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문화 체험기 14)
모래사막 지대에서 만난 순박한 아이들
이 웅 재
6:30경 잠자리에서 일어나 테라스의 등받이 의자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명상을 즐기다가 세면 후 바닷가로 나가보았다. 밀물 때인 듯 파도가 심하게 밀려온다. 아침 식사 후 바다보다는 풀장에서 1시간여를 즐기다가 10:30 집합하여 작은 그랜드 캐년이라고 불리는 모래사막으로 이동하였다.
오른쪽으로 시원스레 바다가 펼쳐진다. 가끔 야자수로 만든 바구니배가 보인다. 2~4명이 탈 수 있는 그 배는 낚시꾼들이 즐겨 타는 배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단다. 이 지역은 베트남에서 강수량이 가장 적은 곳, 그래서 사막이 형성되었다는 것인데, 직접 가본 바로는 규모는 훨씬 컸지만 우리나라 태안반도에 있는 신두리 사구(砂丘)와 비슷하게 형성된 사막 같았다.
여기엔 앵벌이 소년소녀들이 많았다. 고무나무 숲쪽의 아이들은 입성은 깨끗했는데, 이곳 아이들은 입은 옷도 남루한 편이었다. 그들은 보통 3~4개 외국어들을 한단다. 물론 아주 기본적인 말들이긴 하지만…. 계속 몰려드니까 지갑을 꺼내지 말라는 가이드의 말을 따라 지갑 단속을 단단히 하였지만,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무작정 손을 내미는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 물건을 팔고 있는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장판지 같은 걸로 만든 모래썰매가 그들의 자본이었다. 한 번 타는 데 1$. 몇몇 사람이 1$를 쾌척했다. 사진을 찍을 때면 아이들은 옆에 몰려와 ‘하나, 둘, 셋…’ 하면서 타이밍을 맞춰주기도 하고, ‘김치…’ 하고 분위기를 잡아주기도 했다.
그곳을 떠나기 위해 버스에 올라 차창 밖을 바라보니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섰다. 언뜻 한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는다. 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웃음이다. 맨발의 저 아이들, 저들 중 누구 하나가 가난을 딛고 일어나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발 구김살 없이 자라길 빌어본다. 길 옆 드문드문 보이는 가옥 앞에는 장독대 같은 항아리들이 몇 개씩 놓여 있는 것이 보인다. 이곳에서 많이 잡히는 능방이란 고기로 젓갈을 담그고 있는 항아리들이라고 했다.
원래가 남북으로 긴 나라이다 보니 우리가 흔히 열대지방이라고만 생각해 버리고 말지만, 사파 족이 살고 있는 지방 같은 곳에서는 1년에 한 번쯤 눈이 내리기도 한단다. 월남 스키부대 출신이라는 말은 바로 그런 지역 근처에서 지냈다는 얘기란다. 하긴 이곳 사람들은 영상 15°C만 되어도 추워서 벌벌 떨며 털 코트에 털장갑을 착용한다니, 정년퇴임 후 이곳에 와서 난로장사, 털 코트 장사나 하여 볼까?
하긴 이곳에서 부동산 투기를 하는 한국인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외국인은 부동산 취득이 금지되어 있어서 이곳 여성들과 위장결혼을 한단다. 순박한 월남 여성들을 이용하는 셈인데, 장군이면 멍군도 있게 마련, 한국에 갔다 오니 “당신 누구요?” 안면을 싹 바꾸는 바람에 일시에 쪽박을 차게 되는 일도 심심찮게 있다는 것이다.
중식 후 호치민 탄손넛 국제공항으로 귀환하는 길에는 VAVO란 간판이 많이 보여 궁금했다. 알고 보니 그곳은 ‘빵꾸’ 때우는 집이란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나 자전거나 모두가 다 ‘펑크’가 나면 ‘바보’가 된다는 말이렷다? 지나가는 버스 지붕 위에는 오토바이 등 짐을 싣고 가는 모습도 이채로웠고, 군데군데 우편함처럼 만들어 놓은 석조물엔 향을 피우고 있기에 불상을 모셔둔 곳인가 했더니, 조상을 모시기 위한 것이라 한다. 말하자면 출근하면서, ‘오늘도 무사히!’ 기도하며 향불을 피워, ‘조상님들, 보살펴 주세요!’ 하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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