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30세를 이립(而立)이라고 했다.‘이(而)’자는 별 뜻이 없이 어조사(語助辭) 역할만 하는 글자이니, 결국은 30세가 되어야 ‘립(立)’할 수 있다는 뜻일 게다. 이때의 ‘립(立)’은 어떤 의미일까? 고립(孤立)도 있고, 독립(獨立)도 있고, 자립(自立)도 있는데….
한때 ‘홀로서기’란 말이 유행된 적이 있었다. 어느 시인 때문에 널리 알려진 이 말은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자. ‘홀로서기’는 ‘고립(孤立)’이다. 굳이 ‘사회적 동물’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고립을 원치 않는다.‘혼자서기(獨立)’거나 ‘스스로서기(自立)’라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공자는 30세가 되어야 자립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 2029세대는 아직 자립하지 못한 세대라고 할 수가 있다. 대학생이 되었으니 이제는 성숙한 인격체―따라서 아이 취급은 말아달라는 항변을 종종 듣는다. 육체적 자립, 정신적 자립을 골고루 갖추었으니 이제는 당당한 어른 취급을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대부분은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 못한 실정이 아니던가? 모든 것에서 우뚝 설 수 있는 나이는, 아무래도 30은 되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기(禮記)에는 ‘삼십왈장유실(三十曰壯有室)’이란 말이 나온다. 30이 되어야 장년(壯年)이요, 아내가 있게 된다는 말이다. 결국 30이 되어야 가정을 이루고 자립할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일 것이다.
사람의 일생을 일대(一代) 또는 일세(一世)라고 하는데, 이 말은 30년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세(世)’는 열 십(十) 자 세 개를 한 글자로 이어붙인 모양으로 30을 의미하는 글자임은 새삼스레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런데 일생을 가리키는 말이 왜 30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는가?
61세가 환갑이다. 그러니까 60세까지가 원래 일대요 일세였던 것이다. 62세에도 죽지 않으면 80까지 산다는 말도 ‘60세가 일대’라는 뜻으로 한 말일 게다. 결국 30세에 자립을 한다면 60까지의 남은 30년, 그것이 그 사람의 자립 후의 일대가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러니까 30세의 ‘이립(而立)’ 이후라야 온전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라 생각이 된다. 이립이 되기까지의 30년은 나머지 30년, 곧 자신의 일대를 위한 준비 기간인 셈이다. 2029세대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기간이다. 자립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 놓아야 할 나이가 바로 20~29세가 된다는 말이다. 2029세대란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어 놓아서 그렇지 사실은 30세까지가 후반부 30년을 위한 성숙의 노력이 필요한 나이인 것이다. 해서 31세를 넘기게 되면 ‘이모지년(二毛之年)’이 된다. 32세를 일컫는 말이다. 센털(빛이 희어진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하는 나이란 뜻이다.
이모지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이립(而立)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잘 되었는지 2029세대는 자신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00.3.23[수]→20.10.7[수]입력, 9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