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거짓말

밑지면서 드려요

거북이3 2006. 2. 14. 08:43
 

  밑지면서 드려요

                               이   웅   재

 세계 3대 거짓말이라는 것이 있었다. ‘있었다’고 표현한 것은 이젠 더 이상 거짓말로서의 효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거짓말 중의 하나가 장사꾼이 ‘밑지면서 드려요’ 하는 말이라고 했다.

 ‘밑지면서 드려요’

 장사란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파는 일’이다. 그런데 밑지면서 판다는 말은 분명 납득이 되지 않는 말이다. 그것은 이익을 별로 남기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까 물건 값이 매우 싸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일 뿐이 아닐까? 소비자들은 일찍이 그 점을 간파했다. 그래서 3대 거짓말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을 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내가 보아도 밑지는 장사가 너무나 많다.

 우선 떨이 세일이 그렇다. 재고가 쌓여 처치 곤란한 경우, 아깝다고 계속 두어 보아야 창고비만 나갈 뿐이다. 계절과 관련된 상품도 철이 지나게 되면 돈만 잠겨 있게 되는 셈, 밑지고라도 팔아서 다가올 계절에 대비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일이다.

 손님 유인책으로서의 세일도 있다. 백화점 등에서 소수의 품목을 아주 헐값에 판다고 광고를 하여 소비자의 방문을 유도한다. 일단 한번 매장엘 들르게 되면 눈에 띄는 다른 물품들도 덩달아 사가게 된다고 본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한정판매 또는 선착순 판매를 하기도 한다. 비록 소수 품목이기는 하지만, 무제한으로 팔다가는 다른 상품의 판매이익을 지나치게 잠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겠다. 이와 같은 판매의 경우에는 재빠른 사람들이나 그 혜택을 볼 수 있지, 나처럼 느려터진 거북이에게는 도시 소용이 없는 일, 열만 받을 일일 뿐이다.

 갑자기 공급물량이 과잉되는 바람에 가격이 급락하게 되는 물건도 밑지면서라도 팔아버려야 더 큰 손실을 입지 않을 수가 있다. 육류나 채소류 등 유통기간이 오래 되면 상할 수 있는 상품도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때에 따라서는 상품가치가 아예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일, 빨리 파는 것이 돈 버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비가 계속 온다든가, 눈이 펑펑 쏟아진다든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서둘러 물건을 팔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장사아치들도  있어서 원가 이하의 판매가 행해질 수도 있다.

 며칠 전이었다. 날씨가 아주 추운 날이었다. 갑자기 아파트 거실에 있는 스피커에서 아리따운 아가씨 목소리가 들렸다.

 “주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안내방송이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날씨가 너무 추운 관계로 꽃게를 싸게 팔고 가겠다는 생선장수가 아파트 단지 앞에 와 있으니, 나와서 사 가시라는 말이었다. 관리사무소에서 아무 이득 없이 방송까지 해줄 리 없는 일이고 보면, 그 꽃게 장수는 로비까지 해 가며 밑지는 장사를 했것다?

 그러니 장사꾼이 ‘밑지면서 드려요.’ 하는 말을 몽땅 거짓말이라고 박박 우겨대지는 말자. 그냥 ‘밑지면서 파는 수도 있구나’, 너그럽게 생각하도록 하자. 그들이 밑지면서 판다고 내게 될 일이 안 되는 것도 아니잖은가 말이다.

 그러나 장사꾼이 밑지면서 파는 수도 있다는 말에 꼭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서 반론을 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 열거한 바와 같은 ‘밑지는 장사’들은 좀 더 넓고 긴 안목으로 보았을 땐, 사실 모두가 ‘남는 장사’들이 아니냐고. 꽃게 장수만 보아도 그렇지 않느냐고. 더 이상 추위를 견뎌내다가 심한 감기라도 걸린다면 며칠 동안은 아예 장사 나가는 일 자체를 포기해야만 할 터이니, 그게 더 큰 손실이 아니냐고. 옳은 말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밑지는 장사가 어디 있어?’ 하는 말은 천번만번 옳은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날씨 자체도 무척 추운 날이지만 바람마저 세차게 불어서 더욱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날, 여름옷처럼 보이는 얇은 옷을 입고, 꾀죄죄한 몰골에 때가 잔뜩 낀 새까만 손톱을 가진 어린아이가,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달랑 내놓으면서, ‘저거 하나만 주시면 안 될까요?’ 하면서 붕어빵을 손가락질할 때, 당신이 붕어빵장수라고 치고, 어찌 밑지는 장사를 안 할 수가 있을 것인가?

 붕어빵장사를  하는 사람도 가난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임에는 틀림없지만, 아니, 가난을 너무도 절실하게 느껴온 사람이기에, 그는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명, ‘밑지는 장사’는 있다. 그러니 ‘밑지면서 드려요.’ 하는 말은 더 이상 3대 거짓말로 묶어두지 말도록 하자. 아하, 그리고 덧붙여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진짜 거짓말을 참말로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큰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을 시침 뚝 따고 진지한 모습으로 말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진짜 거짓말은 누가 들어도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는 법이다.

 예컨대, 청문회 자리에서의 높으신 분들, 그분들은 무슨 질문에서고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안 납니다’라고 통사정을 하듯 말하는데, 왜들 그토록 마구 몰아대는지 하고, 안쓰러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분들이야말로 거짓말 선수들, ‘모르쇠’의 대가들이 아니던가?

 어디 그뿐이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대통령 해 먹기 어렵다.’라고 말하는 것도 듣는이로 하여금 겁이 덜컥 나게 만드는 말이다. 그 자리 정말 해 먹기 어려운 자리라서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혹시라도 그 자리 나더러 맡으라고 한다면? 진정 걱정이 아닐 수가 없지 않은가?

 최근 모든 국민들이 깜빡 속아 넘어갔던 거짓말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 세포’와 관련된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사이의 공방이 아닐까 싶다. 아직까지도 최종 결론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서 무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은 분명 거창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지 않은가?


 세월이 가면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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