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 체험기

(일본 문화 체험기 7) Economic Animal

거북이3 2006. 9. 25. 11:54
 

 (일본 문화 체험기 7)

           Economic Animal

                                                 이   웅   재 

여행의 첫머리로 돌아가 본다.

 인천 발 나리타행 여객기. JAL기이기는 했지만, 안내 방송은 일어와 영어로만 나온다. 승객 대부분은 한국인인데 너무하다 싶었다. 상대를 배려하는 데는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친절을 생명으로 삼는 일본이,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독도 문제 등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한일관계가 껄끄러운 때였기에 선입견을 가지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던 여행이었다. 그래서 JAL기를 택한 것이기도 했다. 한국어 방송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필요한 안내를 모두 끝낸 다음 그저 인사치레의 짧은 멘트가 전부였다. 형식적으로만 끼워 넣은 몇 마디 시큰둥한 한국어 방송, 그건 차라리 없는 게 나았다. 면피용 방송, 솔직하지 못한 솔직함의 솔직하지 못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2시간 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비행시간, 그러나 그곳은 흔히 듣던 바대로 ‘먼 곳’이었다.

 밤 시간, Hotel에서의 T․V도 나를 실망시켰다. 1~12번까지의 채널 그 어디에도 한국방송은 나오질 않았다. 동남아에서도, 중국에서도, 그리고 괌에서도 한국방송은 나왔다. 그런데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안 나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건 Economic Animal로서의 상술이기도 한 것이, 리모컨에는 유로로 볼 수 있는 성인방송 채널이 10여 개나 있는 것을 보아서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Economic Animal, 파키스탄 수상 부토가 말했던 이 말은 Sapience가 아닌 Animal을 씀으로써 돈에만 밝은 일본인들을 비하시킨 표현이었다. 그랬다. 내가 과거에 체험했고 지금도 체험하고 있는 바로는 그들은 Animal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잠깐 통영시의 어느 여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적이 있다. 그때 그곳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일본의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서 서로 상대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녔던 적이 있었다.

 난 그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맨손으로 폰데굴을 파고 도망갔었다는 그 ‘왜놈’의 후손들은 어떤가 하고. 그들은 요새 돈으로 따져서 1인당 3만 원 정도씩을 비상금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것은 말 그대로 비상금이었다. 따라서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그 돈은 한 푼도 쓰여지지 않은 채 그대로 일본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한마디로 부토 수상의 말이 조금도 지나침이 없는 말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뿐이라면 그래도 그들을 Animal이라고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각자 자매결연을 맺은 집에서 민박을 하였는데, 나는 정말 놀랐다. 그들은 민박을 했던 집의 한국인 학생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주면서 말했다.

 “이거 Made in Japan이야.”

 그러면서 내미는 선물은, ‘연필…’, ‘연필, 한…,’ ‘연필 한 자루’였다.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면 오히려 마음만이라도 남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