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재 칼럼("스포츠 한국",1972~)

跳躍 <경성고등학교 교사> (이웅재 칼럼⑱, 월간 『스포츠 한국』73년 9월호, pp.78~79.)

거북이3 2020. 11. 24. 14:29
20.9.3.입력. 跳躍 (이웅재 칼럼(18), 월간 『스포츠 한국』73년 9월호, pp.78~79.).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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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곳에는 반드시 크고 작은 길이 있다. 원래 「사람」이란 말은「살다」라는 말에서 온 것이고 보면 사람이란 곧「살아가는 존재」다. 잠시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인 것이다. 이리저리 움직이고 활동하다 보면, 그곳에는 길이 생기게 마련이니, 인간이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길이 있게 되는 것이다. 길은 길다. 긴 것이 길인 것이다. 인간이 있는 곳마다 따라 존재하는 길은 서로서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 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길이 단절되어 있는 수도 있다. 좁은 길, 넓은 길, 험한 길, 평탄한 길, 길은 걷다 보면 사람의 생김생김이나 됨됨이가 서로 다르듯이 변화가 무쌍하다. 길다 보니까 于餘曲折이 생기는 것일까? 가능한 한 사람은 편한 길, 넓고 탄탄한 길을 좋아하지만, 좁고 험한 길이라고 해서 걷지 않을 수는 없다. 가다가 개울이 막혀 있으면 때로는 건너뛰어서라도 걷기를 계속하는 것이, 다시 뒤로 돌아서 다른 길이 갈라진 곳까지 갔다가 전진하는 것보다, 목적지가 훨씬 가까운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길이 있었다. 가 보고 싶은 길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 몇 사람이 그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다 보니 그 길이 좋아, 그 길로 접어든 사람들이 더 있었고, 해서 서로 의지하며 길동무 삼아 함께 걷고 있었다. 처음 그 길은 숲이 무성해서 입구만 조금 보일뿐 이었으나 차츰 그 길은 넓어지고 있었다. 숲이 끝나고 들길이 나왔고, 거기서 조그만 개울을 하나 건너서 이제 자동차가 다닐 만한 큰 길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다시 좀더 큰 내(川)를 만나게 되었다. 「스포츠 韓國」이 창간 2주년을 맞는다. 언젠가 영화를 보다가 무척 신기해서 생각하던 적이 있었다. 白髮 道師가 땅바닥에 멈춰져 있는 공(Ball)을 향해 「내 손바닥 위에 튀어 오르거라!」 하니 어렵쇼! 꼼짝도 않던 공이란 놈이 누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움찔움찔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통 통! 튀어 오르다가 훌쩍 白髮 道師의 손바닥 위에 올라 앉는 것이 아닌가? 별 희안한 일도 다 있다 싶었고, 도대체 어떻게 촬영했기에 저런 희안한 道術도 만들어 낼 수가 있었을까 신기하기 그지없게 생각되던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그건 다름 아니라, 道師로 扮한 등장 인물이 손바닥에 놓았던 공을 땅바닥으로 던지는 장면을 그대로 촬영하였다가 거꾸로 편집을 해서 돌린 것에 불과하였다. 어쨌든 간에 그것은 무척 재미가 있었던 것인데, 「跳躍」이란 바로 그렇게 처음엔 움찔움찔하다가 통통! 튀어오르고, 통통! 튀어오르다가 한번 껑충 뛰어오르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즉 「단계 충족」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술 밥에 배 부를」 이치가 없는 것이고, 한 단계 한 단계 「비벼댈 언덕」을 만들어 놓으면서 순차적인 跳躍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육상 경기 중에 높이뛰기가 있다. 육상 경기라고 하면 스포츠에서는 기본적인 경기가 아닌가? 어쨌거나 높이뛰기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나라 같은 곳에 가면 중력이 지구의 1/6밖에 안 되는 곳이니, 지구에서 한 4m 정도 높이 뛸 수 있는 사람이라면 24m는 거뜬히 뛰어 오르겠지만,(공기까지 없어 마찰도 없을 테니까), 15일 가량은 계속 Day-time이요, 또 15일 정도는 계속 Night-time이며, 제일 더운 곳과 제일 추운 곳의 기온의 차이가 230도(햇볕 쬐는 곳은 130도, 그늘은 100도)가 되는 곳에 가서까지 높이뛰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좋으나 싫으나 간에 주어진 환경 조건 속에서 최대의 효과를 올려야 할 것인즉, 제자리에 서서 높이뛰기를 해 본대야 별것 아니고, 자연히 도움달리기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전문적인 경기 종목에서도 이렇거늘 어찌 人生行路가운데서 뛰어오르기를 해야할 경우에 도움달리기가 필요 없겠는가? 雜誌라면 우리 나라의 경우 그 命脉이 길지 못하다는 게 대개의 공통된 運命이라 하겠다. 더군다나 大衆을 상대로 하는 大衆誌라면 모르되, 스포츠 기사만을 다루는 專門誌라는 점에서, 「스포츠 韓國」의 2주년 기념이란 매우 경하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간의 많았던 고난은 모두가 현재의 성장을 위한 것이었으며, 미래에의 跳躍을 위한 정지작업, 곧 도움달리기였다고 생각하면 적합할 것이다. 그 동안에도 많은 跳躍이 있었지만, 「스포츠 韓國」의 두 번째의 생일은 보다 몸짓이 큰 跳躍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 준다. 높이, 높이 뛰어 오르라. 스포츠 韓國을 위해서. 그것이 「스포츠 韓國」의 使命이 아닌가? 어쩌다가 권총을 휴대한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면 당신은 어쩌겠는가? 그 괴한이 지금 당신을 어디로인지 끌고 가고 있고, 자기가 목적한 지점에 가서 당신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늦지는 않았다. 당신은 달리기 연습을 많이 해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는 당신은 괴한에게 끌려가고 있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까지는 적면하지 않았으니까. 최소한도 100m까지를 10초 이내에 달리도록 연습하라. 그러면 당신은 당신을 구출해낼 수가 있을 것이다. 당신이 도망치기 시작할 때, 괴한이 권총을 잡는다. 그러나 아무리 빨라도 10초 이내의 사격은 힘들다. 더구나 고정 표적이 아니고 죽어라 하고 달리고 있는 이동 표적이다. 그러니 허허 벌판, 은폐물이나 엄폐물이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당신은 충분히 살 수가 있다. 째깍째깍……10초가 되었다. 괴한은 당신을 향해 발사할 것이었다. 그러나 안심하라. 당신은 벌써 괴한에게서 100m 이상 떨어져 있는 것이다. 100m만 되면 권총의 위력은 보잘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 바보 같은 작자야. 유효사거리도 모르느냐고 큰 소리를 치면서 달려도 된다. 물론 100m까지는 직선으로 달리고, 그 다음 괴한의 사격이 있을 때쯤에서부터는 지그재그식으로 달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통계학상으로 탄알 100만발대 1명이 사망한다는 좀 허풍스런 말이 있긴 하지만(탄약고 폭발 등 대량 소비의 경우도 있을 테니까 전혀 허무맹랑한 허풍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그렇게 쉽게 맞아 죽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생명보험에라도 들어 있어서, 자기가 죽어줘야 거액의 보험금을 타 잡수실 사람이 있고, 어떤 의리상 그 사람의 보험금 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야만 한다면, 다른 말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런 엄청난 의리가 개재해 있지 않는 한, 나는 달리겠다. 나를 납치해 가던 괴한에게 용용 죽겠지! 하고 약이라도 올리면서. ―달리기를 배우라! ―스포츠를 즐기라! 남북 적십자 회담이 언제쯤 성공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평화로운 통일의 날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스포츠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우선은 비정치적인 스포츠나 경제, 또는 학술의 교류에서부터 서로간의 理解가 증진되어야겠기에 말이다. 제3국에서의 남북 스포츠의 대결은 이미 몇 차례 있었고, 지난 5月에는 工T工 대회에 우리의 젊은 演劇人 柳德馨氏가 소련을 다녀왔고, 지난 달 모스크바에서 開催된 Universiad大會에는 金 澤壽團長이 이끄는 男子 排球, 女子 籠球, 그리고 女子 테니스 등 3개 종목에 걸친 38名으로 구성된 선수단이 파견, 공산권의 국가들과도 힘을 겨루어 보지 않았던가? 「스포츠 外交」라는 말은 이제는 「스포츠 立國」이란 말로 대치되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너도 나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 스포츠 韓國을 이룩해야 되겠다. 「스포츠 韓國」誌는 앞으로 이러한 임무를 능히 뒷받침할 수 있는 스포츠 專門誌로서의 자랑스런 跳躍을 계속하리라 믿는다. 각 학교및 각 직장의 스포츠 팀의 소개와 스포츠계의 새로운 스타를 발굴 클로즈‧업 시킨다든가 숨은 스포츠계의 공로자들을 찾아나서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능한 스포츠‧맨의 후원, 또 이번 9月에 실시하는 「미스터‧스포츠‧韓國」의 선발 등은 「스포츠 韓國」의 자랑스런 업적의 一面目이라 하겠다. 어떤 수금사원이 봉급때가 되어 수금을 해 가지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좁은 골목길에서 돈가방을 날치기 당했다. 엉겹결에 그는 한다는 소리가 「이놈아, 싫컷 가져 가라! 그게 돈 보따린 줄 아니, 이게 돈 보따리지!」 했더란다. 날치기는 몇 발자국 뛰다가 이 소리를 듣고는 돈가방을 팽개치고 다시 수금원의 왼 손에 들려 있는 가방을 나꿔채 갔더란다. 그것은 외상 카아드가 들어있는 가방이었다나. 해서 그 수금원은 돈가방을 찾을 수가 있었다고 한다. 외상 카아드야 회사에 가면 또 있는 것이니까, 미리 연락들만 해 주면 될 것이고……황망 중에도 그 수금원에겐 재치가 있었던 것이다. 무조건으로 뛰어오르려는 것은 모험이다. 跳躍도 그러니까 머리를 쓸 줄아는 跳躍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點중에는 面立步行이라는 점도 들어있다. 이것은 두 손을 쓸 수 있다는 利點도 있는 것이지만 머리가 하늘쪽으로 높이 올라간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발전 되어 가는 것이고 보면, 보다 연구하고 노력해서 倍前의 跳躍으로 창간 2주년을 빛내고, 아울러 스포츠 人口의 저변擴大에 이바지하길 바라 마지 않는다. ※2020.9.3. 입력. 원고지 23매. ※발표된『創世의 吟味』에서 잘못된 부분에는 밑줄을 쳐 놓고,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해 놓았는데, 여기에서는 밑줄부터가 쳐지지가 않으니, 첨부 파일을 이용하기를 바람. *잘못된 점이 있어서 재발행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