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문화 체험기 12)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 미라벨 궁전과 샤프베르크 산
이 웅 재
6. 29. 목요일.
호텔에서 아침을 먹을 때 천둥을 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좀 걱정스러웠다. 오늘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 무대가 되었던 짤스캄머굿(Salzkammergut)으로 간다. 짤스캄머굿은 짤스부르크(Salzburg)와 빈을 잇는 남동부 구릉지대이다. 영화의 처음 장면은 장크트 볼프강(St.Wolfgang) 호수가 있는 장크트 볼프강 마을에서 시작된다.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마을이다. 그래서 마을 이름에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이름인 볼프강이 붙게 된 것이다.
버스 안에서는 어제에 이어 “사운드 오브 뮤직” 비디오의 뒷부분을 보여주고 있었다. 철없는 지원수녀 마리아 오거스트가 폰 트랩 대령의 일곱 아이들의 가정교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 영화는, 마리아 역을 맡은 줄리 앤드류스(Julie Andrews)의 청아한 목소리가 주변의 아름다운 절경과 어울려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알프스 자락에서 듣는 요들송은 그 맛이 달랐다.
중간에는 무료화장실에도 들렀다. 우리 가이드는 곳곳마다 무료화장실이 있는 곳을 잘 알아서 우리는 기실 유료화장실엔 들러볼 기회마저 없었다. 입구엔 eingang, 출구엔 ousgang이라 적혀 있는 휴게실 겸 음식점이었는데, 그 내부가 무척 복잡해서 마치 미로찾기 같은 곳이었다.
다시 “사운드 오브 뮤직”이 계속된다. 수녀원으로 갔던 마리아가 돌아오고, 대령과 마리아가 서로 언제부터 사랑을 느끼게 되었는지를 확인한다.
대령: 당신이 솔방울 위에 앉을 때부터였지.
마리아: 그 바보 같은 호루라기로 절 부를 때부터였어요.
영화의 끝부분. 가족 합창대회에서 부르는 ‘에델바이스’를 관중들이 하나씩 따라 부르다가 급기야는 모든 관중이 함께 부르게 되고 박수 소리가 장내를 뒤덮는다. 그리고 이어서 볼프강 마을 뒤편의 샤프베르크(Schfberg) 산(1,783m)을 넘어 대령 가족들이 스위스로 망명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나온다.
드디어 짤스부르크에 도착. TIEN TSU(天廚)라는 중국식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그리고는 미라벨 궁전으로 갔다. 1606년 볼프 디트리히(Wolf Dietrich) 대주교가 평민의 딸인 연인 살로메를 위해 세운 궁전이다. 그는 대주교의 신분으로 모든 비난으로부터 자신의 사랑을 지켜 살로메와의 사이에 10명의 아이들을 낳았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워 말년에는 쓸쓸히 요새에 감금되어 죽음을 맞았다. 후대의 주교들이 그러한 서글픈 흔적을 지우기 위해 미라벨[Mirabell : 아름다운]궁전, 미라벨 정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 궁전 대리석 홀에서는 모차르트가 연주하기도 했단다. 지금은 전세계 각국 사람들의 결혼식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이 미라벨 정원 안에 있는 나무터널 속으로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가 아이들과 뛰어 나오면서 "도레미 송"을 불렀단다.
우리는 다시 1703년에 문을 열었다는 CAFE TOMASELLI에서 커피 한 잔씩을 마시고, 볼프강 마을로 갔다. 마을에 가까이 다다르자 호숫가의 그림 같은 마을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1/3은 별장이란다. 한국 사람들은 어딜 가나 부동산 가격이 궁금하다. 가이드가 미리 알아서 말해 준다. 1평에 보통 1억 정도 간단다. 건물들을 보니 곳곳에 Zimmer[방]라는 글씨가 보였다. 최소 1주일 정도는 머물러야 한단다. 비용은 1,000유로 정도. 1유로는 대체로 1,200~1,300원 정도이다.
우리는 60유로의 옵션으로 증기등산열차를 타고 발밑으로 내려다보이는 주위 풍광을 만끽하면서 샤프베르크산을 올랐다. 덕유산 케이블카를 타는 기분 비슷했는데 증기열차라는 점이 특이했다. 좌측이 호수였다. 생김새가 아령모양이어서 흔히 아령호수라고도 한단다. 그 주위로 많은 별장들이 있는데, 5월까지는 아래쪽의 건물까지 손님들이 꽉 찬다고 했다. 외관으로 보아서는 허름한 집들도 꽤 되었는데, 그런 집들도 내부로 들어가 보면 공주의 방 못지않게 화려하고 아기자기하다는 것이었다.
산 중턱엔 터널도 있었다. 열차에서 내려 그 위쪽 산 정상에 있는 호텔까지는 걸어서 올라갔다. 이 호텔은 히틀러도 자고 간 곳이란다. 증기열차도 히틀러가 처음으로 탔던 열차라고 했다. 이 산은 히틀러의 야심을 더욱 키워준 곳이기도 하단다. 좌우로는 들국화 등 야생화가 만발해 있었고, 내려다보이는 골짜기에는 얼음도 보였다. 눈앞으로는 비안개와 구름이 서로 분간이 되지 않은 채 휙휙 지나가기도 한다. ‘산인지 구름인지 머흐도 머흘시고’ 하는 정송강의 ‘사미인곡’ 한 구절이 저절로 읊어졌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서 역시 30유로 옵션의 유람선을 타고 볼프강 호수를 일주하다. 앞쪽으로 보이는 칼로 잘라놓은 듯한 V자 지형은 빙하침식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했다. 그 절벽 중간에는 누군가가 써 놓은 글씨도 보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낙서벽은 인간의 본성 중의 하나인가 보다. 호수의 수심은 최고 28m이고 가로 세로가 대략 114Km에 3.6Km인 1급수 호수란다. 선장실에 탄 가이드의 도레미송이 마이크를 타자 모두들 박수, 다음 에델바이스는 함께 허밍으로 합창을 했다. 희끗희끗한 파도를 뒤로 한 채 유람선에서 내리니 빗줄기가 갑자기 세차진다. 뛰어서 모차르트의 외가의 외관만 보는 듯 마는 듯하고는 “모차르트 외가가 나를 비 맞게 하네.”라면서 버스에 올라 조그만 마을에 있는 숙소인 SEHNSUCHTSWELT ROTHER OCHS로 가서 석식 후 잠자리에 들었다.
(06. 7. 24. 원고지 15매)
'동유럽 문화 체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유럽 문화 체험기 14) 사행천 불타바 강 언덕의 체스키 크롬로프와 시청사의 시계 (0) | 2006.07.30 |
---|---|
(동유럽 문화 체험기 13) 동화 속 호반의 마을, 할슈타트 (0) | 2006.07.29 |
(동유럽 문화 체험기 11) 눈 깜짝할 사이에, 그에 못지않게, 그보다 더 빠르게 (0) | 2006.07.27 |
(동유럽 문화 체험기 10) 프랑스 풍의 쇤부른 궁전과 비운의 왕비 마리 앙뜨와네트 (0) | 2006.07.24 |
(동유럽 문화 체험기 9) 아우토반을 탄생시킨 무솔리니의 애인이 살던 꼬모, 그리고 히틀러 (0) | 2006.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