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문화 체험기

(동유럽 문화 체험기 1) 인생을 업그레이드하는 여행

거북이3 2006. 7. 10. 16:54
 

(동유럽 문화 체험기 1)

        인생을 업그레이드하는 여행

                                                                                       이   웅   재


 생활을 업그레이드하려거든 여행을 할 일이다. 여행은 떠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선 자리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바로 여행이다.

 모든 책임과 의무를 잠시 접어둔 채, 자유로운 비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일이 여행 말고 또 무엇이 있을 것인가? 그래서 여행은 누구에게나 소망으로 치부되고, 낭만으로 느껴지고, 충만으로 마침표를 찍는 인생의 활력소인가 보다.

 모두들 체험해 보지 않았는가? 어렸을 적 소풍가기 전날의 흥분과 설렘을…. 혹자는 말한다. 인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바로 여행 전날의 흥분과 설렘의 시간이라고. 게다가 여행이란 돌아갈 내 자리가 있기에 행복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학 동기동창들끼리 치기 비슷하게 유럽 여행을 위한 적금을 부었었다. 그게 만기가 되었고, 그러니 떠나야 했다. 더구나 몇 년 전에는 내 환갑 기념으로 괌엘 다녀왔는데, 금년은 아내의 환갑이다. 그런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함께 떠나려던 동기생들끼리의 여행은 무산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 예정이란 늘 그런 것이다.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예정이 아니던가? 늘 계획된 대로의 삶으로 인생을 영위해 살아나간다는 건, 따지고 본다면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눈곱만큼의 흥미도 없는 삶이 아닐까?

 6월 24일, 토요일. 새벽 4시에 월드컵 대스위스전이 있었다. 1승1무의 한국 팀은 아쉽게도 0:2로 패함에 따라 16강 진출은 좌절되었다. 동기생들끼리의 여행은 무산되었고, 밤잠도 설치게 했던 월드컵에 대한 기대도 한풀 꺾이고…. 어찌 생각하면 차라리 이번 여행을 홀가분하게 다녀올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일이 아닐까도 여겨졌다.

 비행기는 30분 연발하여 14:30에 이륙하여 현지시간 18:15에(한국시간 25일 01:15, 시차 7시간)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로지니에공항에 착륙하였다. 무려 11시간의 비행, 한 자리에 앉아 기내식을 2번이나 먹어야 하는 기나긴 여행이었다. 지겨워서 블라인드를 올렸다 내렸다 하기도 하고 위스키를 청해 마시기도 하였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공항을 벗어나자는 마음으로 입국심사대에서는 모처럼 짧은 줄을 찾아 섰는데, 웬걸, 제복을 입은 직원은 심사대를 크로스하는 것이  아닌가? 첫 번째 공산국가의 잔재와 맞닥뜨린 것이다. 우리가 체코슬로바키아로 알고 지내던 나라, 93.1.1부로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된 나라인데, 체코인은 좀 다혈질이고, 슬로바키아인은 슬로우 바퀴처럼 약간 느리고 순박하단다.

 공산주의, 지구상에서 약 80여 년간 생존했던 공산주의. 그것이 유럽에서 흥성했던 이유는 나중에 이곳저곳을 견문하면서 저절로 터득이 되었는데, 그것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깨닫게 된 것이다.

 공산주의식 분배는 작업에 대한 열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일하고 먹고 살아야 하다 보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라면 2사람이면 족할 업무도 10명 내지 12사람이 배치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도 그 결과는 만족할 만한 것이 못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을 독려해야 하는 필연성 때문에 저절로 권위주의가 자리잡게 된다.

 결국은 똑같은 신분이어야 할 공산주의 사회는 정반대로 계급주의가 될 수밖에 없는 모순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결국 공산주의를 실현하려면 오히려 공산주의식 계급구조를 타파하여야만 되는 일, 말하자면 공산주의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그 간단한 진리를 지금까지도 우리의 북한만 외면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체코, 우리 남한보다 약간 작은 나라, 인구는 우리의 1/5정도인 천만이 살짝 넘는단다. 동유럽(엄밀하게는 중부유럽이란다)의 나라들은 대부분 GNP 만 불정도. 공산주의 국가였었기에 아주 후진국쯤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여행 내내 느낀 점이지만 동유럽은 전체가 천 년 고도. 그 건물 하나하나가 우리들을 주눅 들게 한다.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인 체코어를 사용하면서도 문맹률이 거의 없는 나라라면, 한때 건널목에 ‘서시오’, ‘가시오’라는 문자로서 표시했던 우리나라로서도 놀랄 만하지 않은가?

 호텔로 가는 도중 좌측으로 전차가 지나간다. 이쪽의 교통수단은 거의가 비슷하단다. 지하철, 전철, 전기버스, 일반버스 등등이 대중교통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은 가급적 공해유발을 피하기 위한 교통수단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북한산 국립공원에마저도 쌍굴 터널로는 국내에서 가장 긴 왕복 8차로의 터널을 뚫는 우리로서는 배워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곳은 우리나라보다는 약간 높은 구릉지대가 많아 고랭지 농산물이 많이 난단다. 12년 경력에 200번 정도나 유럽을 다녔다는 우리 37살의 노처녀, 그렇지만 아직 20대로 보이는 가이드 박희숙 씨는(이것도 그녀의 요청에 의한 호칭임을 밝혀둔다.) ‘어이!’ 하고 부르는 호칭을 제일 싫어한다면서 세 가지를 부탁했다.

 첫째, 건강. 11시간이나 비행했고, 7시간의 시차가 나기 때문에 그 적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이곳의 음식은 대체로 짠 편인데, 기압이 낮아 저혈압 환자가 많은 곳이라서 그런 것이니, 이곳의 관습대로 지내야 별 탈이 없을 것이라 했다.

 둘째, 여권분실을 특히 주의해 달란다. 5개국을 넘나들다 보니 자주 꺼내야 하는데, 그만큼 분실 염려도 많은지라 특별히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었다. 그년는 그래서 ‘여권님’이라고 했다.

 셋째, 시간 엄수. 현재 이곳을 방문하고 있는 국내 여행사는 6팀. 국경이나 식당에서 5분이 늦으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1시간 이상이 된단다. 이것은 나중에 우리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그 필요성을 느껴서 일사불란한 행동으로 여행에서의 많은 이득을 보았다고 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우리를 태운 슬로바키아인이 운전하는 버스는 어느덧 별 네 개짜리의 CLUB HOTEL PRAHA에 도착했다.

                                   (06. 7. 6. 원고지 15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