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3)
오사마가 죽어 오바마를 살리다 이 웅 재
맨해튼은 섬이다. 공식 명칭은 뉴욕시티, 시티 오브 뉴욕, 또는 그냥 시티라고 부른다. 우리가 탄 버스는 침매(沈埋)터널로 들어간다. 거가대교(巨加大橋)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된 침매터널. 그것은 일찍이 이 맨해튼에 있었다. 역시 미국은 선진국이었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이 근처에서만 볼 수 있고, 다른 쪽으로 가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단다. 그것은 이 지역이 상업지구이기 때문인 것이다. 길옆의 아파트에서는 창가에서 책을 읽으면서 지나가는 차량이나 행인들을 구경하는 노파도 보인다. 심심풀이 치고는 괜찮은 소일 방법이 아닐까도 싶다. 그 행위에는 사람 냄새가 나고 있으니까 말이다.
뉴욕곰탕집에 가서 푹 끓인 뉴욕을 먹고 나니 식탁 위에다가 반드시 1$씩 팁을 놓으란다. 팁문화, 서비스에 대한 보답이라고 말하면 매우 합리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종업원으로부터 친절한 서비스를 받았다든가 해서 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주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봉사료(팁)일진대, 불친절해도 팁이요 내가 챙겨다 먹는 뷔페에서도 팁을 내어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한국적 정서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관습이지 싶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로마에 가서는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했는데…. 더구나 종업원들에게는 따로 월급이 없고 그 팁으로 살아간다는데….
버스는 아치형의 문이 보이는 워싱턴스퀘어를 지나간다. 그리니치빌리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워싱턴스퀘어는 1700년대 후반까지는 공동묘지로 쓰이기도 했고, 1819년까지는 공개 교수형 장소로 쓰였으며 서북쪽 구석에는 그때 교수형 줄을 매던 참나무도 남아있다고 한다. 지금은 뉴욕대학(NYU)의 캠퍼스로도 쓰이고 있어 우리가 지나는 버스 차창으로는 그 간판도 보인다. 뉴욕대학은 미국 학생들이 제일 선호하는 대학이다. 주된 캠퍼스가 따로 없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NYU. 그곳 학생들 실력은 그저 그런 정도. 그런데도 가장 선호하는 대학인 까닭은 뉴욕에서도 가장 번화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니, 염불보다 잿밥이 먼저인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공사하는 지역이 많다. 인간들의 편익을 위해서 파헤치고 또 파헤치는 일이 도시의 생리인가 보다. 내일의 편익을 위해 오늘의 불편을 감수하자. 내일이 되면 공사가 끝날 것인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시민들은 잘 안다. 한 가지 공사가 끝나면 또다시 새로운 공사가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편익을 위해.
가장 인공적인 모습이 가장 자연적인 산하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무한정한 인간들의 욕망은 브레이크를 밟을 수가 있을까? 이어진 산과 산, 그 사이에 계곡물이 흐르는 게 가장 대표적인 산수의 모습이다. 도시도 그렇다. 이어진 빌딩과 빌딩, 우리는 그것을 빌딩의 숲이라 부른다. 그 사이에는 도로가 뚫려 있다. 그 도로를 오가는 것은 ‘자동차의 홍수’요 ‘인파’라고 하여 숲 속을 흐르는 물에 비유된다. 인공은 이처럼 자연을 닮는다.
닮으려면 좀더 철저하게 닮을 것이지, 왜 중뿔나게 뻗대어 본 것일까? 물은 그 속성이 ‘일방통행’.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순행성(順行性)을 지닌다. 그러한 속성을 두고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했다. 그런데 물에 비유되는 자동차나 사람은 ‘쌍방통행’, 순행성뿐만 아니라 그것을 거스르는 ‘역행성(逆行性)’도 있다. 거꾸로 가려는 속성, 어거지의 속성이 하나 더 있는 것이다. 하나라도 더 챙기겠다는 탐욕. 그래서 사기, 강도, 강간, 살인 등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한 탐욕에서는 비교적 덜 물든, 그러나 가난한 예술가들은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소호(SOHO)지역에 세 들어 지내고, 그 옆 지역은 샌프란시스코 다음 가는 미국 제2의 차이나타운이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로 시청중심가에 버티고 있다. 소호는 전 세계 미술인들에게 익히 알려진 화랑가로 맨해튼 하우스톤 거리의 남쪽(South of Houston)을 줄인 말이다. 이곳은 원래 창고 및 공장지대였다. 60년대 초 젊은 작가들이 이 곳 공장건물 일부를 작업실 공간으로 임대해 창작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예술가들의 거리가 되었다.
시내 군데군데에는 작은 공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나무 10그루만 있으면 공원 취급을 받는다. 그러니 공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규모가 큰 공원도 필요하겠지만 이와 같은 작은 공원들도 소중하다고 하겠다. 생활 터전의 어느 곳에나 흩어져 있어서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이용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9·11 테러 현장인 세계무역센터(WTC)의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엔 미국이 독립선언을 했던 해를 기념해서 1776피트(541m)로 결정한 105층 규모의 프리덤 타워의 복구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세계무역센터 잔해로부터 인양된 두개의 삼지창 모양의 철기둥은 2012년 완공예정인 9.11박물관의 입구로 설치된다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는 테러 주동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5월 1일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사살 후 바다 수장되었다고 하니 새삼 감회가 새롭다. 오사마 (Osama)를 오바마(Obama)가 제거하고 지지율이 9%P나 쑥 올랐다고 하니, 오사마가 죽어서 오바마를 살린 셈이다.
그 근처에는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황금빛 황소(Golden-Bull)의 동상이 서 있었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 특히 주식을 하는 사람은 그 튼실하게 생긴 황소의 뿔과 풍성하게 늘어진 붕알을 만지면 대박이 난다고 한다. 그 바람에 나도 우리집 내무장관의 명에 의하여 그 성스러운 의식을 경건한 마음으로 수행하여야만 하였다. 가지고 있는 주식이라야 현대제철 200여 주뿐인데, 한국을 떠날 때 1주당 14만 원 정도였으니 아마도 한 달 후쯤 귀국을 할 때면 그 10배인 140만 원 정도가 되지 않을까 태산 같은 걱정(?)을 하면서 월가를 느릿느릿 걸어 보았다. 그런데 결과는 지금도 주당 14만 원 내외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것이라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실정이다.
성공회 성당 앞에는 9·11 테러 때 타 버리다 남은 나무뿌리를 예쁘게 색칠을 해서 전시하고 있기도 했다. 말하자면 죽어서 얻은 영광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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