성숙해졌다는 뜻이다.

2016.12.26(월)『머니투데이』1면에는 이런 제목이 눈에 확 띄었다.

   ‘이게 나라냐’ 절망에서 ‘이게 나라다’ 희망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미국, 미국을 기생충과 같은 나라라고 비난하는 푸틴의 러시아, EU를 탈퇴하고자 하는 영국의 테리사 메이, 실업난의 덫에 허덕이는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들이 부러운가? 아니면, 반체제 인사 검거 열풍을 불러 일으킨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 10억 엔을 내놓았으니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바락바락 우기는 아베가 다스리는 일본이 우러러 보이는가? 그것도 아니면, 북한의 김정은이 펼쳐나가고 있는 공포정치를 ‘이게 나라다’라고 부러워할 대상으로 생각하는가?

   직무 정지의 대통령이 있으면서도 ‘이게 나라다’의 희망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정말로 대단하지 않은가? 먹을 것이 없어서 걱정이었던 나라에서 먹을 쌀이 넘쳐나서 고민인 나라로, AI로 살처분된 닭 등이 3000만 마리를 넘어서고서도 기껏 달걀 값이 폭등해서 걱정이라는 것이 이슈가 되는 나라라면 그런대로 그 나라에서 살아볼 만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17.1.11.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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