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 체험기

(일본 문화 체험기 5) 부러운 나라 일본(?)

거북이3 2006. 9. 25. 13:06
 

(일본 문화 체험기 5)

           부러운 나라 일본(?)

                                                   이   웅   재

 부러운 점 또 하나는 교통망이었다. 인구로 보아서는 서울과 비슷한 1,100만이 살고 있는 동경. 넓이로는 3.5배 정도가 넓다(서울 600여 ㎢, 동경2,000여 ㎢). 그런데도 동경의 도로는 3중, 4중, 5중으로 되어 있다. 지하철 아래 또 지하철, 고가도로 위쪽에 또 고가도로. 그런데도 놀라운 점은 자전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교통비. 버스의 이쪽 종점에서 저쪽 종점까지 가려면 3만 엔, 우리 돈으로 30만 원 정도가 된다니 자전거를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버스비가 그렇다면 택시비는 얼마나 비쌀 것인가? 그러나 한 가지, 이곳엔 합승제도가 없어서 모르는 사람끼리 함께 타도 1/n로 나누어 내면 된단다. 1/n은 남녀 간의 만남에서도 적용되는 룰. 날짜, 그러니까 date를 할 때에도 식사 따위를 하는 경우 항상 더치페이라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으니 생각나는 일이 있다. 맞선 본 남자 남자는 여자가 마음에 드는데, 여자는 아니었단다. 남자가 계속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귀찮게 하기에, 싫다는데 계속 전화를 걸어대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단다. 그랬더니 남자가 하는 말이, 그렇다면 맞선 보던 날의 데이트 비용 26,000원을 물어내란다는 것이다. 더럽고 치사했지만, 혼자 사용한 돈은 아니니 그럼 26,000/2를 하여 13,000원만 보내주었단다. 남자도 여자도 평생을 함께 살 만한 사람들은 못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지금의 내 생각이다.

 좌우간 대중교통비가 그토록 비싸다면 자가용을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곳의 교통요금 체계에서는 그것도 만만찮은 일이라고 한다. 구마다 도로비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한 장거리 이동도 쉬운 일이 아니란다. 그래서 20세 이상이면 보통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 장거리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라고 했다. 부러운 나라 일본의 이미지가 차츰 희석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조짐은 여러 곳에서 불쑥불쑥 드러났다.

 우리가 투숙하고 있는 Royal Hotel 앞쪽에는 Jiro Cafe가 있었는데, 내 맏아들 이름이 ‘지로’(영문으로는 Jeero를 쓰지만)여서 반가운 마음에 틈만 나면 커튼을 열고 그 Cafe가 있는 건물을 바라보곤 했다. 그런데 밤늦은 시각, Jiro Cafe 아래쪽 골목에 리어카 하나가 등장했다. 궁금해서 자세히 관찰했더니, 저런, 군고구마 장수였다. 한겨울도 아닌, 오월도 거의 막바지에 접어드는 시기에…, 그리고 일본에도 군고구마 장수가 있었나…, 하는 생각으로 한참 동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군고구마를 사가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볼 수가 없었다. 그 군고구마 장수는 그렇게 한 동안을 고구마를 구우며 지내더니, 드디어 자리를 떠서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다른 곳으로 옮겨 가서는 좀 팔았을까…, 계속 궁금했다.

 나중 학생들이 내 방을 찾아와 함께 가지고 온 소주 몇 병을 까면서 그 얘기를 했더니, 한 학생이 창 밖을 내다보더니, “저어기, 군고구마 장수가 다시 왔는데요.” 한다. 그 소리를 따라 아까 와 있던 자리를 바라보니 말대로 예의 군고구마 장수가 다시 그 자리에 있었다.

 한 학생이 군고구마를 사 왔다. 그러나 아니었다. 올망졸망한 크기라야 하는데, 우선 그 크기가 달랐다. 길쭉한 놈이 너무 컸다. 당연히 맛이 없었다. 맛이 없었다. 정말로 맛이 없었다. 그래서 일본이 부러웠던 심정이 반감되었다. 뭐가 부러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