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일본문화체험기

(속 ․ 일본 문화 체험기 5) 하코네 국립공원과 오와쿠다니 유황계곡

거북이3 2007. 6. 4. 00:29
 

(속 ․ 일본 문화 체험기 5)

  하코네 국립공원과 오와쿠다니 유황계곡                                                                               이   웅   재

4월 20일. 이날의 일정은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해발 800m에 위치해 있는 하코네[Hakone; 箱根] 답사로부터 시작했다. 하코네는 국립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유명인들의 별장을 비롯한 민가들도 많았고 우편국, 학교, 호텔이나 모텔, 심지어는 주유소에 정비소까지도 들어서 있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지만, 대부분의 시설들은 국립공원 지정 이전부터 있던 것들이라고 했다.

유명인들의 별장이 많은 것은 동경에서 가까운데다가 온천이 있고 경치가 좋은 때문이란다. 오늘 비가 내리면 그것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30년이 지나야 온천수로 솟아오른다고 하니 온천욕은 은연중 과거에로의 회귀를 실현시키는 일일 수가 있는 일이요, 그래서 그것은 늘 아늑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으로 보이는 후지야 호텔은 일왕이 신혼 때 머무르던 곳, 1일 숙박비가 5만 엔 정도라고 하니 나 같은 사람이 숙박하기에는 조금 버거운 비용이 아닐까 싶었다.

도로 양옆으로는 수령 400년 이상 된 삼나무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특히 이곳에 삼나무가 많은 것은 당시의 권력자 쇼군[將軍]이 다이묘[大名]로 불리는 지방 영주들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자녀들을 에도[江戶; 東京의 옛 지명]에 볼모로 잡아두고 있어서 그 자녀들을 만나러 갈 때 쉴 수 있도록 나무그늘을 만들기 위해 심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일본 전역에는 이처럼 목재로서의 가치가 지대한 삼나무들이 많이 있지만, 그것을 목재로 사용하기 위해 벌목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필요한 목재는 외국에서 수입해서 쓴다는 것이다. 그들의 자연보호 정신, 우리도 본받아야 할 것이 아닐까?

이곳엔 엊저녁에 눈이 내렸단다. 연중 적설량이 가장 많은 지방이라지만, 4월도 중순을 지났는데 이처럼 눈이 내렸다니 의외였다. 길옆으로는 군데군데 조릿대도 자라고 있었고 키 큰 진달래, 아하, 아직까지도 개나리도 그 예쁜 꽃들을 달고 있었다. 하얀 눈 위에 피어 있는 빠알갛고 노오란 꽃, 그리고 청청한 조릿대의 모습…그건 아주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반면 또한 기이한 조화로움을 보이고 있었다. 도로의 양 옆으로는 무단 주차된 차들을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주차 위반한 차량에는 과태료가 자그마치 3만 엔이나 부과되는데 단속은 민간에게 위탁해 놓은 상태라서 언제 어디서 단속자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여기 하코네에는 신주꾸[新宿]에서 등산열차, 일명 로망스카를 타고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 1919년에 개통된 이 등산열차는 경사가 가파른 구간을 오르기 위해 3번에 걸쳐 스위치백 식으로 그 방향을 바꾼다고 했다. 게다가 급커브 구역에서는 최소 30m 반경으로 통과해야 하기에, 바퀴와 레일 사이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물을 분사하면서 달린다고 하는데 이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등산열차는 타 보지 못했지만, 대신 우리는 원상근항(元箱根港; Moto hakone ko)에서 둘레 21Km, 수심 45m의 오시노[갈대] 호수[芦의 湖]를 해적선(실은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았다. 산 속의 호수, 이곳에 해적까지 있었다니 으스스해져야 할 텐데 오히려 낭만적 분위기가 느껴짐은 세월의 마술 때문일까? 더구나 해적선의 요금은 1인당 250엔밖에는 되지 않아서 ‘해적’다운 ‘해적’의 느낌이 들지를 않았다. 그처럼 밋밋함을 깨뜨리기 위해서 가이드가 말했다.

“세계 3대 바보가 누구지요?”

모두들 꿀 먹은 벙어리. ‘그걸 어떻게 안담?’ 하는 표정들이었다. 이쯤 되면 자문자답 형식의 답이 나올 차례이다.

“첫째는 으악새를 날아다니는 새로 아는 사람이랍니다.” 아아, 으악새가 슬피 울 계절은 아직 멀어서 다행이었다.

“둘째, 몽고반점이 중국 음식점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요.” 그 음식점에 가서 모태주 반주로 한 잔 쭈욱! 했으면 좋겠다.

“셋째는요?”

“셋째요? 그건 ‘갈매기살’을 갈매기의 살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라구요.” 갑자기 갈매기살에 쐬주 한 잔 하고픈 생각이 굴뚝같았다.

해적선에서 내린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오와쿠다니[大涌谷]로 갔다. ‘오와쿠’란 ‘크게 용솟음치다[大涌]’라는 뜻이요, ‘다니’는 ‘계곡’이라는 뜻이다. 오와쿠다니의 화산 중심부에서는 아직도 지하에 유황이 끓어 가스와 수증기가 용출되고 있는 계곡이다.

이동 중 왼쪽으로는 만년설이 쌓인 후지 산의 모습이 보였다. 높이 3776m, 1959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였는데, 이제는 노후되어 계속 공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검은 모래가 있는 정상에는 자판기도 있고 또 여기저기서 날아온 쓰레기가 천지란다. 추운 때는 영하 50℃ 정도까지 내려가서 한여름에만 개방을 한다는데도 용케들 자살 계곡에 올라 자살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니 알 수 없는 일이다. 가이드의 설명 중에 아쉽게도 후지 산은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불러 올까요?”

가이드도 안타까워 그렇게 말했지만 날씨는 점점 더 흐려져서 다시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와쿠다니 계곡으로 오르는 길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다. 길옆으로는 마치 사골 국물 같이 뽀오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숭숭 파라도 썰어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한 사발쯤 마셔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길 옆쪽에 치워놓은 희디흰 눈[雪] 속으로 잦아들고 있었다. 계곡을 돌아보고 내려와 주차장 옆쪽에 있는 휴게소에 들러 유황물에 삶아서 껍질이 검게 변한 달걀 ‘구로다마코’를 사서 먹었다. 6개들이 한 봉지에  500엔, 결코 싼 가격은 아니었으나 그 달걀 하나를 먹으면 7년의 수명이 늘어난다는 말에 모두들 돈을 아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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